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에 대북제재 해제 끌어내려는 전략
실패해도 김정은 지도자 '이미지 손상 없다' 분석
[서울=뉴스핌] 정산호 기자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한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벼랑 끝 전술' 들어갔다는 분석이 중국에서 제기됐다.
차오신(曹辛) 중국 차하얼(察哈爾)학회 연구원은 28일 중국 매체 FT 중문망에 이 같은 내용의 칼럼을 기고했다. 이 연구원은 한국과 미국을 향한 북한의 이러한 '도발'이 대북제재 해제를 촉구하는 동시에 한·미 양국을 이간질 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 국방 위원장은 지난 23일 금강산관광지구 내부의 남측 시설을 둘러보고 "보기만 해도 기분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도록 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뒤이어 24일에는 김계관 고문이 담화를 통해 '북·미 정상의 친분에 기초해 두 나라 관계를 전진시키고 싶다'며 북한이 설정한 북미 비핵화 협상 데드라인인 '연말'까지 미국이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또한 '워싱턴 정가와 미 행정부의 대조선정책(대북정책) 담당자들이 여전히 냉전 사고와 이데올로기적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며 북·미 비협화 협상에 비관적인 태도를 보이는 미 의회와 일부 관료들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이에 대해 차오 연구원은 '북한이 벼랑 끝 전술 카드를 꺼내 들고 미국과 게임에 들어간 것'이라 분석했다. 이를 통해 올해 말까지 미국과 한국에 대북제재 해제 혹은 대규모 제재완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금강산 카드를 꺼내 든 점에 대해서는 '외화'를 이유로 꼽았다. 북한은 유엔의 대북제재로 경제난을 겪고 있다. 외국과의 거래도 제한돼 외화수급도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외국인의 북한여행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제재 대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여행은 북한이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주요수단이 되고 있다.
다만 한국인의 금강산 관광은 안보리 결의와 한·미동맹 때문에 쉽사리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차오 연구원은 이 때문에 북한이 '관광 재개 혹은 퇴출'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지로 한국 압박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전략이 성공하면 막혀있던 금간산 관광이 재개되는 성과와 함께 외화도 벌어들일 수 있다. 실패하더라도 북한이 손해 볼 것은 없다. 남측 시설에 대한 동결 상황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에 유화 제스처를 보내오던 한국 당국에는 타격이 갈 것으로 내다봤다. 금강산 관광 재개를 둘러싼 갈등은 한·미 관계를 멀어지게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시찰에서 김 위원장은 '이례적으로' 선임자의 정책을 비판했다. 차오 연구원은 김위원장이 '자신의 굳건한 통치기반과 선대에 구속받지 않는 지도자의 모습을 드러내는 정치적인 효과를 거둘 것'으로 분석했다.
김 고문의 담화문에 대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현 상황에 맞춘 '맞춤형 위협'으로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미 하원을 중심으로 탄핵 심사가 진행 중이다. 또한 당내 대통령후보 경선 등 중요한 시기를 앞두고 있다.
북한은 이 시점을 활용해 미국에 제재완화 등의 양보를 얻어 내겠다는 전략이다. 만약 올해 말까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 인공위성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혹은 핵실험을 등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영향을 주겠다는 의도로 분석했다.
다만 연구원은 북한이 담화문에서 북·미 정상의 친분을 강조한 점을 과거와의 다른 점으로 꼽았다. 그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를 유지하며 불쑥 벼랑 끝 전술을 펼치는 게릴라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chu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