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월관'은 일제 강점기 가장 유명했던 요정 중 하나다. 현 동아일보 자리에서 창업했다. 성업 중 불이 나 지금의 피카드리 극장 자리로 옮겼다. 협객 김두한이 단골로 드나들던 집이다.
이 명월관으로부터 약 5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서울시 식당 등록 1호 오진암(梧珍庵)이 있었다. 오진암은 50년대부터 90년대까지 길상사로 바뀐 대원각, 서울시가 복합 문화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는 삼청각과 함께 서울시 3대 요정으로 불리었다.
박정희 정부시절 이곳에서 이후락과 북한의 박성철이 7.4 남북공동성명을 논의한 자리이기도 하다. 3대 요정 모두 암(庵), 각(閣) 등 절과 관련 있는 글자를 쓴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아무튼 오진암은 2010년 재정난을 이기지 못하고 폐업했다. 서울시가 당시 건물을 매입해 부암동에 문화공간으로 복원 중이다.
헐린 오진암을 중심으로 반경 300미터 이내에 국악 라이브 카페가 성업 중이다. 지음(知音), 여유당(旅遊堂), 려향(麗響), 락(樂), 아리랑, 등이 대표적인 가게다. 이곳엔 한복 입고 술 따르는 기생은 없다. 전문 소리꾼이 고객들에게 즉석에서 판소리 눈 대목 또는 민요 한 가락을 불러 준다.
흥이 나면 전통 춤도 보여 준다. 과거 요정이 밀폐된 공간에서 장사를 했다면, 국악 라이브 카페는 개방된 공간에서 소리꾼과 고객이 함께 어울려 논다. 가격대도 저렴하다. 먹기 나름이지만, 개인 당 2만 원이면 서운치 않게 먹고 마시며 전통 문화를 즐길 수 있다.
각각의 집은 모두 제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다. 지음(知音)은 북인사동에 있다. 전문 남도 소리꾼이 운영하는 곳이다. 편안한 사람과 육자배기, 자진 육자배기, 개고리 타령을 들으면서 담소하기엔 그만이다. 육자배기 가사처럼 ‘...거나(응 그렇구나. 알겠다 네 입장을...’하면서 서로의 애환을 달래주다 보면 사랑은 농익고 우정은 깊어지는 집이다.
인사동 여유당 [사진=인사동 여유당 카페 캡처] |
요즘 술집에 가면 기생은 없고 나무기생만 있다. 황진이처럼, 계월향처럼 시서화가무악(詩書畵歌舞樂)으로 세파에 찌든 대장부의 흉금을 위로해 주는 기생은 없고, 성형 수술한 똑 같은 코를 가진 붕어빵 미인들이 젓가락질로 안주 값만 올리는 영업 기생만 있을 뿐이다.
아! 미치도록 더운 여름 날, 내 가슴을 시원하게 해 줄 이 시대의 황진이와 계월향은 어디에 있는가! 여몽환포영(如夢幻泡影)! 노래하는 한량 돼 해어화 속속곳에 난(蘭)치고 시(詩) 한 수 휘갈기고 싶다.
변상문 전통문화연구소장 (02-794-8838, sm290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