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서영준 기자]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말기 유통법)과 관련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급작스런 정부의 호출에 휴대폰 제조 3사, 이동통신 3사, 협회 및 시민단체 등 10곳에서 대표급 임원들이 총출동했다.
조찬과 함께 진행된 이번 간담회는 명목상 단말기 유통법을 둘러싼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간담회 분위기는 단말기 유통법에 찬성하는 정부, 이동통신사, 협회 및 시민단체, LG전자, 팬택 등 휴대폰 제조사들이 삼성전자를 압박하는 구도로 흘러갔다.
앞서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삼성전자가 단말기 유통법에 반대하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바 있어 이날 간담회 성격이 9:1의 일방적 구도로 흐르리라는 것을 예상치 못한 사람은 없다.
때문에 미래부 장관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까지 나서며 공개적으로 간담회를 개최한 데는 정부가 삼성전자로부터 듣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간담회에서 공식적으로 단말기 유통법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힌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단말기 유통법에 찬성하는 입장을 내비친 것과는 비교가 된다.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은 "단말기 유통법에 대해 기본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려되는 사안이 있다"며 영업 비밀 제출과 이중 규제 등에 대해서는 사업에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개선해 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사장의 순서가 끝나자 김주한 미래부 통신정책국장은 삼성전자의 우려에 대해 즉각 반박했다. 김 국장은 "국정감사에도 영업비밀 관련 사례를 공개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한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중규제에 대한 부분도 이미 공정거래위원회와 합의를 통해 결정됐다"며 "법이 집행이 되면 규제는 방통위에서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간담회 시작 전 토론이 아니라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니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라고 했던 미래부였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의견을 곧바로 일축해버린 미래부를 보면서 이날 간담회가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고 생각한 참석자들은 아마도 없을 듯하다.
결국, 정부 입장에서는 간담회를 통해 삼성전자에게 듣고 싶었던 말이 있었던 셈이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단말기 유통법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이 한 마디가 필요했던 것이다.
[뉴스핌 Newspim] 서영준 기자 (wind09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