[뉴스핌=서영준 기자] "긴급 의사진행 발언 하겠습니다."
지난 15일 제18차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시작과 함께 김재홍 상임위원이 꺼낸 말이다.
김 위원은 이후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KBS와 MBC가 재난방송으로 미흡했던 역할 등을 언급했다.
회의가 제대로 진행되기 전 벌어진 이같은 상황에 최성준 방통위원장도 처음에는 차분히 대응했다.
그러나 김 위원의 발언이 방송사 재허가 심사, KBS 수신료 인상 유보 등 민감한 사안으로 이어지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최 위원장은 "말씀하신 내용 하나하나가 사안이 될 수 있는 것이어서 다음부터는 정상적 안건으로 상정하는 절차를 밟아달라"며 김 위원의 이야기를 중단시키려 했다.
김 위원은 곧바로 "긴급 상황이라 의사진행 발언을 하는 것"이라며 "방통위 업무와 관련된 일이라 가능하다. 합의제에서는 문서를 준비하지 않아도 안건으로 채택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김 위원이 야당 추천위원의 부재로 문제를 걸고 넘어지자 최 위원장은 "(회의 참석을) 안하시겠다고 하지 않았냐"고 대응했다.
김 위원이 방통위 상임위원 5명의 온전한 구성 전에는 전체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최 위원장과 김 위원의 설전은 이렇게 40분 넘게 지속됐다. 그러는 사이 감정이 격해져 고성이 오가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3:1(여권:야권)의 불리한 구조에서 정상적인 회의진행을 방해하는 김 위원과 조직의 화합을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하는 최 위원장.
역대 방통위 전체회의 사상 이같은 진풍경은 이례적인 것으로 방청을 신청한 기자들 눈에도 늘상 국회에서 봐왔던 여야의 정쟁과 다를 바 없었다.
오죽하면 기자들 조차 타이핑을 포기했을까.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공개되는 순간이다.
[뉴스핌 Newspim] 서영준 기자 (wind09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