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원하는 국감은 '수준 높은 경제학 토론회'가 아니다
[뉴스핌=김민정 기자] 균형재정승수, 조세탄성치, 트리클 다운 이펙트, 계량분석, 학계의 공감대….
지난 16~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실시한 기획재정부 국정감사는 경제학 학술세미나를 연상케 했다. 세미나에서나 나올 법한 단어들이 의원들의 입을 통해 쏟아졌다.
의원들은 정세은 충남대 교수, 김유찬 홍익대 교수, 원윤희 서울시립대 교수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세율인상을 통한 증세와 관련해 열띤 토론을 펼치기도 했다.
기재위에는 유난히 경제학 교수 출신 의원들이 많다. 나성린·이만우·안종범·홍종학 의원 등이 경제학자 출신이다. 재정·경제정책에 관한 국회의 의사결정기능을 맡고 있는 기재위에 경제학적 지식과 소양을 갖춘 국회의원들이 많다는 것은 분명히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1년에 단 이틀, 국회가 국민을 대표해 정부부처와 정책에 대해 질문하고, 비판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국정감사에서 그런 토론이 필요했는지는 의문이다. 정말 필요했다면 국정감사에서가 아니라 그 전에 의견이 다른 의원들이 미리 학자들을 초청해 세미나를 갖고 토론을 했어야 하지 않나.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기재부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더 나은(최소한 낫다고 생각되는) 정책을 제시해야 하는 게 아닐까?
국정감사 현장에서는 필연적으로 어떤 이슈에 대한 의원들의 입장 차이를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정책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을 놓고 그들끼리 누구 말이 옳은 지, 그른 지를 가리는 게 아니라 각자의 기준에서 현재 정부가 올바르게 정책을 펼치고 있는 지를 추궁하는 것이 국정감사다.
참고인으로 참석한 교수와 한 의원이 ‘물 만난 물고기’ 마냥 논쟁을 이어가자 다른 학자 출신 의원들도 ‘무엇은 경제학상 맞고, 무엇은 틀렸다’며 너나 할 것 없이 손을 들고 자신의 학식을 자랑했다. 이번 국정감사의 또 다른 주인공인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한 순간 아무 말 없이 그들의 토론을 지켜보는 방청객이 됐다.
흔히 옷을 잘 입으려면 TPO(시간(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를 지키는 것이 기본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기재부 국정감사는 '수준 높은 경제학적 토론'이라는 멋진 옷을 입고도 옷 잘 입었다는 소리는 못 듣는 이벤트로 남을 것 같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