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올해 투자 100조원 넘기기 어려울듯
[뉴스핌=이강혁 기자] "우리 기업들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 앞장서기로 했습니다."(9일 새해 첫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회의)
재계가 정부의 경제살리기 분위기에 발맞춰 투자 확대를 공언했다. 이와 관련,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경제를 살리는데 정부와 기업, 국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상황을 낙관할 수는 없지만 정부가 기업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개선키로 한데 대해 화답하겠다는 뜻이다.
전경련 회장단의 이같은 결의에 따라 올해 각 그룹들의 투자 계획에 관심이 쏠린다.
4대 그룹 총수들이 모두 불참한 회장단 회의라고는 하지만 회원사들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을 돌려 각 그룹들의 속내를 보면 그리 긍정적이지는 않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우려하면서 투자 계획에 상당히 신중한 모습이다.
예년같으면 12월 말에서 1월 초 경영계획이 속속 발표됐지만 올해는 계획 확정시기를 1월 말에서 2월 말까지 늦춰 잡았다.
삼성과 현대차는 아예 외부에 투자 계획을 발표하지 않는 것으로 방침을 굳혀가는 분위기다.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작년 실제 집행된 투자액을 가지고 보다 타이트하게 올해 계획을 잡고 있다"며 "시황을 잘 살피면서 탄력적으로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게자는 "아직 정해진 바는 없지만 작년 수준에서 크게 늘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경기지표는 좋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기업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4대 그룹이 내놓은 지난해 투자 계획은 약 98조원이다. 삼성이 약 48조원, 현대차가 14조원, SK 16조5000억원, LG 20조원 등이다.
하반기 삼성전자가 연구개발과 시설투자를 다소 늘리면서 4대 그룹의 투자총액은 100조원 가까이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4분기 실적 감소를 겪은 삼성전자가 변수다. 반도체 업황이 좋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이미 지난해 선제적인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상태이고 휴대폰과 디스플레이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다만 바이오 등 신수종 사업과 소재 분야의 연구개발 투자는 작년보다 늘려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건희 회장도 연초 올해 투자와 관련 많이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만큼 50조원 넘는 투자계획이 수립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현대차는 투자를 크게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내수에서 어려움을 겪은데다 수직게열화 작업도 마무리 국면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거점지역 확대 역시 경제 불확실성으로 당분간 내실에 무게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몽구 회장이 신년사에서 밝혔듯 친환경 자동차 분야 등 미래 먹을거리에는 투자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연구개발에 대해서는 매년 투자를 늘려왔다.
SK는 총수부재 상황 속에서 내실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지난해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반도체가 좋아지고 있는 탓에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투자 확대는 예상된다.
LG도 지난해 굵직한 투자를 많이 진행한 상태여서 올해는 투자폭을 다소 줄이는 방향에서 내부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0대 그룹 아래도 넘어가면 투자 확대는 더더욱 만만치 않아 보인다.
STX, 동양 등 무너진 그룹이 여럿이고 현대, 한진, 동부 등은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려 있다. 사정당국의 칼날을 맞고 총수부재 상황을 겪고 있는 한화, CJ, 효성 등 일부 그룹도 중·단기 계획이 올스톱됐다.
4대 그룹을 포함한 30대 그룹의 지난해 투자 규모는 155조원 가량이었다.
10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성장을 위한 투자활동은 당연히 계속하고 있는 것"이라면서도 "올해는 보여주기식 투자액을 발표하기 보다는 꼭 필요한 것에만 집중하고 내실에 신경쓸 계획"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