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갑질에 절벽 내몰려...일관적 모르쇠로 지쳤다"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 아모레퍼시픽의 계열사인 이니스프리 가맹점을 운영하는 점주가 "전국 매장을 없애달라"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아모레퍼시픽 로드숍을 운영하는 점주들의 공감으로 청원참여 인원이 500여명에 달한 상태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니스프리 로드숍을 운영하는 한 가맹점주는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전국의 이니스프리 매장을 없애주세요'라고 청원했다. 오후 6시가 넘은 현재까지 청원참여 인원은 480명을 넘어섰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갈무리] 2020.06.29 hrgu90@newspim.com |
청원 글을 올린 A씨는 6년째 이니스프리를 운영 중인 가맹사업자다. 아모레퍼시픽 본사가 쿠팡 등으로 물건을 할인 공급해 판매하는 불공정한 상황이 이어지며 매출이 줄어들었으니, 차라리 손해배상 및 가맹비 환급을 받고 장사를 접고 싶다는 게 A씨의 청원 요지다.
A씨는 "요즘 하루매출이 10만원이다. 그 하루 10만원 매출로 제품매입, 임대료,전기세, 세금, 관리비, 인건비 감당 못한다. 하루에 10만원 팔면서 알바도 쓰냐 하실테지만, 평일 5일 동안 10시에 출근해서 저녁 9시에 퇴근한다. 그나마 주말알바를 써야 애기랑 놀아줄 시간이 난다"고 썼다.
A씨는 매출 감소 원인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외에도 "본사 갑질 때문에 가맹점들이 절벽에 내몰리고 있다"며 "하루하루 죽고 싶은 심정으로 매장에 나오고 있다"고 호소했다.
먼저 A씨는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직영몰이 로드숍에서 판매할 수 없는 '온라인 전용 제품'을 팔고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하루에도 몇번씩 온라인 제품 찾다 돌아가는 고객들을 보면 왜 같은 이니스프리 제품인데 온라인 전용으로 구분지어 놨는지 울화통이 터진다"고 적었다.
로드숍이 온라인 구매를 위한 '테스트 매장'으로 전락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A씨는 "왜 본사는 가맹점을 모집해놓고 더 싼 가격으로 쿠팡에 공급하는 건가"라며 "왜 가맹점에서 힘들여 키워온 브랜드를 온라인에 무임승차 판매 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가맹비내고 가맹계약서에 사인할 때 온라인에 판매한다는 조항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A씨는 "가맹점주들은 쿠팡에서의 이니스프리 철회와 동일한 정책을 요구하면서 본사 앞 집회와 공정위 제소까지 했지만 본사의 일관적인 모르쇠로 너무나 지쳐있다"며 "본사가 원하는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전환하시고 전국의 매장을 모두 없애달라. 저희도 힘들다고 가맹 버린 본사와 더 이상 같이 일할 생각없다"고 덧붙였다.
이 청원은 게시된 이날 현재 48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현재 이니스프리 외에도 아모레퍼시픽의 로드숍 브랜드인 아리따움과 에뛰드 등 점주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로드숍 소속 한 가맹사업자는 "아리따움, 에뛰드 가맹점주들이 다같이 들고 일어나서 청원 동의 중"이라며 "(청원된 내용은) 모두가 똑같이 느끼고 공감하고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쿠팡에서의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 철수 등은 지난 2018년 말부터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과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 이니스프리 등 가맹점주들이 본사 앞 집회로 동일하게 요구한 문제다. 이들 로드숍은 지난해 3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지원으로 '전국화장품가맹점연합회'를 발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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