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상속·증여세율 공감대 형성"
[서울=뉴스핌] 김양섭 기자 = 지난 11일 정부와 여당이 가업상속 지원세제 개편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개편방안에 대한 평가와 후속 조치 등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토론을 주최한 중견기업연합회 측을 비롯해 참석자들은 대체로 이번 개편안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했다.
개회사를 하는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사진제공=중견련] |
◆ 강호갑 회장 "당정 개편안, 실속 없는 제스처 불과"
강호갑 중견련 회장은 12일 상장회사회관에서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공동 개최한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기업승계 활성화 토론회’에서 “어제 발표된 ‘가업상속지원세제 개편방안’은 국가 경제의 기반인 기업의 지속성과 성장의 가치를 전적으로 외면한 실속 없는 제스처에 불과하다"면서 "기업의 철학과 전통, 경영권 자체가 휘청대는데 성장을 위한 혁신 투자, 인간의 가치를 살리는 일자리 창출을 도모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그는 “‘부의 대물림’이라는 비합리적 맹목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성장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의 토대로서 기업승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정립해야 할 때”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강 회장은 “자의적으로 설정한 규모를 기준으로 혁신과 성장의 공간을 스스로 제한하는 것은 국가 경제 발전에 대한 극단적 무책임 또는 불성실의 소산”이라면서 “독일, 일본, 스웨덴 등 선진국의 철학과 제도를 적극 벤치마크해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본 바탕으로서 원활한 기업 승계 시스템을 구축해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상속·증여세율 징벌적 수준" vs "높은 세율은 인정..공제받기 위한 승계제도 악용은 우려"
토론회에는 더불어민주당 ‘가업상속 및 자본시장 과세체계 개선 TF’ 소속 김병욱 의원, 이현재·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을 포함해 기업인, 정부·유관기관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현재 의원은 축사에서 "우리 경제가 호리병처럼 허리가 가늘다. 중견기업이 부족하다"면서 "상속세 65%는 징벌적 수준의 조세제도이다. 세제정책에도 산업정책을 가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경호 의원도 축사에서 "세계최고를 할 게 따로 있지 세율로 최고를 하냐"면서 높은 상속·증여세율을 비판했다. 그는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북유럽 구각들이 왜 상속세를 그렇게 낮게 할까 이런 고민을 해야한다"면서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일자리, 기업가 정신의 대물림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욱 의원은 축사에서 "기본적으로 상속·증여세율이 높다는 데는 동의한다"면서도 "상속·증여세율은 OECD 국가들과 비교해 높지만, 소득세율은 낮다. 차라리 소득세율을 점검해보고 상속·증여세율을 낮추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런 부탁을 하고 싶다"면서 "전제는 기업을 물려받을 자녀가 과연 능력과 자질을 갖췄는지 이 부분은 심각한 고민과 검토를 해봐야 한다"면서 "단순히 가업승계공제를 받기 위해 제도를 이용하는 것은 그 기업이나 국가에 큰 문제를 야기할수 있다. 가업승계라는 것이 100% 옳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조병선 원장 "상속·증여세 폐지한 스웨덴 사례 등 살펴봐야"
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장은 ‘기업승계 원활화를 위한 상속세제 개선 방안' 주제 발표에서 ‘고용과 기술의 대물림’, ‘책임과 기업가정신의 전수’, ‘제2의 창업’으로서 기업승계에 대한 합리적 인식을 확산하고,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원장은 OECD 최고 수준인 70%의 상속세율을 부과하다 2005년 상속증여세를 전면 폐지해 고용·재정 위기를 타개한 스웨덴 사례를 소개하면서, 국가 경제 발전 모멘텀 구축을 위한 상속세제의 신속한 개선을 촉구했다.
조 원장은 “2014~2017년 가업상속공제제도 평균 활용 건수가 사후 상속 76건, 사전 증여 121건에 불과한 것은 과도한 적용 요건과 협소한 대상 기업 범위 탓”이라면서, “공제 대상 기업을 대폭 확대하고, 공익재단, 신탁제도 등 다양한 승계방안 도입을 통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기 서울대학교 교수가 진행한 패널 토론에는 오문성 한양여자대학교 교수,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박 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정세제위원장, 김용민 진금융조세연구원 대표, 송동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김치환 삼기오토모티브 대표이사가 참여했다.
오문성 교수는 “가업상속공제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피상속인 및 상속인 요건, 사후관리 요건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라면서, 과세이연제도를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했고, 신상철 수석연구위원은 “상속보다 증여를 통한 가업승계가 활성화되면 보다 활력 있는 ‘젊은’ 경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 면밀하게 계획된 증여가 확산될 수 있는 법·제도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용민 대표는 국제적인 추세를 감안해 상속세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할 필요가 있다면서 “최대주주 할증평가제도 폐지, 가업상속공제 합리화,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제도 개선, 공익법인제도 개선 등 기업의 지속 성장을 담보할 해결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송동진 변호사는 “가업상속공제는 상속세로 인한 투자의사결정 왜곡을 정상화하고, 소수 재벌에 집중된 경제구조를 완화시키는 좋은 제도”라면서 “보다 많은 기업이 원활한 기업승계를 통해 투자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지속할 수 있도록 가업상속공제제도를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장에서 유일한 기업 관계자로 참석한 김치환 삼기오토모티브 대표이사는 사후요건을 준수하는 게 실질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 대표는 “급격한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현행 사전, 사후요건을 실질적으로 준수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서 “중견기업 육성과 기업가정신 고취라는 큰 틀 안에서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지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제도 악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 훈 위원장은 “국가가 상속세로 세수를 확보하는 것보다 상속세를 감면하거나 이연함으로써 얻는 경제적 성과가 크다는 것을 먼저 입증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기업 유지를 전제로 한 가업상속공제 혜택이 상속세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악용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이동기 서울대학교 교수, 김치환 삼기오토모티브 대표이사, 고인석 인텍전기전자 회장,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김용민 진금융조세연구원 대표, 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이현재 자유한국당 의원,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 오문성 한양여자대학교 교수, 박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정세제위원장, 박범준 한길외장 대표이사, 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 원장, 송동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사진제공=중견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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