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경 강서점으로 이동 시작…MBK 지원 속 적극적인 투자로 성장 기대
[뉴스핌=함지현 기자] "투자 여력이 없어 우리쪽에 대한 투자가 미미했던 테스코를 대신해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적극적인 투자를 약속한 만큼 앞으로 홈플러스가 더 나아지지 않겠습니까. 투자 뿐만이 아닙니다. 테스코는 영국 회사였기 때문에 한국인 CEO를 발탁하는 등 토착화를 시도했음에도 여전히 우리나라의 실정을 다 반영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MBK파트너는 토종 사모펀드인만큼 국내 실정에 잘 맞는 진짜 토종 홈플러스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홈플러스가 오는 4월경 본사를 강서점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강서시대를 준비하는 홈플러스 내부 관계자들은 이같은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토종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라는 동반자를 만나 새로운 시대를 맞게된 홈플러스. 인수 초기에는 단순히 비용적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했던 홈플러스의 본사 이전도 이제는 단순한 본사 이전의 의미를 넘어서게 됐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처럼 그동안 국내 경기 악화와 유통산업 규제, 테스코의 자금 사정으로 인한 투자 축소 등으로 성장이 정체됐던 홈플러스가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이르면 4월경 홈플러스 '강서시대' 열려…MBK 지원도 '든든'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홈플러스 본사의 모습. <이형석 사진기자>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현재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본사를 강서점으로 이전하기 위한 리모델링을 진행 중이다. 홈플러스 내부에서는 이 공사가 내년 2월경 마무리되고 4월부터는 본격적인 이사를 시작할 것으로 보고있다. 이사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더라도 내년 4~5월에는 본격적인 홈플러스의 '강서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MBK파트너스에 매각되기 이전인 2013년부터 임대료 등 고정 비용을 절감하자는 차원에서 추진 된 이번 이전에는 약 550억원이 투자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본사의 위치가 매장과 떨어져 있었지만, 본사를 강서점으로 옮기면서 서로 간 시너지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최대주주 MBK의 지원도 든든한 뒷배경이 될 전망이다.
홈플러스는 테스코의 투자를 받으며 급격히 성장했다. 1999년 점포 2개, 업계 12위로 시작했던 홈플러스는 테스코의 지원을 받으며 3년 반 만에 2위로 성장했다. 1999년 당시 1140명이던 홈플러스 직원은 현재 2만6000명으로, 2500억원이던 매출은 10조원대 까지 올랐다. 하지만 테스코가 과다한 부채 상환 문제를 겪으면서 투자가 꺾이자 홈플러스의 성장세 역시 꺾였다.
지난 2000년 5627억원, 2002년 2조1469억원, 2006년 5조5385억원으로 급격히 성장하던 홈플러스의 매출액은 지난 2011년 9조9301억원으로 최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그 이후 2012년 9조9199억원, 2013년 9조8935억원, 2014년 9조4699억원으로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했다.
새롭게 대주주가 된 MBK측은 향후 2년간 1조원을 투자하는 등 앞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회사의 가치를 높여 나갈 방침이다.
투자는 대형마트 신규 출점, 기존 점포 리모델링, 고객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른 소규모 점포 및 대형마트 업계 최고의 온라인 비즈니스 확대 등 핵심경쟁력 강화에 집중될 것이라는 게 홈플러스 측 설명이다. 하지만 사실상 자금이 가장 많이 소요되는 대형마트의 신규출점은 법규로 묶여있기 때문에 기존 점포의 리모델링 등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자금적인 지원 뿐만 아니라 지난 수개월간의 매각과정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 역시 홈플러스에는 호재다. 특히 영국회사였던 테스코와는 달리 한국시장의 특수성을 잘 이해하는 MBK가 최대주주인만큼 국내 실정에 잘 맞는 홈플러스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MBK는 영국 테스코로부터 7조4000억원에 홈플러스 지분 100%를 인수했다. 지난달 22일 잔금을 모두 납부하면서 매각 절차가 마무리됐다.
▲ 노조와의 마찰·성장동력 미흡 등 숙제 남아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홈플러스지만 여전히 몇가지 숙제는 남아있다.
먼저 홈플러스는 주주변경 이후에도 노조와의 마찰이 풀리지 않고 있다. 홈플러스에는 노조가 두 개 존재한다. 하나는 홈플러스의 노조, 또 하나는 2008년 홈에버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홈에버의 노조가 이동한 홈플러스테스코의 노조다.
홈플러스는 지난 10월 홈플러스테스코 노조와는 임금협약을 최종합의했다. 7월 1일부로 담당(파트타임 근로자) 급여는 평균 5.3%, 선임 급여는 4.0% 인상키로 하는 내용이다.
반면 홈플러스 노조와는 여전히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는 홈플러스 전체 노동자들이 고용안정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며 "사측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합의가 아니라 사측안에 대한 일방적인 수용만을 강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측은 "MBK가 홈플러스 인수를 밝히면서 노조가 문제삼고 있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고용승계를 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임금협상을 위한 대화는 계속 시도하고 있지만 노조측에서 거부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유통업계가 전반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대형마트의 경우 전통시장 보호차원에서 정부의 규제까지 받는 사업이다보니 신성장동력을 찾는 것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홈플러스측은 새로운 주주의 적극적인 투자가 이같은 어려움을 이겨낼 카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투자여력을 상실한 기존 주주 대신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적극적인 투자를 하면, 새로운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