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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문의 風流 여행기] 새벽을 여는 마음

기사입력 : 2013년12월02일 08:00

최종수정 : 2013년11월29일 16:36

 

새벽 닭 울음소리가 들렸다. 지리산 만복대 아래 마을에 푸르스름한 새벽이 열리고 있었다. 창문을 열었다. 알싸하게 차가운 공기가 방안으로 들어왔다. 실타래처럼 엉킨 망상들이 똬리를 튼 채 여전히 머리를 무겁게 하고 있었다. 이번 지리산 종주를 통해 이런 것들도 정리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억장을 짓눌렀다.

32년간의 군생을 끝내고 1년 남짓 국회생활을 했다. 국회에서의 생활은 나름대로 의미 있는 기간이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일들로 인해 국회를 떠나야 했다. 은퇴 후의 삶이 시작됐다. 사회적 관심계층에 편입된 것이다. 흔한 말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제2의 인생은 두 갈래 길이다. 

하나는 취업을 하든, 사업을 하던 돈을 버는 경제의 길이다. 또 하나는 스스로 잘 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해 즐기며 사는 길 즉 가치 있는 길이다. 나는 가치의 길을 선택했다. 역사ㆍ문화와 관련한 글쓰기와 글 쓴 것을 모아 강의하는 길을 선택했다. 몇 군데에 쓴 글을 팔았다. 

사무실 운영에 도움 되지 않는 수준의 원고료를 받았다. 억지 부려 이런 저런 곳에 강의도 나가고 있다. 다행히 강의 도중 조는 사람은 없었다. 뭔가 될 것 같은 느낌은 가지고 있지만 이 또한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이 세상을 떠날 때의 내 모습이 그려졌다. 아내, 아들, 딸, 형제, 친구 등 내가 인연 맺고 있는 사람들이 손으로 꼽아졌다. 집과 얼마간의 현금이 전부인 내 재산 목록이 보였다. 사회적 인지도가 흐리하게 보였다. 

어느 학교를 나와 어느 직장 생활을 하다 어떤 사람들과 삶을 농락하며 살던 모습이 수채화처럼 채색됐다. 저자거리에 서 있는 내가 보였다. 김치쪼가리에 막걸리 마시며 흥타령 부르는 모습이었다. 가진 것도 없는 놈이, 머리에 들은 것도 없는 놈이 똥 폼만 잡고 있는 모습이었다. 마음속으로 간음했던 모습도 보였다.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수없는 거짓말을 했던 비굴한 모습도 보였다. 원망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 놈 때문에 내가 더 이상 사회적으로 명성을 얻지 못했다는 한이 서릿발 돼 내렸다. 아버지가 보였다. 고향집 마루에 앉아 계시는 모습이었다. 엄마가 보였다. 자싯 물을 마당에 뿌리는 모습이었다. 큰 누나가 보였다. 여중생 때 모습이었다. 작은 누나가 보였다. 모기장 뒤에서 손을 모은 채 노래하는 모습이었다. 동생이 보였다. 병원 중환자실로 이동하면서 맑은 눈으로 병원비용을 걱정하던 모습이었다.

아직 겪어 보지 않는 미래의 내 모습도 보였다. 기사 딸린 검정색 승용차를 타고 있었다. 사무실도 넓었다.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머리를 조아리고 있고 나는 겸손한 척 하지만 거들먹거리는 것은 여전했다. 사람들이 나가자 부정한 돈을 신나게 세고 있었다. 어느 절을 찾는 것도 보였다. 염주를 쥐고 백팔 배를 했다. 동행한 사람이 보였다. 그는 업 따라 인연 따라 만나 힘들 때 나에게 용기를 주는 도반 이었다.

겪지 않은 미래에 대한 상상으로 갈비뼈가 부스러질 정도의 환의심이 차오를 때 즈음 손전화가 울렸다.

“똥! 나와라.”
“강아지! 벌써 왔니? 어디에서 아침 먹을 거니?”
“성삼재로 가다가 해장국으로 아침 때우고, 김밥 한 줄 사자”
“성삼재까지 얼마 걸리니?”
“금방이야. 빨리 나와 임 마!”

방을 나오니 녹색이 그럴 듯하게 칠해져 있는 코란도 한 대가 그렁그렁하며 금방이라도 날 태우고 지리산 천왕봉으로 올라갈 태세로 기다리고 있었다. 오래된 친구는 아침 담배를 영화배우나 된 것처럼 점잖게 꼬나물고 웃고 있었다.

변상문 전통문화연구소장 (02-794-8838,  sm29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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