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일본의 중소기업에 대해 들어 봤습니다. 전영수 교수님이 얼마 전 사카키바라 교수와 인터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터뷰의 연속이라고 생각하고 말씀 부탁드립니다.
전영수 한양대 교수 : 아베노믹스에 대한 의견이 많으니 그 동안 논의하지 않았던 부분을 말해 보겠습니다. 아베노믹스는 경제정책이라기 보다는 정치적 결단이라고 봅니다. 결단의 농축입니다. 엔고현상을 엔저현상으로 바꾼 것을 아베노믹스라고 많이들 이해하고 있습니다. 금융완화, 재정출동, 성장전략. 이 세가지는 엔저 유도를 위한 3가지 키워드입니다. 하지만 이 3가지는 과거에도 써왔던 것입니다. 특별할 것이 없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일본이 과거 정책을 통해 뭔가를 학습했다는 것입니다. 금융완화는 규모가 커졌습니다. 제로금리 뿐 아니라 포괄적으로 확대했습니다. 금융완화는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지금 결정해도 가시적 효과는 올 하반기에 나타날 것입니다.
이로 인해 오히려 아베 정부가 실기했다는 비난이 있습니다. 정부가 재정을 풀어 SOC에 투자하면 바로 효과가 나타납니다. 성장전략은 산자유주의 정책의 실현수단으로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가 핵심입니다. 내수가 아니라 해외에 투자한다는 의지입니다. 이 세가지는 과거에도 썼던 것입니다. 일본정부의 재정적자는 과거 이런 사례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확인 가능한 것은 3가지를 써도 과거 디플레이션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아베정권은 시간이 갈 수록 지지율이 올라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아베노믹스는 새로운 승부수로 보여집니다. 내각제인 일본에서 수상의 권한이 크지 않습니다. 이런 정치 구조에서 아베 총리가 구사하는 레토릭은 강력합니다. 이는 아베가 이전에 실패한 학습효과를 반영한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아베는 단순한 총리제가 아니라 한국보다 강력한 정치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한국도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인사문제로 불협화음을 보입니다. 일본에서 이런 상황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아베노믹스를 승부수라 했지만 한편으로는 자충수가 될 수 있습니다. 물가 인상 2% 가능하겠지만 실질적으로 가계의 임금인상이 동반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습니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런 가능성을 염두해야 합니다. 물가상승과 임금인상분에 대한 문제로 아베노믹스를 반대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물가인상이 임금상승으로 연결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출구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란 것도 인식해야 합니다. 경기 부양을 위해 확대 정책을 폈는데 시중에 공급한 유동성을 어떻게 환수할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 사카키바라 교수에게 묻겠습니다. 한국에서는 한국은행이 지난 주 금리를 동결했습니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엇박자 내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 중앙은행은 지금까지 시장의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중앙은행은 금리를 인하했습니다. 버블이 발생했을 때 시장에서는 선제적 조치를 해야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일본 중앙은행은 이에 대해 늦게 반응했고 결국 금리 인상 타이밍을 놓쳤다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1990년대 이후 버블현상이 진정된 후 금융정책을 편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1999년에 제로 금리를 선언했습니다. 1993년부터 제로금리 이야기가 나온 것을 고려하면 중앙은행이 약 7년 간 책임을 방기한 것입니다. 구로다 일본 중앙은행 총재는 채권이나 펀드도 사겠다고 말했습니다. 중앙은행이 해야 할 일인가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일본 중앙은행이 균형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이유로 앞서 승부수이면서도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입니다.
사카키바라: 작년 12월에 자민당이 3년에 걸쳐 세를 잡았습니다. 지난해 이후 60~70% 국민 지지를 받았습니다. 일본 정치 상황에서 높은 지지율입니다. 다음에 있을 선거에 주목해야 합니다. 오는 7월 참의원 선거에서 결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주목할 점은 아베노믹스를 펴는 아베 총리가 과거에는 볼 수 없는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입니다. 구로다 일본 중앙은행 총재는 아베 총리에 의해 선임됐는데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일본은 현재 엔 절상/절하 폭에 비교적 만족하고 있습니다. 현재 경제가 성장 단계에서 성숙 단계로 가고 있습니다. 이는 생존하기 위한 전략과 맞물려 있습니다. 제조업 분야에서 서비스업으로 산업 중심이 옮겨 가고 있습니다. 일부 중소기업은 성장에서 성숙으로 가는 패러다임 전환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일본 제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중국이나 인도로 재조 기반을 옮겨야 할 것입니다. 세계화에 기반을 둔 경영을 하지 않으면 실패할 것입니다. 일본 뿐 아니라 한국도 내수시장 뿐 아니라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윤창현: 미국의 대표적 일본 전문가인 제럴드 커티스 교수가 아베는 세 개의 화살을 하나의 과녁을 향해 쐈다고 말했습니다. 아베가 경제문제를 헌법 개정 등은 뒤로 보내고 경제 문제에 집중해 성공적인 것 같다는 말이었습니다. 아베는 세 가지의 아젠다를 하나로 동시에 제시했습니다. 이전에 미국을 보고 배운 듯합니다. 오늘도 그런 측면에서 비슷한 점을 느꼈습니다. (4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