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한 길 루게릭병 치료제 출시...니치버스터 전략"
[편집자] 이 기사는 6월29일 오전 11시 4분 뉴스핌의 프리미엄 뉴스 안다(ANDA)에서 표출한 기사입니다.
[뉴스핌=이보람 기자] "코아스템의 신약개발전략은 희귀 난치성 질환의 신약을 만들어내는 니치버스터(Niche Buster) 전략입니다. 지난 12년간 줄기세포치료제 신약 개발만 보고 달려왔어요. 앞으로도 여러 신약을 나열하기보다는 한 가지에 집중해서 그것을 충실히 증명해 보이며 시장점유율을 확대시켜 나가겠다는 게 저희 목표예요"
김경숙(사진) 대표이사는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회사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길을 짤막하게 요약했다.
코아스템은 지난 2003년 설립돼 지금껏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 몰두해왔다. 이같은 목표 아래, 10여년이 넘는 연구 끝에 첫 번째로 코아스템의 이름표를 붙인 신약이 출시됐다. 지난해 말 품목허가를 받았고 올해 1월 시판허가가 떨어지면서 환자 투여를 시작한 루게릭병 (ALS) 치료제 '뉴로나타-알'이다.
'뉴로나타-알'은 현재 줄기세포 치료제로서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개발된 ALS 치료제다. 임상을 거쳐 부작용이 없고 루게릭병의 진행을 72% 가량 늦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보험수가가 적용될 경우 국내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물론 ALS 치료제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5년 미국의 글로벌제약업체 사노피가 개발한 '릴루졸'이 앞섰다. 하지만 릴루졸은 경구 투약되는 화학성 약제로 다른 약과 마찬가지로 오랜 기간 복용하면 간 독성 우려가 있어 장기 투여에 한계가 있다. 사실상 병의 진행을 3개월 늦출 뿐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첫번째 ALS 치료제가 개발된 이후 한국의 작은 바이오업체가 이를 개발하기까지 20년의 시간이 흘렀다.
코아스템 역시 연구를 시작하고 첫 번째 상품이 나오기까지 12년 가까이 시간이 걸렸고 이 과정에서 적자와 자금 조달 등 어려운 면도 많았다. 이번 뉴로나타-알 출시에도 준비과정에서만 85억원의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기술력과 시장성 등 성장성을 인정받으면서 정부가 연구개발비용의 30~40%를 지원했고 벤처캐피탈(VC)업계로 부터 약 200억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상장 역시 기술성을 인정받아 기술특례상장으로 진행됐다.
"왜 큰 글로벌 제약업체들이 루게릭병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지 않았을까요. 연구개발비가 많이 들고 시간까지 오래 걸리는 등 개발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죠. 게다가 별로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거에요"
하지만 분명히 니즈(needs)는 있다. 루게릭병은 인구 10만명 당 1~2명 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희귀난치병 환자들은 시장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외면받았던 치료제 개발에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됐고 코아스템은 틈새 시장 공략을 통해 꾸준한 성장성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김 대표는 특히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해외에 알려지면서 저희 쪽으로 치료를 희망하는 환자들로부터 꾸준히 연락이 오고 있다는 게 시장성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전했다.
현재 카타르와 필리핀에서는 각각 외교부를 통해 공식적인 치료를 요청해 자국 환자를 1명씩 한국에 보낸 상황이다. 이들 두 환자는 현재 '응급임상' 명목으로 한양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을 포함한 해외 환자는 현재 5명 내외다.
하지만 본격적인 해외 진출과 관련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많은 만큼 시간도 상당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김 대표는 "줄기세포 치료제의 특성상 생산된 지 48시간 안에 환자에게 투여돼야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현지 생산 설비는 물론이고 병원 네트워크도 갖춰야 한다"며 "이런 근본적인 부분들을 준비하는 데에만 1년 이상 걸리지 않겠냐"고 말했다. 아울러 국가마다 다른 줄기세포 치료제 관련 제도나 정책도 고려해야할 만한 변수다.
따라서 코아스템은 현재 국내에서 국내 환자들을 해외 환자들을 유치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이를 통해 각종 데이터를 축적한 뒤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물론 적극적인 현지 파트너를 만날 경우 진출까지의 시간을 얼마든지 단축될 수 있다.
다행인 것은 투자자들이 해외 진출 등을 통해 가시적인 매출 성장을 이뤄내기까지 마냥 손가락만 빨면서 두고봐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자회사 '켐온' 덕분이다.
자회사 켐온은 식약처로부터 인증받은 국내 3대 임상시험전문기관(CRO) 가운데 하나로 코아스템이 보유한 지분은 67.32%다.
김 대표는 켐온에 대해 "지난해 매입거래 금액은 2억6760만원 가량으로 아직 매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유해물질 검사 등 다양한 인증 과정을 거처야 하는 신약 개발에 있어 시간을 단축시켜줄 수 있는 좋은 파트너이자 앞으로 꾸준한 실적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자회사"라고 풀이했다.
김 대표는 이번 코스닥 상장을 통해 마련된 400억원의 공모자금을 연구비와 연구인력 충원에 힘을 보태겠다는 생각이다. ALS치료제 해외 진출을 비롯해 또다른 희귀질환인 루푸스의 치료제 임상 1상을 앞두고 있어 아직은 뚜렷한 캐시카우(Cash Cow)가 없는 코아스템에게 대규모 자금은 필수적인 상황이다.
그는 "공모자금은 연구비와 우수한 인력을 모셔오는 데 활용할 계획"이라며 "올해부터 용인에 양산용 제조설비(GMP)를 가동하기 시작했는데 추후 파이프라인 확대에 따라 생산설비를 확충하는 과정에도 공모자금이 투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999년 처음 줄기세포 연구를 접하게 됐다는 김경숙 대표의 눈은 연구 과정과 성과를 설명하면서 어느 때 보다 빛났다. 그의 바람은 하나다. 희귀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로 그 병을 앓고 있는 환우들에게 보다 나은 삶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다.
"향후에도 계속 난치 질환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하는 연구공동체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약속한 것은 다 지켜 온 것 처럼 앞으로도 등 글로벌 시장이 원하는 신약 개발에 최선을 다할 겁니다. 신약 개발, 특히 줄기세포 치료제의 경우 긴 호흡을 필요로 하는 만큼 당장은 수익이 크지 않더라도 투자자분들이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기다려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지난 26일 코스닥에 첫 상장한 코아스템은 공모가 대비 2배 높은 3만2000원에 시초가가 형성된데 이어 개장직후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상장 이틀째인 29일 상승세를 타면서 시가총액은 단숨에 7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