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중국 정치

속보

더보기

[르뽀] '전쟁이 빚어낸 풍요', 대만판 마오타이 금문고량주 공장을 가다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또 하나의 백주 명가, 금문도의 명물
화강암 동굴속에서 익어가는 보물
인공 첨가물과 숙취가 없는 고도주

[뉴스핌 금문도(대만) = 최헌규 특파원] 황금색 수수 이삭이 뜨거운 태양 아래서 영글어 간다. 사막처럼 버려진 땅은 푸른 옥토로 변했고 대지는 찬란한 빛을 뿜어낸다. 역설적이게도 전쟁은 흙 먼지가 날리던 황무지 진먼(金門,금문도)현을 정열의 땅, 풍요의 옥토로 만들었다. 금문도의 명물 금문 고량주(金門高粱)의 기원과 번영은 금문도에 관한 한편의 서사시다.

1월 9일 중국 땅 샤먼 우통(五通) 부두에서 배삯 154위안을 내고, 30분이 채 안 걸려 도착한 대만 땅 금문도. 부두에서 위챗으로 미리 예약해 놓은 금문도 현지의 첸(千) 여사 택시를 타고 10여 분을 가자 목적지인 금문 고량주 주창(酒廠,양조공장)이 나온다. 대만 진먼현((金門縣, 금문도)의 서북쪽 진닝샹 타오위안루 1호(金寧鄉 桃園路 1號) 공장 문을 들어서자 들큰한 누룩 발효 냄새가 코를 찌른다.

 

[뉴스핌 금문도 = 최헌규 특파원] 대만 금문현의 금문 고량주 공장 입구. 공장문을 들어서면 누룩 발효 냄새가 코를 찌른다.  2020.01.14 chk@newspim.com

베이징에서 출발, 샤먼을 지나 대만 총통선거 취재를 위해 타이베이로 가다가 들른 중간 기착지 금문도. 타이베이로 가는 소형 프로펠러 비행기 출발 시간 때문에 금문도의 명물 금문 고량주 공장은 기자의 이번 대만 취재 '버킷리스트'에 올랐다. 정문 왼쪽에는 금문고량주의 거대한 대형 조형물이 말없이 금문 백주 영광의 역사를 전해주고 있다.

금문 고량주의 고향 금문도는 양안(중국 대륙과 대만) 대치 시기 가장 살벌한 전선이었다. 10만 군사와 함께 금문도를 지키던 국민당 장제스 휘하의 후롄(胡璉) 장군은 금문도가 수수 재배를 위한 최적의 토양 조건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병사들에게 먹일 술을 빚기 위해 주민들에게 가오량(高粱,수수)을 재배하게 했고, 보급품인 쌀을 주고 수수를 수매했다. 수수 재배하고 쌀밥 먹고, 고량주를 마시게 됐으니 일거삼득이 됐다.

[뉴스핌 금문도 = 최헌규 특파원] 금문고량주 공장내 조형물. 2020.01.14 chk@newspim.com

그렇게 해서 1952년 금문 고량주의 전신인 주룽장(九龍江) 양조장이 세워졌고, 군대가 세운 금문 고량주는 지금도 금문현이 100% 지분을 소유한 공기업으로 남아있다. 직원들도 90%이상이 현지 주민 출신이다. 수수가 자라면서 먼지가 날리던 황토 사막은 어느새 푸른 농토, '붉은 수수밭'으로 모습을 바꿨다. 군인들은 고량주를 마시고, 주민들은 쌀밥을 먹게 됐다. 전쟁은 금문도에 풍요를 가져왔다.

"백주 블렌딩에 있어 최적의 구간은 53도~ 59도이고, 그중에서도 56도, 58도는 완벽한 황금비율이라고 합니다". 브리핑 접견실에서 시음주로 제공하는 손가락 마디만 한 작은 백주 잔에 담긴 고량주의 도수를 물어보자 쩡쯔원(曾資文) 이사는 이렇게 설명하며 56도라고 말했다. 높은 도수인데도 목 넘김이 부드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금문 고량주는 엄지와 중지로 잔을 잡고 마실때 술 맛이 배가된다고 쩡쯔원 이사는 덧붙였다.

[뉴스핌 금문도 = 최헌규 특파원] 금문 고량주의 대표 브랜드들. 2020.01.14 chk@newspim.com

자신을 '캔디 류'라고 소개한 기획처의 류리루(劉麗如) 과장은 금문 고량주는 화학 첨가물이 없고 숙취 흔적이 없는 술이라고 자랑했다. 류 과장은 "한국 애주가들 중에도 금문 고량주 팬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라고 말하며 "마신 뒤 머리가 아프지 않아 걱정없이 마셔도 되는 술"이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금문 고량주는 금문도의 기후 조건 속에서 배양된 미생물 효모로 만들어져 순하고 부드러운 맛과 그윽한 향기가 더해집니다". 금문 고량주 진닝 공장의 쉬젠양(許荐洋) 공장장은 누룩을 찌는 공정과 증류 과정을 설명하면서 금문은 남방 지역이지만 비가 적은 곳이라며 금문 만의 독특한 미생물 효모 공법과 화강암반 지하수로 만들어지는 점이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뉴스핌 금문도 = 최헌규 특파원] 공장 작업자가 누룩을 섞어 컨베이어 벨트에 싣고 있다. 2020.01.14 chk@newspim.com


공장 내 수수 원료를 찌고 압착하는 공정 등은 대부분 자동화 작업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1차 증류 시설에선 투명한 빛깔의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백주가 흘러나왔다. 아직 양조 과정의 중간단계로서 술의 도수가 60도가 넘는다며 맛을 보여주는데 마치 보드카처럼 맵고 독한 느낌이다. 쉬 공장장은 여러 번의 증류과정을 거쳐 최적의 황금비율인 58도의 표준 금문 고량주로 만들어진다고 소개했다.

공장에서 승용차로 5분 정도 이동하자 군인들의 참호와 같은 시설물이 나온다. 야산 언덕에 자리 잡은 금문 고량주 술 저장고다. 미리 설명을 듣지 않고 왔으면 '왜 갑자기 이런 군사 시설물로 데려왔을까' 하고 의아해 할 정도로 겉모습은 완벽한 군 벙커 모습을 하고 있다. 벙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화강암 동굴 저장고 속에 숙성 중인 금문고량주가 가득가득 채워져 있었다.

[뉴스핌 금문도 = 최헌규 특파원] 예전 군대 벙커였던 화강암 술 저장고. 2020.01.14 chk@newspim.com

"화강암 동굴은 보시다시피 옛날 군사 벙커로 쓰던 곳이에요. 이곳은 백주를 저장하는 데 있어 바람과 햇빛 습도 등 자연 조건이 최적인 환경입니다". 저장고 품질 책임자인 뤼이루(吕宜儒)는 이곳 화강암 동굴의 숙성 과정이 금문 고량주의 맛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뤼 책임자는 저장고의 술은 시간대 별로 출하한다며 15년산 정도면 시중에서 한화로 30만원 넘는 가격에 판매된다고 소개했다.

뤼 책임자는 자신이 저장고 품질 책임을 맡은 이후 한국 '펑유(朋友친구)'를 맞이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저장고 통로에 탐방 예정에 없던 시음대를 차려놓고 금문 고량주의 술맛을 체험해보라며 호의를 베풀었다. '오늘 우리는 만났다. 술잔 가득 정성을 부어라.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이 순간, 우리의 영원한 우정을 위하여 건배'. 문뜩 중국 가수 리샤오제의 '술 친구의 노래(朋友的酒)' 가사가 떠오른다. "금문 고량주는 깊고 진한 향과 달콤하고 강렬하고 인정미가 넘치는 술입니다. 또한 화합의 술이고 환대(환영)의 술이기도 하지요". 뤼 책임자의 금문 백주 찬미가는 이렇게 이어졌다.

금문고량주는 지난 2015년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과 마잉주 대만 총통이 싱가포르에서 회동했을 때 화제가 됐던 대만의 국가 대표급 최고의 백주 브랜드다. 당시 중국 대륙과 대만 최고 지도자의 역사적인 회합에서 만찬주로 구이저우 마오타이가 올랐고 대만은 1990년 산 금문 고량주를 베이징으로 돌아가는 시 주석에게 선물로 챙겨 보냈다. '시·마(習·馬, 시진핑과 마잉주) 회견'으로 금문 고량주는 양안 화해의 술이라는 영광의 '레테르'를 하나 더 얻었다.

[뉴스핌 금문도 = 최헌규 특파원] 루 공장장이 금문고량주 주조 공정을 설명하고 있다. 2020.01.14 chk@newspim.com

2년 뒤인 2017년 9월에는 금문도에서 7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바로 옆 중국 샤먼 땅에서 브릭스 서밋이 열렸는데 중국 당국은 이때 금문 고량주(진먼 가오량주)를 회담 만찬주로 올렸다. 이렇듯 금문 고량주는 한동안 양안(중국과 대만) 화해와 평화의 촉매제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금문 고량주 공장 직원에게 슬쩍 이번 총통선거에서 반중국 정서의 차이잉원 바람이 거세다고 말을 붙였더니 직원은 "금문 고량주엔 바람이 없다"며 알듯 모를 듯한 반응을 보였다.

금문 고량주의 연간 생산량은 2200만 킬로리터에 달하고 매출은 4억 대만 달러로 대만 금문현의 든든한 재정 수입원이다. 대만 백주시장의 80%를 점유할 정도로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현재 대만과 중국 대륙 시장이 주력 시장이며, 한국과 미국·싱카포르·캄보디아·홍콩·일본 등 해외 수출 비중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양안 관계가 냉랭한 것과 아랑곳 없이 금문 고량주는 올해 대륙 백주시장 마케팅 확대를 주요 영업 목표로 내걸고 있다.

금문도=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정부, 故 윤석화 문화훈장 추서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 최휘영 장관은 19일 오후 5시 30분에 고(故) 윤석화(향년 69세) 빈소를 방문해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하며 조문했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고(故) 윤석화의 빈소가 19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고인은 2022년 뇌종양 수술을 받고 투병을 이어 왔다. 발인은 21일 오전 9시. 2025.12.19 photo@newspim.com 아울러 정부는 한국을 대표하는 연극배우로서 오랜 기간 한국 공연예술계 발전에 기여한 배우 윤석화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문화훈장 추서를 추진한다. 고 윤석화는 1975년에 연극 '꿀맛'으로 데뷔한 이후 연극 뿐 아니라 뮤지컬, 드라마, 영화 등 다방면으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 왔다. 연극 '신의 아그네스' '마스터클래스', 뮤지컬 '명성황후'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폭 넓은 연기 영역을 보여주었고, 다수의 연극상·백상예술대상 등을 수상하며 한국 공연예술계를 대표하는 배우로 평가받아 왔다. 배우 활동과 더불어 연출가, 설치극장 '정미소' 대표로서도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을 역임하여 연극계 발전에 다방면으로 기여했다. jyyang@newspim.com 2025-12-19 22:20
사진
관가 '이재명 사무관' 경계령 [세종=뉴스핌] 나병주 기자 = 정부 업무보고에서 보여준 이재명 대통령의 '예리하고 꼼꼼한' 질문이 관가를 잔뜩 긴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담당사무관이 아니라면 알기가 쉽지 않은 내용까지 놓치지 않는 예리함에 관가에서는 '이재명 사무관'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 예상 못한 '정원' 질문에 기후부 '멘붕'…장관·국장 모두 답변 못해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 오후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왜 기후부는 정원이 2930명인데 현원이 2973명으로 초과됐느냐"는 '깜짝' 질문으로 모두를 당황하게 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김성환 장관은 물론 기후부 간부들 모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20초가량 침묵이 이어졌습니다. 이 대통령이 담당국장이 누구냐며 재차 묻자 그제야 정책기획관(국장)이 "자세히 확인은 못 했지만 긴급하게 필요한 것에 대해 추가 고용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엉뚱한 대답을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업무보고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라는 특별한 상황이 있었지만, 기후부는 그런 상황이 없었는데 정원 초과된 게 이상하다. 원래 환경부 시절부터 추가가 됐는지, 아니면 기후부로 전환되면서 추가된 건지 답해달라"며 재차 물었습니다. 이에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환경부에서 추가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모호하게 답하자, 이 대통령은 "추정으로 답하지 말라"며 확답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질문에 답하는 사람은 결국 아무도 없었습니다. <뉴스핌>이 확인한 결과, 이유는 엉뚱한 곳에 있었습니다. 인원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육아휴직자 51명을 현원에 포함하는 실수를 저질러 벌어진 해프닝이었습니다. 결국 현재 기후부 현원은 2922명으로 정원보다 8명이 적어 오히려 인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다행히 상황파악 후 업무보고가 끝나자마자 이 대통령에게 보고해 오해는 풀었다고 하네요. ◆ 李대통령 예리한 질문에 관가 긴장…'이재명 사무관' 별명 생겨 이번 해프닝에 대해 기후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 탈탄소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예상치 못한 질문에 '한방' 얻어맞은 셈이죠. 사실 인원현황은 기후부 업무보고 1페이지에 제일 처음 나와 있는 내용이에요. 대부분의 사람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가는 부분이지만, 이 대통령은 이를 놓치지 않고 꼼꼼히 살펴본 거죠. 기후부 관계자는 "사실 이번 건은 실무를 담당하는 과장도 놓칠 수 있는 내용이다"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깜짝 놀랐다"고 혀를 내두르기도 했어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7일 오후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년도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핌TV 갈무리] 2025.12.17 dream@newspim.com 작은 부분까지 세세하게 확인하는 대통령의 모습에 '이재명 사무관'이라는 말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실무자인 사무관 같은 대통령의 꼼꼼함에 관가는 앞으로 있을 보고에 대해 부담감이 커졌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꼼꼼한 모습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A 씨는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지적하기엔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민이 지켜보는 만큼 현안에 더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아쉬움을 전했습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최근 고(故) 김용균 씨 때와 비슷한 사고가 다시 발생한 서부발전에 대해서는 별다른 지적 없이 넘어갔습니다. 이 대통령이 서부발전 사장에게 질문한 시간은 답변을 합쳐도 약 10초에 불과했습니다. 앞으로 관가에는 '이재명 사무관'의 꼼꼼함을 경계하라는 '경계령'이 내려졌습니다. 작은 숫자 하나도 놓치지 않는 그의 꼼꼼함이 국정 운영의 새로운 기준이 될지, 아니면 과도한 긴장으로 작용할지 주목됩니다. lahbj11@newspim.com 2025-12-19 11:4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