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다음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새로운 이사회가 구성되는 과정에서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는 식품업계의 고령의 사내이사가 업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사조산업의 이일향 이사와 남양유업의 지송죽 이사가 그 주인공. 이들은 적게는 12년에서 많게는 28년간 이사회 맴버로 활동해온 인사로 모두 각 기업 회장의 모친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28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사조산업은 다음달 28일 예정된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이일향 이사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을 올렸다. 1930년생인 이 이사의 나이는 올해 84새.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어머니다.
그는 그동안 비상근 감사로 사조산업의 경영에 간접적으로 관여해왔지만 2002년 비상근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본격적인 이사회 멤버가 됐다. 올해 재선임에 성공하게 된다면 그가 사조산업 이사로 보낸 기간만 약 12년에 달하게 된다.
남양유업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남양유업은 올해 이사회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6인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8인 체제로 확대·개편한다.
이를 위해 회사 측은 다음달 21일 주총에서 이원구 남양유업 총괄수석본부 상무와 유용준 남양유업 재경본부 상무, 황성진 남양유업 수석본부 상무가 각각 새 등기이사로 후보로 올렸다.
이 과정에서 임기가 만료된 정승환 남양유업 공장장 상무는 등기이사에서 빠지게 됐다.
주목할 점은 이같은 개편에도 불구하고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어머니인 지송죽 남양유업 이사는 건재하다는 점이다. 지 이사는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이사로 재선임되면서 사실상 임기를 2년 남겨둔 상황이다.
1929년생인 지 이사의 올해 나이는 85세. 무려 1986년부터 28년간 사내이사를 맡아왔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대리점 밀어내기 파문’으로 불매운동 및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를 비롯해 김웅 남양유업 사장 기소 등에 시달린 바 있다. 심지어 올해 들어서는 홍 회장이 탈세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는 등 논란이 끊이 않는 상황.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지 이사를 비롯한 기존 이사회 멤버에 대한 강도 높은 개편을 예상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지 이사와 이 이사가 이사회 자리를 지키게 되면서 이들은 식품업계 최고령 이사라는 호칭을 지킬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이사와 지 이사가 고령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이사회의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모두 비상근 등기임원이라는 점 때문으로 보인다. 출근의 의무가 없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도 이들을 직접 대면하는 사람은 극소수라는 전언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이들이 수억원 대 연봉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사조산업은 지난 2012년 등기이사 1인당 평균 1억28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고 남양유업은 같은 기간 등기이사 1인당 평균 2억6000만원의 보수를 줬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사조산업과 남양유업은 모두 오너의 지분이 50%를 넘기는 곳”이라며 “주총에서 어떤 안건이 올라오더라도 과반의 의결권을 가진 오너일가의 뜻대로 통과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