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박민선 특파원] "정책보다는 자신의 캐릭터로 유권자에게 호소한다"
최근 미국의 주요 일간지인 뉴욕타임즈(NYT)가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기사를 다루며 언급한 부분 중 일부다.
현 상황에서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 중 한 사람으로 거론되는 그를 표현하기에 가장 뼈아프면서도 정확한 지적일지도 모른다. 향후 5년동안 한 국가를 이끌어가겠다는 인물이 주요 이슈들에 대한 입장과 향후 국가운영 정책을 분명히 밝히지 않은 채 이미지만으로 호소하고 있다는 것은 결코 적절한 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발 더 나아가 생각한다면, 이러한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비단 박 위원장 뿐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현재 미국에서는 공화당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사실상 대선후보로 굳어지면서 대선의 '링' 위에는 이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후보가 올라 있는 상태다.
공화당은 지난 수개월간 예비경선인 프라이머리(당원, 비당원 포함), 코커스(당원)를 통해 새로운 대안 세력으로서의 가능성을 유권자들에게 어필해 왔고 각 후보간의 치열한 검증 역시 자연스럽게 이뤄져왔다.
특히 이 과정에서 현 오바마 정부의 공과(功過)를 평가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수반돼 유권자들은 과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갈 적임자가 누구인지를 스스로 판단할 기회를 갖게 된다.
반면 미국 대선 불과 한달 후에 치러지는 한국의 대선판도에는 여전히 '잡히는 것'이 없다.
정책 및 인물에 대한 검증은 커녕 아직 양 측의 후보군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한쪽에서는 이제서야 룰에 대한 논의로 소음이 일고 있고 한쪽은 아직까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인물조차 눈에 띄지 않은 채 '설(說)', '설(說)', '설(說)'만 판치는 형국이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주기적으로 발표되는 지지율 조사라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지금까지의 대선을 떠올려보자. 한 국가를 책임지고 운영할 지도자를 선출하는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누가 어떤 철학을 바탕으로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것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표를 행사한 유권자가 얼마나 될까.
대통령 선거는 일개 드라마의 주인공을 뽑는 '캐릭터전'도, '얼짱'에게 유리한 반장선거도 아니다.
서로 눈치보기만 반복하며 시간만 끌기에는 이미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이번 선거를 통해 자신의 뜻을 펼치겠다는 인물이라면 그것이 누구든지 정당하게 링 위에 올라 지금부터 승부를 펼쳐야 한다.
'먼저 나서는 것이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지는 않을까'하는 노파심을 이유로 더 이상 늑장을 부리는 것은 그들을 검증해야 할 유권자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과 같다.
유권자가 보고 싶은 것은 후보들의 '이미지'가 아닌 그들의 '능력'이다. 이 나라의 지도자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일단 링부터 올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