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연춘 기자] 재벌가(家)의 사재출연이 해당기업 주가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최근 범(凡)현대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의 통큰 사재출연이 재계의 관심을 끄는 가운데 증시에서도 상관관계 여부를 따지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오는 31일 이명박 대통령과 30대그룹 총수와의 만남에서도 '공생'관련, 재계의 기부문화가 거론될 소지가 많아 애널리스트들도 주가 민감도를 따지는 국면이다.
정 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주식 기부와 관련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대글로비스의 가장 큰 위험요인이던 기업 지배구조의 개선이 예상된다며 이는 영업 및 투자환경의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긍정적인 리포트를 냈다.
기부를 통한 해당기업 지분관계 변화, 기업의 경영구조 흐름, 해당주식의 증시내 출회여부등 가늠할 요소들이 적지않아 재계 총수들의 대규모 주식 기부는 새로운 변수로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재계와 현대차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28일 5000억원 규모의 현대글로비스 주식 기부를 발표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정 회장의 주식 기부가 현대글로비스 주가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쏟아냈지만 정작 시장의 반응은 다소 무덤덤해 그 배경에 궁금증을 낳는다.
현대글로비스가 정 회장의 사재출연 소식에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30일 오후 2시35분께 전 거래일대비 0.53% 오른 18만7500원에 거래중이다. 장중에는 18만5000원을 저점으로 기록했다. 사재 출연 발표 다음날인 29일 현대글로비스는 1.84% 하락한 18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틀간의 초단기간의 주가흐름으로 기부와 주가영향을 규정짓기는 힘들지만 현대글로비스의 경우는 아직은 기부가 수급에 직접적인 우위현상(매수유발)을 낳지는 않은 것으로 시장에서는 판단한듯 하다.
정 회장의 글로비스 주식 증여는 이번이 네 번째다. 2007년 11월 21일, 2008년 7월 3일, 2009년 12월 7일에 각각 2.5%, 1.3%, 1.4%를 증여한바 있다. 과거 세 번에 걸쳐 글로비스 주식을 해비치재단에 증여한 바 있지만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마다 주가가 일시적으로 약세를 나타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시 전문가는현대글로비스의 장중 하락과 관련, "이번 주식 기부를 통해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보유지분은 50% 아래로 떨어졌다"며 "현대차그룹과의 연결고리가 취약해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감이 경계매물을 부르는 게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반면 또 다른 연구원은 "일부 투자자들이 이번 3.5%의 주식 증여가 오버행 이슈로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데 이는 기우"라면서 "과거 주식 증여 시점 이후의 주가 추이를 보면 증여 발표로 하락한 시점이 좋은 매수기회였다"고 긍정적으로 분석했다.
그는 "내년까지 시장에 매물로 나올 물량도 51만주(3~4일 거래량)에 불과하다"며 "증여세법에 따르면 증여 받은 주식에 대해 3년까지는 증여세를 면제 받을 수 있어 지난 29일 증여된 주식이 조만간 시장에 매물화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사회복지재단 설립과 현대중공업 주식 출연 소식에 대선주자로 점쳐지는 정 전 대표의 관련주들도 기대감을 반영하며 주목받고 있다.
앞선 지난 16일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도 복지재단에 1700억원 상당의 현대중공업 주식을 출연키로 결정했다. 정 전 대표가 주식 기부를 약속한 현대중공업 주식은 발표 당일 상승세를 보였다. 16일 전 거래일대비 4.56% 올랐다. 당일 코스피 지수도 4%대 급등했다.
증시에서는 정 전 대표의 '주식'형태의 출연에 대해 주가가치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나 최근 대선 테마주들이 움직인 것과 관련해서 일부에서는 투자심리를 자극할 요소들이 없지 않다고 관측했다.
대표적인 '정몽준 테마주'로 꼽히는 현대통신과 코엔텍이 코스닥 시장에서 30일 장중 상한가까지 치솟았다.
정 전 대표는 현재 현대중공업 지분 10.8%인 821만0005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시가로 2조9000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로 그는 이번에 자기 재산의 10% 미만을 사회에 환원하는 셈이 된다.
이번 사재 출연이 정 전 대표의 대권행보와는 "무관하다"는 측근들의 반응에도 정치권에서는 그의 대선행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는 핵심 오너의 사재출연에 따른 복지재단 설립이 기업(인)의 사회공헌 참여로 보고 투자심리적으로는 긍정적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전망에 대체로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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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연춘 기자 (ly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