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부 최영수 차장 |
대기업 구매담당 과장은 A사의 IR 담당 임원을 불러 해명을 요구했고, 경위서까지 쓰게 했다. 자사의 신제품을 홍보했다가 반성문까지 쓴 셈이다.
휴대폰 부품을 제조하는 B사는 요즘 자사의 실적 관련 기사가 나올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수주가 줄었던 지난해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호전됐는데 외부에 알려지는 게 두렵다.
상장사의 실적 호전은 호재지만 수익성이 높아진 게 알려지면 발주사인 대기업이 제품단가 인하를 요구할 게 뻔 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은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실적이 나아지더라도 대기업의 눈치를 보느라 하루도 마음이 편치 못하다. 보도자료까지 일일이 통제받는 곳도 적지 않다.
투자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소재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협력업체의 이익을 제한하는 부당한 행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자본시장법이나 공시관련 규정상 협력업체의 IR활동을 부당하게 통제하는 행위에 대한 제재규정이 없다. 때문에 금융당국이나 거래소가 이를 제재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불공정행위로 보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할 수도 있겠지만, 대기업과 거래를 유지해야 하는 협력업체로서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최근 금융당국이 ‘코스닥시장의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제시했지만 기업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과는 거리가 한참 멀기만 하다. 코스닥시장위원회의 위상 제고도 좋고, 전문성 강화도 좋지만 기업들이 당장 원하는 것은 그리 대단한 것들이 아니다.
그저 내가 고생한 만큼 합리적인 보상을 받고, 대기업 눈치 보지 않고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알릴 수 있기를 원한다. '현장에서 답을 찾으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처럼 정부는 기업현장의 애로사항에 더욱 귀를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
박근혜 정부가 중소·벤처기업들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창조경제'를 외치고 있다. 결국 경제민주화가 밑바탕이 되지 않으면 창조경제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것이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