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사회 교육

속보

더보기

[기록없는 아이들②]'한국이라는 모래성'에 사는 아이들

기사입력 : 2019년02월27일 15:22

최종수정 : 2019년03월08일 21:51

한국에서 꿈꾸는 안정적인 삶..모래성처럼 위태로운 현실
범죄에 항상 노출된 미등록 이주아동..실종된 아동의 권리

[편집자 주] 태어나도 기록될 수 없는 아이들이 있다. 한국에 살면서 평생 스스로의 존재를 입증해야 하는 아이들. 출생과 동시에 죽음과 가장 가까이 놓이게 되는 이 아이들을 대한민국은 '미등록 이주아동'이라고 부른다. 이 아동들은 부모로부터 '미등록'이라는 신분까지 대물림 받아야 한다. 병원에 가는 일, 학교에 들어가는 일, 취업과 결혼을 하는 일 모두 고난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한국에서의 삶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에 가깝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자라고 있지만 '국민'이 될 수 없는 미등록 이주아동의 생존기를 추적해봤다.

<목차>
①요람과 무덤 사이
②모래성에 사는 아이들
③등록되지 못한 모성애
④병원은 멀고 시민단체는 가깝다
⑤헌법 가라사대 “외국인 아동인권도 보장하라”
⑥전문가 인터뷰-1
⑦전문가 인터뷰-2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윤혜원 기자 = 한국에서 태어난 잭슨(가명)은 내전을 피해 한국으로 온 콩고 국적의 부모를 두고 있다. 잭슨이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태권도다. 한국인이라면 어린 시절 누구나 배웠을 태권도지만, 잭슨에게는 그 이상의 의미였다. 잭슨은 특히 빨간색, 검은색이 함께 어우러진 멋진 ‘품띠’를 따는 것이 작은 꿈이었다. 잭슨은 허리춤에 품띠를 맨 자신의 모습을 늘 상상하곤 했다.

하지만 승품 심사를 위해 국기원을 찾은 날은 잭슨에게 큰 상처로 남았다. 국기원은 잭슨에게 “심사를 받을 수 없다”고 통보했다. 신원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것. 출생신고조차 하지 못한 잭슨은 가족관계증명서 등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서류를 발급받을 수 없다. 결국 품띠는 잭슨의 작은 꿈으로 남아야만 했다.

학교를 다니던 잭슨에게는 현장학습과 수학여행도 ‘품띠’처럼 작은 꿈으로만 남아있다. 수학여행은 친구들이 기다리는 시간이지만, 잭슨은 오지 않기를 바라는 순간이기도 하다. 잭슨은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인지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여행자 보험’에 가입하기 어려워 수학여행을 떠날 수 없다. 친구들이 수학여행에서 추억을 쌓는 그 시간 동안 잭슨은 홀로 있어야 한다.

잭슨의 부모님은 잭슨의 출생신고를 위해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허사였다. 난민이라는 이유로 콩고 본국에서는 잭슨의 출생신고를 거부했다. 한국에서는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상태라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다.

잭슨은 친구들과 학교에서 어울려 살고 있지만, 존재는 증명되지 않는 기이한 현실을 매일 느껴야만 했다.

이처럼 출생신고를 못하는 미등록 이주아동에게는 평범한 일상이 없다. 잭슨처럼 학교에 입학하는 경우도 찾아보기 어렵다. 단속 위험이나 교육비 문제로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신원이 불분명하다거나 한국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학교가 입학 자체를 거부해 홀로 집에만 있는 아동들도 있다.

한국행정학회가 지난해 11월 법무부의 의뢰로 실시한 ‘국내체류 아동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자 중 22.2%의 미등록 이주아동들이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입학거부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부 이유로는 외국인이라서(66.7%)가 가장 많았고 한국어 부족(38.1%)이 뒤를 이었다.

한국행정학회가 법무부의 의뢰로 실시한 '국내체류 아동에 대한 실태조사' 내용. [사진=법무부]

또 미등록 이주아동의 46.1%가 학교생활 중 괴롭힘을 당한 적 있다고 답하는 등 어려움을 호소했다. 학교에 다니는 미등록 이주아동 10명 중 4명 이상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셈이다. 괴롬힘 유형은 언어폭력이 60.4%, 따돌림이 29.2%로 조사됐다.

중간에 학업을 중단한 비율도 미등록 이주아동은 56.1%로 등록 이주아동(7.3%)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중단 사유는 ‘부모의 체류 신분이 불안정해서’가 가장 많았다. 미등록 이주아동에게는 입학은 물론 졸업도 쉽지 않은 셈이다.

게다가 미등록 이주아동은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다 보니 학대 등 범죄에도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필리핀 국적의 어머니 밑에 있던 지희(가명)는 한국인 남성과 재혼한 엄마를 따라 한국으로 왔다. 한국에서 행복한 삶을 꿈꿨던 것도 잠시, 새아버지는 어머니가 없을 때면 12살이었던 지희의 몸을 만졌다. 어린 지희에게 유사 성행위를 요구하기도 했다. 어머니에게 상황을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새아버지와 결혼하면서 체류 비자를 발급받은 어머니와 달리 지희는 주민등록도 외국인등록도 돼 있지 않은 ‘단속 대상’이었다. 미등록 이주민이었던 윤지는 새아버지가 입양하지 않는 이상 합법적 체류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끝없는 고통에 시달리던 윤지는 학교 선생님에게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놓고 나서야 새아버지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윤지의 새아버지는 재판에 넘겨졌고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이주민을 돕는 시민단체들은 이 같은 성범죄 외에도 미등록 이주아동이 불법입양, 학대, 아동매매 등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미등록 이주민 2세들이 최근 성인으로 성장하면서 향후 취업과 결혼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아시아의 친구들 김대권 사무국장은 “미등록 이주아동이 꿈꾸는 평범한 삶은 적어도 한국에서만큼은 모래성처럼 위태로운 희망에 가깝다”며 “정부가 미등록 이주민을 단속의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인권은 보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반구천의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선사시대의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는 바위그림인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한국 정부가 신청한 '반구천의 암각화'를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2010년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된 후 15년 만의 결실이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총 17건(문화유산 15건·자연유산 2건)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반구천의 암각화' [사진=국가유산청] 2025.07.12 alice09@newspim.com '반구천의 암각화'는 국보로 지정된 울산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와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포함하는 유산이다.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에는 작살 맞은 고래, 새끼를 배거나 데리고 다니는 고래 등이 생동감 있게 표현돼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상화 생태계를 엿볼 수 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2010년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된 후 지난해 1월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했다. 이후 서류 및 현장실사 등 심사를 거쳤다. 세계유산위원회는 '반구천의 암각화'에 대해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인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주고, 다양한 고래와 고래잡이의 주요 단계를 담은 희소한 주제를 선사인들의 창의성으로 풀어낸 걸작"이라고 평했다. 이어 "선사시대부터 약 6000년에 걸쳐 지속된 암각화의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이면서 한반도 동남부 연안 지역 사람들의 문화 발전을 집약해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사진=국가유산청] 2025.07.12 alice09@newspim.com 세계유산위원회는 등재 결정과 함께 사연댐 공사의 진척 사항을 보고할 것과 더불어 반구천 세계 암각화센터의 효과적 운영을 보장하고, 관리 체계에서 지역 공동체와 줌니들의 역할을 공식화하고,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주요 개발 계획에 대해 알릴 것을 권고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이번 '반구천의 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는 국가유산청과 외교부, 주유네스코대한민국대표부, 해당 지자체가 모두 힘을 합쳐 이뤄낸 값진 결과"라며 "이번 등재롤 계기로 '반구천의 암각화'가 가진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충실히 보존하는 한편, 지역주민과의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는 적극행정으로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상에 알려진 지 50여 년이 지났지만, 세계유산 등재까지는 쉽지 않은 긴 여정이었다"며 "앞으로도 국가유산청은 '반구천의 암각화'를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서 가치를 지키고 잘 보존·활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alice09@newspim.com 2025-07-12 18:02
사진
신네르, 생애 첫 윔블던 단식 우승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세계 1위 얀니크 신네르(이탈리아)가 생애 첫 윔블던 남자 단식 정상에 올랐다. 신네르는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클럽 센터코트에서 열린 2025 윔블던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2위)를 3시간 4분 만에 3-1(4-6 6-4 6-4 6-4)로 꺾었다. 올해 1월 호주오픈에 이은 시즌 두 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품에 안고 상금은 300만 파운드(약 55억8000만원)를 거머쥐었다. 이탈리아 선수가 윔블던 단식 정상을 밟은 것은 남녀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2021년 남자 단식 마테오 베레티니, 2024년 여자 단식 자스민 파올리니가 결승에 진출했지만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런던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신네르가 13일(현지시간) 열린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에서 알카라스를 꺾고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2025.7.13 psoq1337@newspim.com 이번 결승은 지난 프랑스오픈 결승에 이은 두 선수의 메이저 결승 리턴 매치. 당시 신네르는 알카라스에게 2-3(6-4 7-6<7-4> 4-6 6-7<3-7> 6-7<2-10>)으로 패해 우승을 놓쳤다. 당시 트리플 매치 포인트를 날린 신네르는 경기 후 '삶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경기'라며 절치부심했고 한 달 만에 완벽하게 되갚았다. 신네르는 알카라스에게 당하던 5연패 사슬을 끊었다. 둘의 상대 전적은 여전히 알카라스가 8승 5패로 앞선다. 신네르는 이날 알카라스 특유의 드롭샷과 로브, 변칙 플레이에 흔들리지 않았다. 특히 3세트 게임스코어 4-4에서 브레이크에 성공하며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왔다. 4세트에서도 다시 한 번 브레이크로 균형을 깼다. 게임스코어 5-4, 자신의 마지막 서브 게임에서 신네르는 평균 200km/h에 가까운 강서브로 트리플 챔피언십 포인트를 만들었고 두 번째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우승을 확정 지었다. [런던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신네르가 13일(현지시간) 열린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에서 알카라스를 꺾고 우승한 뒤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자빈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25.7.13 psoq1337@newspim.com 경기 후 신네르는 "파리에서 정말 힘든 패배를 겪었기 때문에 감정이 북받친다"며 "결국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그 안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다. 우리는 패배를 받아들이고 계속 노력했고, 그 결과 이렇게 트로피를 들게 됐다"고 말했다. 하드 코트 메이저에서만 세 차례(2023 US오픈, 2024 호주오픈 포함) 우승했던 그는 이번 잔디 코트에서 처음 정상에 올라 메이저 전천후 강자임을 입증했다. 유일하게 우승이 없는 클레이코트 메이저 프랑스오픈까지 제패할 경우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지난해 도핑 양성 반응이 나왔던 신네르는 도핑 사실이 알려진 뒤로는 올해 호주오픈에 이어 두 번째 메이저 트로피를 따냈고 도핑으로 인한 3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마친 올해 5월 초 이후로는 이번이 첫 메이저 우승이다. 반면 알카라스는 윔블던 3연패 도전에 실패했다. 통산 6번째 메이저 결승전에서 처음으로 패배를 당했고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을 위해선 여전히 호주오픈 우승이 필요하다. [런던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신네르(왼쪽)와 알카라스가 13일(현지시간) 열린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을 마치고 축하와 위로의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5.7.13 psoq1337@newspim.com 그는 "결승에서 지는 건 언제나 힘든 일이다"라면서도 "하지만 오늘은 야닉의 날이다. 훌륭한 테니스를 한 그에게 축하를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네르와 알카라스는 지난해 호주오픈부터 치러진 7번의 메이저 대회에서 타이틀을 전부 나눠 가졌다. 2023년엔 알카라스가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을, 신네르가 호주오픈과 US오픈을 차지했고, 올해는 다시 신네르가 호주오픈과 윔블던을, 알카라스가 프랑스오픈을 가져갔다. 이제 두 선수는 메이저를 양분하는 확실한 '빅2'로 자리매김했다. psoq1337@newspim.com 2025-07-14 06:48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