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과거가 현실 앞에 서 있었다. 그 모습은 헤 맑은 순수함 그 자체였다. 세파에 찌들고 때 묻은 흔적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서경석, 서흥석 쌍둥이 청학동 훈장모습이 그랬다. 서경석 훈장과 마주 앉았다. 일문일답식 대화가 진행됐다. 내가 질문하고 서훈장이 답변하는 식 이었다.
-훈장님은 학교 교육을 받았습니까?
저는 청학동에서 태어나 군대 시절을 제외하고는 청학동을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부모님들이 가르쳐 주시는 대로 배우고 따랐습니다. 외부에서는 이렇게 사는 것이 불편할 것으로 보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청학동 밖의 삶이 거칠고 조야(粗野)해 싫습니다.
-청학동에 들어와 보니 생각보다 자연이 많이 훼손 됐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고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참으로 부끄러운 지적입니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다 보니 이곳 주민들도 자연히 돈 버는 것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외부인들이 들어와서 이런저런 사업을 하면서 청학동 본래의 모습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그러나 청학동 원 주민들은 청학동을 보존하고 가꾸는데 소홀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 훈장님은 세간의 눈으로 보면 이색적인 분입니다. 언론에서 출연 섭외가 옵니까?
KBS 인간시대를 비롯하여 많이 옵니다. 하지만 응하지 않습니다. 괜히 신기한 모습으로만 비칠 뿐이기 때문입니다. 인간 내면의 옳음을 추구하는 것에 방점이 찍힌 취재가 아니라 단순 흥미 거리로만 다루기 때문입니다. 청학동 서당마저 돈벌이에 급급해 시류에 영합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곳 서당에서 대안학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교육 중점이 무엇입니까?
청소년진흥법에 의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인증 받아 교육하고 있는 곳입니다. 매주 상당수의 초중고 학생들이 전국에서 몰려옵니다. 오늘날 황금만능주의 시대관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한 청소년들의 맘이 옳지 못한 방향으로 가치가 전도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그래서 올바른 사람, 가치 있는 인간 지향을 교육 목표로 사자소학 교육을 통한 효의 실천과 전통문화 체험을 통한 역사관과 한국 문화관을 배양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대담 도중 밖이 시끄러웠다. 그날 입소가 예정된 학생들의 버스가 도착한 것이었다. 마당으로 나왔다. 서당엔 매화꽃이 분분했다. 서 훈장은 나를 해맑은 웃음으로 배웅했다. “꼭 다시 한 번 오십시오.” 서당의 온 식구가 떠나는 나에게 따뜻한 맘을 담아 바람에 하늘거리는 꽃잎같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지리산 청학동 하늘이 맑게 빛나고 있었다.
변상문 전통문화연구소장 (02-794-8838, sm290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