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나래 이보람기자] 코스닥 대주주들의 차익실현 욕구가 팽배해지고 있다. 주식시장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흐름을 타며 신고가를 경신한 종목이 속출하자 대주주와 회사 임원들의 지분 매각도 잇따르고 있다.
지분 매각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은 잘 나가던 주가에 내부자들의 차익실현을 악재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대주주의 매각이 주가에 영향을 주는 만큼, 유형별로 잘 살필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주주 지분매각 사례를 보면 내츄럴엔도텍이 대표적이다. 내츄럴엔도텍은 지난 4월 가짜 백수오 사태가 터지며 10여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후 개인투자자들 피해가 잇따랐는데 회사 대표와 임원들은 앞서 지분 매각과 스톡옵션 행사를 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되며 공분을 산 바 있다.
김재수 내츄럴엔도텍 대표는 지난해 5월, 7만주를 장외 매도해 42억9000만원을 챙겼고, 임직원들은 상장 이후 지난해 4월과 7월, 올해 4월 세 차례 스톡옵션을 행사했다. 내츄럴엔도텍 주가가 지난해 4월 3만원대에서 올해 초 최고점인 9만1000원까지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수백억원의 시세차익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자산운용사 한 주식운용본부장은 "내츄럴엔도텍 최대주주가 4월초 지분 일부 매각 공시를 보자마자 바로 펀드 포트에서 해당 주식을 완전히 비웠다"며 "역시나 이후 며칠 안돼 가짜 백수오 사태가 터져 가슴을 쓸어내렸었다"고 귀띔했다.
이렇게 뒤통수 맞은 경험이 있다보니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대주주의 매각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최근 비슷한 예로 '메르스 테마주' 크린앤사이언스의 대주주가 고점에서 100만주 처분해 수십억 차익을 거둬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결국 대주주 지분매각 후 주가는 폭락을 거듭해 개인들만 피해를 봤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중소형주 주가가 많이 오르면서 최대주주, 특수관계인들이 차익실현의 욕구가 생겼다"며 "과거 회사가 성장 정점에 달했던 시점에 최대주주의 매각이 이뤄진 경우가 많았는데, 중소형주의 경우 내부 관계자들이 지분을 팔면 주가에 부담이 될 수 있는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다"고 전했다.
특히,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주주 지분 매각은 시장참여자들로 하여금 더 이상 회사가 좋아지기 힘들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 코미팜은 실적이 저조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달까지 무서운 상승세를 기록했다. 올해 초8000원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던 코미팜은 지난 5월22일 3만5350원을 기록했다. 연초 이후 저점 대비 무려 400% 상승이다.
코미팜 최대주주는 이 때를 이용했다. 양용진 대표는 지난 4월29일부터 5월19일까지 총 10여차례에 걸쳐 73만4000주(3.05%)를 팔아치웠다. 특히, 양 대표가 가장 많은 양의 주식 15만9000주를 매각한 지난 달 6일은 단기 고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 코미팜은 2만원대 중반까지 추락했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적자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이 1조3000억이 넘는다는 게 이해 안되는데 그 시점에 대주주가 지분매각했다는 사실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물론 일부 최대주주나 특수관계인의 경우 필요에 따라 매각할 수 있다. 최근 인바디 최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했는데 이를 시장에선 고점 신호로 읽었고 급락했다. 하지만 직후 해외투자자의 자금유치로 재해석되면서 주가는 재상승한 바 있다. 지난 9일 인바디는 시간외매매(블록딜)을 통해 보통주 52만주를 미국계 뮤추얼펀드 와사치어드바이저스에 매도했다. 이에 따라 차기철 인바디 대표의 지분율은 기존 30.69%에서 26.89%로 내려갔다.
이남룡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이와관련 "최근 많이 오른 바이오 관련주들 가운데 최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관점의 차이는 있다"며 "특히 바이오 관련주는 계속적으로 투자를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해왔다.
유형별로도 다양한 시각이 요구되는 경우도 있다. 상장 새내기주인 제노포커스는 15일 김의중 대표의 지분율이 50.37%에서 41.45%로 낮아졌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이는 대주주 지분매각이 아닌 전환사채의 주식전환에 따른 지분율 감소였다. 60만주가 추가 상장되다보니 최대 주주 지분율이 자동 감소한 부분이다.
또 대주주들은 유통주식 확대를 위해 일부 지분을 매각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기관투자자에게 블럭딜로 매각을 하거나 전략적인 투자자를 영업하기 위해 매각한다. 최근 누리텔레콤은 종속회사인 누리비스타가 자금 유동성 개선과 신규 투자자금 확보를 위해 누리텔레콤의 지분 42만1407주를 44억8556만원에 처분한 바 있다.
증시 한 전문가는 "대주주 지분이 50% 안팎 수준으로 상당량을 보유하고 있을때 지분 일부를 내놓는 것과 물량이 20~30% 수준인데 파는 것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며 "상황에 따라 해석이 달리 나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김나래 기자] (ticktock03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