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균형자론 VS 냉전시대 한미동맹으로의 회귀
한미FTA 비준 이후의 대한민국호는 과연 어디로 갈까?
우리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한미FTA가 지난 22일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의 기습적인 직권상정과 가결로 최종 비준절차를 마친 채 발효만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현 상황에서 동북아 균형자론을 주요 국정목표로 세운 노무현 FTA와 한미동맹 강화를 핵심 외교안보정책으로 삼고 있는 이명박 FTA의 차이점을 살펴보는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경제적 관점은 물론, 외교안보적 관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실 노무현 FTA와 이명박 FTA의 차이점을 문구나 조항으로 구별해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물론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인 2008년 4월 '쇠고기 파동'이나 지난해 재협상 과정에서 빚어진 국회파행과 사회적 갈등이 한미FTA로 인해 빚어진 것임을 감안하면 재협상이라는 과정 자체만으로도 노무현 FTA와 이명박 FTA는 상당한 차이점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3일 타결된 재협상 내용은 미국 측의 요구로 자동차 분야를, 한국 측의 요구로 의약과 돼지고기 분야의 개방속도를 늦춘 것이 주요 골자다. 큰 틀에서만 보자면 전체 협정문의 일부분에 불과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노무현 FTA와 이명박 FTA의 차이점의 핵심은 협정문의 개별 조항이나 문구보다는 한미FTA를 추진한 배경에 있다.
2007년 8월 초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에서 지지세력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미FTA를 추진하게 된 배경에 대해 오프더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입을 열었다. 당시 자리에는 노 대통령이 애정을 갖고 심혈을 기울였던 국정홍보처의 국정브리핑 관계자들이 배석했다. 당시 노 대통령 발언의 요지는 이랬다.
◆ 노 전 대통령 “한미FTA를 대미·대중관계 지렛대로 활용”
‘현재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중국의 교역비중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경제뿐만이 아니다. 정치안보 측면에서도 북한과 한반도 문제와 관련된 중국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의지해온 한미동맹은 현재 정치적, 안보적 관점에서는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중국으로의 쏠림현상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국익을 도모하고 동북아시아에서 균형자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경제적 동맹 강화를 통해 중국으로의 편중을 극복해야 한다. 즉 대중관계는 미국을 이용하고, 대미관계는 중국을 이용할 수 있어야 적절한 균형이 이뤄진다는 말이다. 한미FTA를 추진하게 된 배경이 바로 이것이다’
노 전 대통령도 재협상의 필요성을 언급한 적이 있다. 그는 퇴임 이후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한미 간 협정을 체결한 후에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우리 경제와 금융제도 전반에 관한 점검이 필요한 시기이며, 한미FTA 안에도 해당되는 내용이 있는지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고, 고쳐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김현종, 한미FTA를 말하다') 상황변화에 따라 미국 국익이 아닌 우리나라의 국익을 고려한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 이 대통령 “한미FTA로 한미동맹 강화”
반면 이명박 FTA는 추진배경부터 차이가 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월 17일 방미 직후 라디오연설을 통해 "한미FTA를 계기로 한미동맹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며 "저는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을 축으로 새로운 태평양시대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미FTA를 적극 추진한 배경이 한미동맹의 강화와 연장선상에 있음을 강조한 발언이다.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의 핵심 중 핵심은 한미동맹 강화와 복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노무현 정부 때 2012년 전환하기로 했던 전시작전통제권을 2015년으로 연기한 것이다. G2 국가로 부상한 중국과의 관계가 삐걱거리게 된 것은 한미동맹 강화라는 친미일변도 외교정책이 가져온 당면한 결과물이다.
지난 18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미국의 반 중국 연대에 대항해야 한다며 "미국 편에 서서 중국을 압박하고 배척하는 국가에는 중국 경제에서 이득을 얻을 기회를 잃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가 지적한 국가가 어느 나라를 가리키는 지는 자명하다.
21세기의 시대상황과 국제질서 변화에 적극 대처하고 한반도, 나아가 미중일러가 세력다툼을 벌이는 동북아시아에서 소외를 극복하고 주도권을 갖기 위한 전략과 준비가 시급한 지금, 이명박 FTA 비준이 가져올 후폭풍이 우려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정경부 부장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