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문형민 기자] 정병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전경련은 쇄신할 이유가 없다"며 자신에게 쏟아지는 사퇴 요구를 무시했다가 더 큰 역풍을 맞고 있는 것.
정 부회장은 지난 8일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회장단 회의 후 브리핑에 나섰다.
"전경련 쇄신에 대한 요구가 거센데 방안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전경련은 쇄신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한 후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달라"고 했다.
"인적 쇄신 계획은 없느냐"는 거듭된 물음에 대해서도 그는 "(인적 쇄신은) 회원사들이 결정할 사항이지 내가 이 자리에서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정 부회장은 이승철 전무와 함께 소위 '양 철'로 불리며 전경련 쇄신의 주요 대상으로 일각에서 지목되고 있다. 회원사와의 교감 부족, 정부 정책과의 조율 기능 부재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한다는 여론의 화살을 맞는 상황이었다.
이날 질문 역시 이를 반영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잘하고 있는데 왜 그러냐는 식으로 답했다.
쇄신할게 없다고 힘줘 말했던 그가 발언 10여분 뒤 부랴부랴 전경련 직원을 내세워 해명성 발언을 내놓았다. 자신이 발언이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되자 수습에 나선 것. 전경련이 변해야 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적에 대해 자신의 발언이 정면배치되는 것으로 해석되는 분위기를 읽어서다.
그는 "전경련 산하인 한국경제연구원이 이달 말 전경련의 비전과 미래에 대해 토론회를 열 예정"이라며 "각계각층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전경련 직원도 당황했다. 이 직원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같네요"라며 "정 부회장 개인으로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겠지만 회장과 조직을 생각해야할 때"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설립 50주년을 맞은 전경련. 산업화 과정에서 전경련은 정부와 재계의 가교역할을 하며 우리 경제를 성장시키는 가교역할을 했다.
그렇지만 날이 갈수록 대기업들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단체라는 비판을 받아왔고 급기야 부도덕한 일부 기업들의 행태에서 비롯됐지만 확산되는 반기업 정서에 대해서도 이렇다할 대응책도 내놓지 못해 회원사 내부로부터도 고운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전경련의 발전적 해체론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는 "전경련이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 검토해 보겠다"고 몸을 낮췄다. 전경련의 해체론과 쇄신론. 지금 필요한 것은 쇄신론이다.
정병철 부회장은 자신의 발언과 허 회장의 국회 답변, 대통령의 지적에 대해 그 상관관계를 잘 따져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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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문형민 기자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