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 > 물류

분류인력 등 투자 필요한 택배업계 "택배비 인상 불가피"

국민적 공감대는 형성…실제 택배비 상승 수용할지 관건
노조 "백마진부터 개선해야" vs 업계 "시장의 자연스러운 현상"
가격 인상 필요성은 공감…정부, 택배산업 혁신 강조

  • 기사입력 : 2021년01월22일 06:03
  • 최종수정 : 2021년01월22일 06:03
  • 페이스북페이스북
  • 트위터트위터
  • 카카오스토리카카오스토리
  • 밴드밴드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택배업계가 진통 끝에 택배기사들을 분류작업에서 제외시키기로 합의하면서 비용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을 제외한 대부분의 택배사들은 자동화 설비 도입이 더딘 점을 감안할 때 택배비 인상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택배비 인상까지는 만만치 않은 과정이 필요하다. 택배비 상승이 곧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는 만큼 실제 현장에서 택배비가 현실화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 택배분류 작업장에서 택배기사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2020.10.21 photo@newspim.com

◆ 자동화설비 구축한 CJ…한진·롯데 각각 4000억 이상 투자 필요

22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정부와 택배업계, 택배노조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기구는 ▲택배 분류작업 명확화 ▲택배기사의 작업범위 및 분류전담인력의 투입 ▲택배기사가 분류작업을 수행하는 경우의 수수료 등을 포함한 합의문 도출에 성공했다.

택배업계는 진통 끝에 분류작업의 책임을 명시하기로 하면서 한발 물러난 상황이다. 이번 합의의 결과로 택배업체들은 그 동안 현장에서 관행처럼 여겨지던 택배기사의 분류업무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이에 따라 택배사들의 부담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자동화 설비(휠소터)를 이미 구축한 CJ대한통운과 달리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한진은 2023년까지 대전 허브터미널 구축과 자동화 설비 등에 4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고, 롯데글로벌로지스 역시 5000억원의 관련 투자를 약속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적자를 쌓아가는 쿠팡의 사례처럼 비용이 들어간다고 해서 기업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전통산업으로 분류되던 택배산업이 급격한 변화기를 맞아 신속한 재투자가 중요한 만큼 택배 단가 현실화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국민대 공감대 형성됐지만 화주·소비자 수용 불확실…업계·노조 '백마진' 두고 입장차

하지만 택배비 인상의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택배사와 택배노조가 갈등을 벌였던 분류작업 문제와 달리 택배 가격은 온라인 쇼핑몰 등 화주와 소비자까지 동의해야 실현 가능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몰 등 화주사들은 택배비 인상 필요성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점에 일부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가격 인상 수준에 대해서는 아직 제대로 논의되지 않아 실제 가격 상승을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 택배업계와 노조의 합의를 이끌어낸 사회적 합의기구에는 온라인쇼핑협회와 한국TV홈쇼핑협회, 공영홈쇼핑 등 대형 화주들이 대화 주체로 참여해 있지만 가격 인상과 관련한 논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설문조사 등을 통해 택배비 현실화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확인되지만, 결국 택배비 인상이 소비자 부담으로 귀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화주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확인이 더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택배 거래구조에 대한 실태조사와 연구용역을 통해 상반기 내에 택배 거래가격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택배노조에서 말하는 백마진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지, 이 외에 거래구조 과정의 개선될 사항이 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백마진이란 소비자가 내는 택배비 2500원 중 실제 택배사에 돌아가는 금액을 뺀 나머지를 말한다. 택배 대리점이나 택배기사들이 현장에서 영업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물량을 받으면서 택배비의 일정부분을 판매업체에 할인해주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노조는 이러한 백마진 거래가 택배비를 낮추는 요인이라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택배비 2500원 중 택배사는 1730원을 지급받고 730원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가져간다. 택배업체들이 파악하는 택배비 평균 역시 이런 거래관행으로 인해 2200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대해 택배업계는 현장의 할인 현상은 시장 원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입장이다. 단순히 백마진 해결이 아니라 화주와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 간의 합의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다만 해결방법에 대한 차이를 제외하면 택배비 인상 필요성에 대해 택배업계와 택배노조 모두 공감하는 부분이다.

택배비 인상에 합의하더라도 택배사와 택배기사, 대리점 등이 인상분을 어떻게 배분할지가 쟁점으로 남는다. 세부안에 대해서는 2차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택배비가 오르면 택배기사들이 물량을 줄여 업무강도를 낮춰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문제"라면서도 "택배비 인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어느정도 형성된 만큼 협상 결과에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정부, 연 5000억 규모 저리 정책자금 지원…변창흠 장관 "택배산업 지속가능 성장해야"

정부는 택배업계 부담을 낮추기 위한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우선 스마트 물류센터와 휠소터 등 분류 자동화 설비 구축을 위해 연 5000억원 규모의 저리 정책자금을 4월부터 지원한다. 정책자금의 이자 중 정부가 2%포인트를 이차 보전하는 방식이다.

정부 차원에서 택배 분류장도 공급한다. 택배 터미널 등 물류 인프라 용지로 있도록 철도역사나 고속도로 하부 등에 택배 분류장 10개소를 확보, 2월 중에 택배업계가 활용할 수 있다. 하반기에도 추가 공공 유휴지를 발굴·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변 장관은 이날 열린 택배업계 간담회에서 "택배산업은 지금 변곡점에 있으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최근 경영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종사자를 포용하는 등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는 경영으로 혁신해야만 국민에게 사랑받는 산업이 될 수 있고 정부도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unsaid@newspim.com

  • 페이스북페이스북
  • 트위터트위터
  • 카카오스토리카카오스토리
  • 밴드밴드

<저작권자(c)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