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판은 ‘여러사람이 모여 떠들썩 하거나 신명나는 구경거리가 있는 장소’다.굿쟁이는 ‘굿판에서 자신이 즐겁고 놀고, 보는 사람을 재미나게 해주고, 굿판을 관장하는 귀신도 신나게 해주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니까 소포리는 굿쟁이들이 사는 굿판인 것이다.
이 마을은 주민 전체가 굿쟁이다. 400여 명의 굿쟁이를 모두 소개할 수 없어 대표적인 굿쟁이 몇분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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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례(왼쪽)의 흥그래 타령 |
한남예(여, 80세). 하늘이 거두어 간 천구성의 목소리 만정 김소희도 함부로 그 녀 앞에서는 소리자랑을 할 수 없을 정도의 국창급 소리꾼이다. 특히 ‘엄매 엄매 우리 엄매 왜 날 낳았소. 낳거들랑 글공부나 시키지 왜 일공부를 시켜 날고생을 시키나’하는 진양조의 흥그래 타령을 듣고 있노라면 한의 눈물이 저절로 난다. 세월이 불러낸 농부 소리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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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 이민영이 단가(판소리하기 전 목 푸는 노래) '사철가' 부르는 모습 |
이민영(남, 74세). 소설 토지에 나오는 주갑이를 연상케하는 풍신 좋은 천상의 소리꾼이다. 1976년 KBS 국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바 있다. 초상집에서 상주의 슬픔을 달래는 진도 ‘다시래기’의 전수조교이기도 하다. 그가 부르는 육자배기나 사철가는 선승이 확철대오한 후 읊는 게송같은 신령스러움이 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박(拍)을 타고, 손짓 하나 하나에 율(律)이 실려있다. 게다가 한학에 서예까지 구비한 선비여서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서 살아있는 화담 서경덕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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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기 등이 '대현 엄매의 사랑' 공연 중 대현이 아버지 함 파는 대목 연습 장면 |
이외 김내식(남, 78세) 설북, 조열환(남, 73세) 상쇠, 홍복동(남, 83세) 상모, 주동기(남, 77세) 상여소리, 하귀심(여, 65세) 강강술래 등은 콩나물 대가리와 오선보(五線譜)의 그물에 걸리지 않는 야생 그 자체다. 시간의 지문이 묻어 있는 그들의 소리와 춤에는 우리 모두의 삶이 응축 저장돼 있다.
김병철(남, 49세). 자칭 타칭 소포리 문화이장이다. 고등학교를 목포에서 지낸 것 말고는 줄곧 소포리에서 살고 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이 마을 주민들의 풍류를 보배로 꿰어낸 기막힌 기획 연출가다. 어떤이는 그를 댓님하기엔 남고, 허리끈 하기엔 모자란다고 하지만, 그가 있기에 수백년 전의 풍류를 만날 수 있고, 수백년 후의 너름새 풍류를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