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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홍승훈 기자] 1978년 삼성정밀(현 삼성테크윈)에 입사해 치공구(治工具)를 만들던 사원 김희원 씨. 지금은 항공분야 엔지니어출신의 코스닥 상장사 대표이사이자 오너가 됐다.
전투기에 들어가는 치공구를 만들던 경상도 촌놈이 항공산업과 직접적인 인연을 맺게된 것은 86년경이다. 당시 정부가 착수한 전투기 국산화프로젝트(KFP) 과정에서 삼성이 주계약자로 선정되면서다. 이후 그는 카이(KAI,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기체생산부문과 부품동 공장장을 거치며 항공부품 엔지니어로 활약했다. 잘 나가던 엔지니어가 당시로선 항공분야 국내 최고의 기업을 떠나 신생기업 아스트를 설립했다. 갑자기 등 떠밀려 나온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보잉사를 너무도 잘 안다'는 이유였다.
"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삼성, 대우, 현대가 항공사업을 내놨고 이를 합쳐 카이가 만들어졌어요. 카이는 당시 국내 항공산업 육성책이라는 숙제를 풀어야 했고, 항공산업 육성 차원에서 카이는 항공기 핵심영역을, 부품은 서플라이체인 방식으로 가기로 결정했죠. 이에 분사할 자생력있는 부문을 찾았고 그게 스트링거였는데 이를 맡아서 해줄 사람이 없는 거예요. 당시 스트링거는 보잉사에 납품하는 부품이라 보잉사의 승인이 필요했는데 보잉사가 여러 사람을 거절한 끝에 저를 택한거죠."
김희원 아스트 대표이사 / 김학선 사진기자 |
당시 보잉사에 스트링거를 납품하던 카이는 분사해 나갈 부품사 리더로 여러 사람을 추천했지만 보잉사가 번번이 거절다고 한다. 정교한 기술력을 담보하기에 카이가 추천한 인사들이 미덥지 못했던 것. 이 와중에 김 대표가 후보군으로 올랐는데 보잉사가 흡족해하자 졸지에 나오게 된 것이다.(당시 카이는 구조조정 등의 군살빼기로 정부로부터 부채탕감 등의 수혜를 받았다.)
김 대표는 대기업을 떠나 독립하기 두려웠지만 기체생산과 부품동 공장장을 거치며 오랜기간 보잉사와 비즈니스 관계를 맺어온 점, 보잉사가 본인의 실력을 인정해줬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자의반 타의반 회사를 떠나 2001년 4월 아스트를 분사해 나갔다.
하지만 시작부터 난관이다. 당시 카이에서 함께 나온 직원들이 30여명인데 이들이 오자마자 9.11테러가 터진 것. 보잉757 항공기로 미국의 심장부가 테러를 당했다. 과거에는 생각지 못했던 항공기를 이용한 테러가 현실화된 것이다. 이후 항공기 수요는 급감했고 항공보안 역시 보다 엄격해졌다. '설상가상'이라던가. 이듬해 겨울 전세계를 강타한 '사스(SARS)'도 항공 수요를 떨어뜨리며 아스트에 타격을 줬다.
"분사해서 스트링거를 3500~400개 카이를 통해 보잉사에 납품키로 돼 있었는데 잇달아 대형 사고가 터지면서 항공 수요가 급감했고 물량이 반토막 이상 났었죠. 당시엔 카이도 어려워서 우리 물량을 해결해 줄 상황도 아니었어요. 마침 카이에서 나온 직원들이 조인했는데 이런 사고가 잇달아 터지니 정말 죽을 맛이었습니다. 당시 이들에 대한 월급과 처우가 카이와 똑같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더 그랬죠."
하지만 이는 전화위복이 됐다. 잇달아 떠진 악재를 계기로 목숨걸고 살 길을 찾아야 했던 김 대표는 해외 메이저사로의 직수출을 적극 시도했고, 2004년 작은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2006년 글로벌 메이저사인 싱가포르 스타이스(S.T.A.I.S)에 757기에 들어가는 메인덱 카고도어(Main Deck Cargo Door) 납품도 뚫었다. 이후 이를 높게 평가한 미국 스피리트사로 부품 납품도 이어졌고, 벌크헤드(Bulkhead)와 정밀조립제품을 공급하다 부분 완제품인 섹션48이라는 후방동체 공급에까지 이르게 됐다.
보잉에 이어 글로벌 항공업계 양대산맥인 에어버스로 직접 납품도 가시화되는 요즘, 김 대표는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있다. 꿈이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 아스트의 전략, 꿈을 묻자 자세를 고쳐 앉은 김 대표는 진지해졌다.
"수주산업은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한계가 있죠. 결국 부가가치가 높은 회사로 가야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설계와 엔지니어링을 같이 하는 회사가 돼야 합니다. 지금 설계는 보잉과 스피리트사가 하고 있는데 이를 우리가 해볼 생각입니다. 이번 상장도 그런 전략의 일환이예요. 5년 정도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