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실효성 있는 출산장려정책 폐지 부당"
한달전 다자녀 특공 강화해 놓고 "실효성 없다" 입장 바꿔
논란있을 때마다 '땜질처방' 오락가락 정책도 비판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금수저 청약' 논란으로 정부가 9억원 이상 투기과열지구 아파트에 대한 특별공급을 폐지하자 다자녀가구의 반발이 거세다.
사실상 다자녀가구에게 주어지는 유일한 혜택을 폐지한 것은 출산장려정책에 역행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비판여론이 나올 때마다 '땜질처방'으로 일관하는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불과 한 달 전 자녀가 많을수록 특별공급 배점기준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한 바 있다.
‘디에이치자이 개포’ 견본주택이 수많은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사진=이동훈기자> |
1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을 중심으로 다자녀 가구를 위한 9억원 이상 투기과열지구내 아파트 특별공급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청원이 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한 청원인은 이와 관련 "서울시내에서 9억원을 넘지 않는 전용 84㎡(30평) 이상 분양 아파트는 외곽지역 말고는 찾기 쉽지 않다"며 "더더욱 세 아이의 엄마로서 교육환경이 좋은 곳을 찾자면 거의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금 더 안전하고 쾌적한 곳, 교육환경이 좋은 곳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욕구는 다자녀 부모에게는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지 않다"며 "이런 욕구실현기회가 저희에게는 다자녀 특공이었다"며 다자녀가구 특별공급 폐지를 반대했다.
특별공급제도는 신혼부부나 다자녀·노부모 부양가족과 같이 정책적, 사회적으로 배려가 필요한 계층이 일반 청약자와 경쟁하지 않고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최근 강남과 같이 고가 아파트 분양을 받을 수 있는 자산가까지 사회적인 배려가 필요하냐는 이른바 ‘금수저 청약’ 논란이 잇따랐다.
고가 주택은 특별공급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자연스럽게 제기됐다. 이에 국토부는 곧 투기과열지구 내 9억원 이상 아파트는 특별공급을 폐지하는 대책을 내놓고 다음달 중 시행하기로 했다.
특별공급 제도 개선 <자료=국토교통부> |
하지만 실수요자들은 특별공급정 개선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만 다자녀가구 뿐만 아니라 국가유공자, 장애인 특별공급까지 모두 제외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정부가 다자녀가구 특별공급대책을 두고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바로 지난달 자녀가 많을수록 특별공급을 받기 쉽도록 제도를 개편한 바 있다. 다자녀 특별공급 총점을 65점에서 100점으로 높이고 미성년 자녀와 영유아 자녀의 배점을 각각 40점과 15점으로 높였다.
이에 따라 다자녀가구 특별공급을 강화해 놓은지 한달만에 사실상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고 자인한 셈이 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글을 올린 또 다른 청원인은 "특별공급 대상자들을 모두 하나의 카테고리에 묶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특별공급이라는 좋은 취지의 정책을 심사숙고하지 않고 처리하는 것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출산과 결혼기피는 모든 국가가 직면한 과제인데 이 둘은 주택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이러한 주택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쉽게 그리고 자주 바꾸는 것은 정말 대책이 없는 일이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고가주택에 대한 특별공급 필요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지역 분양단지에서 다자녀가구 특별공급은 신청대상자가 적어 지속적으로 미달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라며 "다자녀가구라면 청약가점 점수가 높아 특별공급을 통하지 않더라도 일반공급으로 분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