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택 강릉 오죽헌 |
그 중 나를 가장 편하게 해주는 것이 몇 백 년 된 고택(古宅)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눈에 보이는 것들이 콘크리트 건물이거나 유리뿐인 환경을 벗어나 오래된 마을에 자리하고 있는 고택을 방문하면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유감스럽게도 서울에는 고택이 없다. 안국동 윤보선 前 대통령이 살았던 집 정도가 고택인데 평소 개방하지 않아 가보지 못했다. 서울 고택을 말하려면 가회동 31번지북촌 한옥 마을을 빼 놓을 수가 없는데 유감스럽게도 그 곳엔 고택은 커녕 한옥도 없다.
극히 일부 몇 채를 제외하고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지어진 불법 기와집만 돈 자랑하며 위용을 떨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행정당국이 앞장서 거 무슨 ‘게스트 하우스’니, ‘한옥 체험’이니 하는 말장난으로 불법 상행위를 방조하고 있으니 속이 상해도 이만 저만 상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주말을 이용해 고택을 찾아 서울을 떠난다. 고택 여행은 수도자가 삼매에 들었을 때 기분이 이럴까 할 정도로 신나는 일이다.
몇 백 년 된 고택 마루에서 음전한 종부(宗婦)가 내온 점심상을 먹은 후 종손(宗孫)과 차 한 잔 나누다 보면 세상사 시름을 다 잊는다. 특히 그날 저녁 대박이 터져 고택에서 하룻밤 묵으며 종손과 술 한잔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을 때는 풍류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 그 이상의 행복스러움이 없다.
이번 여행기는 그동안 헤 본 고택 체험 중에서 풍수지리와 풍류기운이 서려있는 강릉 오죽헌, 선교장, 논산 윤증 고택에 얽힌 사연과 사랑방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