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운용 관리하는 외환보유액이 최근 2년간 환율하락으로 40조원 이상 평가손실이 났으며, 미처리된 숨은 손실이 무려 20조원대에 달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정부와 한국은행이 무리한 환율방어와 더불어 무조건 늘리자는 식의 외환보유액 관리정책에 따른 부작용으로 향후 적정 외환보유액을 운용함으로써 그에 따른 국민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3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윤건영 의원(비례대표)은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지난 2004년과 2005년, 2년 동안 환율하락으로 인해 외환보유고의 가치가 무려 40.3조원 하락하였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년간 경상 GDP 증가분 81.9조원의 절반에 육박(49.2%)하는 엄청난 규모이다.
환율상승으로 외환보유고 가치가 상승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2003년의 경우 연말 환율 상승에 힘입어 7.3조원의 가치상승이 있었다. 그러나, 외환보유고가 1천억원을 넘어선 2001년부터 2005년말까지 합계해보면 총 외환보유고 가치는 41.4조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 외평기금은 이미 손실처리 완료, 한국은행은 손실에 반영 안 해
외환보유고는 관리주체에 따라 둘로 나뉜다. 우선 최근 17.8조원의 누적손실과 불법 ․ 편법 파생금융상품 거래 등으로 감사원 감사 직전까지 갔던 외국환평형기금이 관리하는 외환보유고가 있다. 그리고 한국은행이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외환보유고가 별도로 있다.
2005년말 현재 우리나라가 보유한 총 외환보유고는 2,103억9천만달러인데, 이 중 462억8천만달러가 외평기금의 몫이고 나머지 1,641억1천만달러가 한국은행의 몫이다.
그러면 40.3조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외환보유고 가치하락은 어디로 간 것인가? 외국환평형기금은 예산회계법과 기금관리기본법에 정해진 대로 기업회계기준을 적용하여 매년 당기손실로 처리한다. 잘 알려져 있는 외평기금의 누적손실 17.8조원 안에 외환보유고 가치하락에 대한 손실도 이미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사정이 좀 다르다. 한국은행은 자체 내부회계규정에 따라 이를 손실로 처리하지 않고 대차대조표상의 ‘자산 ․ 부채’ 계정(외환평가조정금)에 쌓아두었다. 나중에 환율이 상승해서 이익이 생겼을 때 정산하기 위함이다.
한국은행이 이러한 특이한 회계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이유는 한국은행이 손실이 났을 때 정부가 메워주고 이익이 나면 정부에 세입으로 납부해야 하는 규정 때문이다. 즉, 환율 변동에 따라 몇 조원 단위로 정부 예산이 휘둘리게 되는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 한국은행, 숨어있는 손실 23.1조원
단순히 생각해서 환율이 100원 하락하게 되면 한은 몫 외환보유고 1,641억달러의 가치는 무려 16.4조원 하락한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특별한 회계규정 덕분에 이러한 가치변동분을 손실에 반영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은행의 이익 또는 손실은 최대로 잡아봐야 연간 몇 조원 단위에서 움직이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이렇게 손실처리하지 않고 외환평가조정금 계정에 쌓아둔 누계 금액은 2005년말 현재 18.3조원, 그리고 2006년 상반기말 기준으로는 무려 23.1조원에 달한다.
윤건영 의원은 “지난 외환위기 이후 우리 정부와 한국은행은 외환보유고를 ‘다다익선(多多益善)’의 단순 논리로만 접근해왔는데 이것이 최근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통화안정증권 급증으로 인한 한국은행 적자문제, 외평기금 적자문제, 국가채무 급증 문제가 모두 수출지상주의에 목맨 재경부의 무리한 환율방어와 한국은행의 막연한 외환보유고 쌓기에 그 원인이 있다는 것.
◆ 외환보유고, 다다익선의 논리에서 벗어나야
윤건영 의원은 “외환보유고가 많으면 그만큼 우리 경제에 부담도 생길 수밖에 없는 만큼 한국은행이 다다익선의 논리에서 벗어나 적정한 외환보유고의 규모를 정밀하게 측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