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분노 "스펙 쌓고 공부하는 이들 자리 뺏는게 평등이냐"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인천공항공사(인국공)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중단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청원 시작 2주 만에 3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인국공 직원들도 '졸속 전환'이라며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보면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에 오후 2시 기준 30만6000여명이 동의 의사를 밝혔다. 이 청원은 지난달 23일 시작됐으며 '한 달 내 20만명 이상 동의'라는 청와대 공식 답변 요건을 훌쩍 넘겼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시오' 청원글. |
인국고은 지난달 22일 인천공항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9785명을 용역기간 마무리 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여객보안검색 업무 종사자 1902명 등 생명·안전과 밀접한 3개 분야 비정규직 2143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해 논란이 커졌다.
청원인은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들어가려고 스펙을 쌓고 공부하는 취준생들은 물론 현직자들은 무슨 죄냐"며 "노력하는 이들의 자리를 뺏게 해주는 게 평등이냐"고 항의했다.
이어 "한국철도공사에서도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후 사무영업 선발 규모가 확연히 줄었다"라며 "누구는 대학 등록금 내고 스펙 쌓고 시간 들이고 돈 들이고 싶었나. 이건 역차별이고 청년들에게 더 큰 불행"이라고 주장했다.
인국공 내부에서도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불만이 많다. 인국공 보안검색서비스노동조합은 전날 인국공이 보안검색요원 직접고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 지침을 위반하고 전환 대상 직원 일부의 채용 결격 사유를 묵인했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노조는 공익감사 청구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공사가 지난 3년에 걸쳐 이뤄낸 노·사·전문가 합의를 무시하고 전환 당사자인 우리에게 어떠한 설명도 없이 청원경찰 직접고용 방침을 기습 발표해 큰 혼란이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인국공 관련 청원에 공식적인 답변은 아직 하지 않았으나 정규직화 중단 요구에 응하진 않을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당선 직후인 2017년 5월 인천공항을 직접 방문해 이런 내용을 재확인한 바 있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 수석은 지난달 24일과 25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번에 전환하는 일자리는 취업 준비생들이 준비하던 정규직 일자리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지난달 28일 기자들과 만나 "본질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회 양극화 해소,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전환하는 것, 사회적 불평등 개선 등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heog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