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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문의 風流여행기] 무당④ 남해안 별신굿

기사입력 : 2013년03월25일 09:38

최종수정 : 2013년03월26일 09:56

 

통영은 파도가 잔잔하고 사철은 온난하여 매우 살기 좋은 곳이다. 조야스럽고 거친 풍토도 있지만 바닷빛이 고운 탓으로 통영갓, 통영 소반 등 섬세하고 탐미적인 수공업이 발달한 도시다. 

손금 같은 길을 따라 부챗살처럼 펴진 도시는 지방 소도시였지만 마치 활어회처럼 퍼뜩이며 싱싱하게 살아 있었다. 박경리, 김춘수, 유치환, 윤이상 등 대한민국의 걸출한 문학과 예술가를 배출한 통영은 지방 소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깊은 울림이 있다.

초겨울 안개비가 빛바랜 단풍잎을 촉촉하게 적시는 오후. 나는 청마 유치환의 사연이 슴밴 중앙 우체국 빨간 우체통에서 11대째 세습무로 살아오는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82호 ‘남해안 별신굿’ 정영만 일가의 역사 엽서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피리부는 새끼무당으로 불리었던 정영만이 이제는 바다를 풀어 먹이는 대사산이(통영 굿판에서 가장 큰 악사를 일컽는 말)가 돼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 또한 아들 딸들을 데리고 무당가를 이뤘다. 여수에 집결했던 호남의 음악이 통영으로 건너와 교섭했다. 

그래서 통영의 음악은 남해안 전체의 음악을 집적한 것이다. 그 통영 음악이 11대를 이어온 무가의 장손 정영만의 별신굿 속에 남아 잃어버린 음악사의 열쇠가 돼, 울가망스럽게 피멍든 어민들의 마음을 얼러주고 달래주며 해원해 주고 있다.

겨울을 재촉하는 빗줄기는 애저녁이 되면서 더욱 세차게 퍼부었다. 그러나 통영 앞 바다는 잔잔했다. 양동이로 쏟아붇는 것 같은 비를 맞은 채 먼 바다를 바라보며 가녈가녈한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대모(굿을 주관하는 무녀 중 큰 者) 이선희씨의 외장거리가 시작됐다. 용왕을 불러 내 임진왜란 때 죽은 혼, 1974년 순국한 해군 160명의 꽃같은 영혼들을 달래주고 있었다. 대나무 신장대에 매달린 하얀 명주천엔 그러한 혼들이 들러붙어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바닷가에서 외장거리 굿으로 시작한 '남해안 별신 굿'은 전수관 실내에 굿당을 차리고 용왕을 모셨다. 용왕을 모시는 과정은 엄숙했다. 하이얀 명주천으로 용왕길을 만들고 그 위에 神광주리를 띄웠다. 신장대를 흔들며 애잔한 선율과 가락을 부르는 대모의 음색에서 슬픔과 흔연이 동시에 자맥질 했다.

나는 용왕께 복을 빌었고, 무녀는 그런 나에게 복을 내려줬다. 무녀는 한이 맺힌 혼들을 神광주리에 승선시켰다. 대모는 그런 혼들에게 모든 것 내려 놓고 중음신을 벗어나길 간절한 맘으로 기도했다. 맘이 구름 위를 둥둥 떠가고 있었다.

백두산 산신, 지리산 산신 등 힘있고 빽있는 신들을 모두 불러내 병살풀이 액땜풀이를 했다. 대모와 승방(무녀의 또다른 호칭)이 관객을 불러내 엎드리게 한 후 명태로 등을 쓸어주며 살(殺)을 풀었다. 대사산이 정영만과 장녀 정은주, 장남 정석진, 막내 정승훈, 이현호, 김성훈이 해금, 피리, 대금, 북, 징을 치고 불면, 대모 이선희와 승방 최행자는 소리를 했다. 관객들은 이들이 풀어내는 복을 받아 먹으며 하나가 되어 갔다.

전통의 이어감은 대학교 강의실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릎팍과 무릎팍 사이에서 전해진다는 어느 교수님의 말씀이 굿거리 장단에 맞춰 먹물을 들어 붇 듯 우리들 가슴팍으로 들이치고 있었다.

그랬다. 천대받던 세습무 정영만 일가는 박제된 공간이 아닌 거친 들판에서 우리들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켜 온 이 시대의 국가대표 무당가로 우뚝 서 있었다. 그런 정영만 일가와의 만남은 내 인생에 가장 의미있는 일중의 하나가 됐다. 신명의 굿판이 끝난후 흥은 나인선의 교방춤, 박월산의 학춤, 김운태의 채상소고춤으로 이어졌다. 굿은 뒤풀이를 위해 있다는 말이 실감났다.

국악 학생들과 함께 부른 '단장의 미아리 고개'가 6.25 전쟁 중 영양실조로 굶어 죽은 딸을 미아리 언덕에 호미로 파고 묻었다는 작곡가의 슬픈 사연이 골팽이처럼 꼼질대며 애절하게 와 닿는가 하면, 진도아리랑 등으로 이어진 노래자랑은 진양조에서 중모리 중중모리 휘모리로 래프팅돼 갔다.

삼경을 훌쩍 넘긴 시각에 숙소에 여장을 풀고 창밖에 펼쳐지는 비내리는 바다를 보았다. 속뜰 저 깊은 곳에서 커억 커억 대며 뭔가 꾸역꾸역 올라오고 있었다. 그것은 이녁 사랑가였다. 숯가루를 뿌려 놓은 것 같은 까만 밤이 사무치게 사랑스러웠다.

더질더질 돌돌(咄咄)

변상문 전통문화연구소장 (02-794-8838, sm29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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