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사회 서울시

속보

더보기

[오승주의 수선전도] 동묘와 관우, 그리고 조선의 제사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서울 도심에 우뚝 선 삼국지 관우 기리는 사당
임진왜란 후 국가 제사받은 관운장
다가오는 추석과 코로나시대 제사의 의미

[편집자] 수선전도(首善全圖)는 조선의 수도 한양을 목판본으로 인쇄한 지도입니다. 대동여지도를 제작한 고산자(古山子) 김정호가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쪽 도봉산부터 남쪽 한강에 이르기까지 당시 서울의 주요 도로와 동네, 궁궐 등 460여개의 지명을 세밀하게 묘사했습니다. 수선전도에 있는 지명들은 지금도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오승주의 수선전도'는 이 지도에 나온 동네의 발자취를 따라 지명과 동네에 담긴 역사성과 지리적 의미, 옛사람들의 삶과 숨결 등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오늘 숨가쁜 삶을 사는 우리 자신을 되돌아볼 계획입니다.

[서울=뉴스핌] 오승주 기자 =서울지하철 1호선과 6호선이 맞물리는 동묘앞역 3번 출구로 나오면 만물상이 펼쳐진다. '동묘 풍물시장'이다. 매일 문전성시를 이루는 풍물시장에는 골동품부터 '이런 것도 사용이 가능할까'라는 물건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온갖 물건들의 집합소를 돌다보면 긴 담장 속으로 기와건물이 자리잡고 있다. 도심 한가운데 범상치 않은 풍채를 뽐내는 한옥 건물. 바로 보물 제142호 '동묘'다.

◆삼국지 관우 기리는 도심속 사당

동묘의 정식이름은 동관왕묘(東關王廟)다. 관왕, 즉 관우를 모신 동쪽 사당이라는 뜻이다. 관우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유비, 장비의 의형제다. 호는 운장인데, 흔히 관운장(關雲長)이라고도 부른다.

관우는 삼국지에서 적토마를 타고 청룡언월도를 휘두르며 촉나라 장수로 활약한다. 진수가 지은 정사 삼국지를 소설화시킨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통해 관우는 무(武)와 충(忠), 의리(義理), 재물(財物)의 화신(化神)으로 각인됐다.

삼국지연의에서 관우가 조조에 몸을 맡길 때다. 조조가 관우의 환심을 사기 위해 여포에게서 뺏은 적토마를 선물하자 기뻐한다. "형님(유비)이 있는 곳을 알게 되면 한걸음에 달려갈 수 있다"는 이유였다. 관우는 중국인들에게는 지금까지도 '사람으로 태어나 신(神)이 된 남자'로 칭송받는다.

그런데 중국의 현신(顯神)으로 추앙받는 관우의 사당이 조선의 수도 한양에 번듯하게 자리잡은 까닭은 무얼까. 다름 아닌 임진왜란 때문이다.

조선후기 실학자 이긍익이 저술한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은 세간에 떠도는 야사(野史) 총서다. 연려실기술 별집에는 여러 사당과 전국의 명산, 서원, 기이한 이야기 등이 실려 있다.

[서울=뉴스핌] 오승주 기자 = 서울 동묘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현재 동묘는 수리와 코로나19에 따른 관람제한으로 오픈되지 않고 있다. 2020.09.24 fair77@newspim.com

연려실기술 별집 제4권 사전전고(祀典典故) 제사(諸祠·여러 사당) 편이다. 동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일찍이 임진년과 정유년의 왜란 때에 관우의 신령이 여러 번 나타나 신병(神兵)으로써 싸움을 도와주어 명나라 장수와 군사들이 모두 말하기를, "평양의 싸움에서 이긴 것과 도산에서 싸움과, 삼도(三道)에서 왜병을 구축할 때 관우의 신령이 늘 나타나 음조(陰助)하였다."고 했다. 행주(幸州) 싸움에서 이길 때에도 신병이 나타났다 한다.

정유년 겨울에 명나라 장수가 울산의 적진을 공격하다 불리하게 되니, 무술년 1월에 퇴병하였는데 명나라 장수 유격과 진인이 힘써 싸우다가 적의 탄환에 맞아 쓰러진 것을 싣고 서울로 돌아와서 치료하면서 숭례문 밖에 있는 산기슭에다 사당 한 채를 창건하고 그 가운데 신상(神像)을 설치하여 관공(關公·관우)을 모셨더니 장수 양호를 비롯하여 모든 장수가 은(銀)을 내어 그 비용을 도왔다. 우리나라(조선)에서도 또한 은으로 도왔다. 사당이 낙성되자 선조(宣祖)께서도 가서 보았는데, 비변사의 모든 관료들이 임금의 행차를 따라 사당 앞뜰에 나아가서 재배하였다. 신상은 흙으로 만든 것으로 낯은 진한 대추와 같이 붉고, 봉(鳳·봉황)의 눈이며, 수염은 배까지 드리웠다. 좌우에 소상 둘이 큰 칼을 가지고 모시고 서 있는데 관평(關平·관우의 양아들)과 주창(周倉·관우의 부하 장수)이라고 이르며, 의젓하여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이로부터 모든 장수가 출입할 때마다 참배하였으며, 모두 동국(조선)을 위하여 신령의 도움으로 적을 물리치기를 빌었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 군대가 왜군에 고전을 면치 못한 싸움이 평양성과 울산 전투다. 패배 직전까지 몰린 명나라 군사 앞에 관우의 신령이 신의 군대를 몰고 나타나 왜군을 해치웠다는 이야기다. 당시 조선 파병 장수였던 유격과 진인이 울산 전투 이후 한양에서 치료를 받을 당시 남대문 밖 산기슭, 서울 남산 근처에 관우 사당을 지었다. 관우의 상은 명나라 장수와 조선 국왕 선조가 은을 십시일반 내어 비용을 댔다.

그런데 한술 더 떠 명나라 황제인 만력제(신종)가 관우의 정식 사당을 세우라고 조선국왕에 명령한다.

[서울=뉴스핌] 오승주 기자 = 서울지하철 1호선과 6호선이 맞물리는 지역에 위치한 동묘의 모습 <사진=문화재청> 2020.09.24 fair77@newspim.com

'만력 30년에 명나라 신종황제(神宗皇帝)가 4천 금(金)을 무신(撫臣·사신) 만세덕(萬世德)에게 부쳐 조선 서울에 관왕묘를 세우도록 하였다. 조서에 이르기를, "관공의 신령이 본래 중국에서 나타났었는데, 왜란을 평정하는 역사에도 뚜렷한 도움을 받았다하니, 조선에서도 당연히 신주를 모셔야 한다."고 했다. 이에 동대문 밖에 땅을 택하여 대신에게 명하여 감독하게 하였는데, 경자년부터 역사(役事)를 시작하여 3년 만인 봄에 준공하였다. 그 소상(塑像)·신상)은 그림의 모양에 의한 것이며, 전각·행랑·문간·쇠종과 북을 설치하여 놓은 것이 무릇 백여 칸이나 되는데, 모두 중국의 제도에 의한 것이다. 편액에 쓸 것을 명나라 조정에 청하여 명나라 임금의 뜻을 받아 '현령소덕왕관공의묘(顯靈昭德王關公之廟)'라고 세웠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2006년 발간한 '동묘의 건축'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고대로부터 공자의 문묘(文廟)처럼 무묘(武廟)를 세워 관우를 숭배해 왔다. 동묘는 임진왜란이 끝난 뒤 명의 사신 만세덕이 명황제 신종의 요청을 전해와 1601년(선조 34년)에 건립됐다. 명나라 장수들이 세운 남대문 밖의 남묘에 조선이 설립한 동묘까지 관운장 사당만 선조대에 2개나 설립된다.

이후 조선왕조 말기 구한말에는 관우 숭상 신앙이 고조되면서 한양 서쪽과 북쪽에도 관왕묘가 설립돼 한양 동서남북에 관우 사당이 만들어 졌지만, 현재는 동묘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가에서 관우를 숭상하게 되면서 민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관우에 대한 신비감은 무속신앙과 결부돼 서민들의 생활 곳곳에 스며들었다. 무속화 등에 관우가 등장하고 국가가 아닌 민간차원에서 관우 사당이 자리를 잡는다. 서울 중구 청계천변에 위치한 성제묘(聖帝廟)가 대표적이다. 내부에는 턱수염을 쓰다듬는 붉은 낯빛의 관우가 뽀얀 얼굴의 부인과 나란히 앉아 있는 무속화가 걸려 있다.

선조를 비롯해 숙종과 영조 등 조선 임금들은 동묘에서 제사(祭祀)를 지냈다. 정묘호란 이후 망한 명나라를 기리는 서인의 사대주의가 기승을 부리면서 관운장 사당은 전국으로 확산한다.

전라도 강진과 남원, 경북 안동과 성주 등지에 관왕묘가 잇따라 설립돼 해마다 음력 5월13일(관우의 생일)이면 성대하게 제사를 지냈다.

'숙종 37년(1711년)에 명을 내려 여러 도에 있는 관왕묘의 제사를 선무사의 예에 따라 경칩과 상강에 향과 축문을 내려보내 본도에서 제사를 행하도록 하였다.'(연려실기술)

[서울=뉴스핌] 오승주 기자 = 서울 중구 방산시장에서 청계천으로 올라가는 곳에 위치한 성제묘의 모습. 관운장이 무속신앙으로 체화된 조선후기 민간신앙을 보여준다. <자료 =서우 중구청>2020.09.24 fair77@newspim.com

◆관우를 위한 제사, 조선의 제사

조선은 관우에 대한 제사를 엄숙하게 실시했다. 관우에 대한 제사는 사실상 조선이 패망에 접어든 순종 때 폐지됐다. 순종은 1908년 7월 23일 '국력이 쇠진하고 나라를 제대로 꾸려나갈 수 없는 형편이 된 마당에 때마다 사당에 제사를 올린다는 것은 너무도 벅찬 일이다'라는 이유를 들어 전국 모든 관제묘에 대한 제사가 한번에 폐지된다.

조선왕조가 공식적으로 문을 닫은 때는 1910년 8월 29일(경술국치)이다. 망국 불과 2년 전에 관우에 대한 제사를 금지한 것은 순종의 뜻도 뜻이지만 아무래도 일제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도 추정할 수 있다.

그만큼 제사는 조선이라는 나라와 민중들에게 중요했다. 조선왕조는 이념기반이 유교다. 현세의 고통을 선하게 잘 참으면 다음 생에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고려의 불교철학에 비해 유교는 현실철학이다. 현실세계에서 신분질서를 유지하면서 국가의 안정까지 이어져야 한다.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내세를 믿는 것보다 현실에서 눈에 보이는 자신을 태어나게 해준 부모, 상전, 임금 등 지배세력까지 충성을 다하는 것이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라고 반복한다.

제사는 아무나 지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조선은 크게 양인과 천민으로 계급이 나눠졌다. 양인에는 양반과 상민이 포함된다. 양인만 제사를 모실 수 있다. 천민은 제사에서 '열외'였다.

제사도 신분에 따라 철저히 나뉜다. 경국대전 예전(禮典) 봉사(奉祀) 대수(代數)편에는 제사를 지낼 수 있는 대상을 법적으로 명문화했다. 문무관 6품 이상은 위로 3대까지, 7품 이하는 2대, 서민은 부모만 제사를 모실 수 있었다. (문무관육품이상제삼대, 칠품이하제2대, 서인즉지제고비·文武官六品以上祭三代, 七品以下祭二代, 庶人則只祭考妣)

요즘으로 치면 행정고시 통과한 5급 공무원 정도가 돼야 증조할아버지와 증조 할머니 제사를 모실 수 있었다. 벼슬이 없는 서민은 부모 제사로 만족해야 했다. 양반 입장에서는 승진을 해야 조상과 이웃에 체면이 서는 일이기도 했다. 또다른 측면에서 보면 하급관리나 서민들이 제사라는 의식에 사로 잡히지 않고 하던 일에 몰두하라는 의미로도 들린다.

[서울=뉴스핌] 오승주 기자 = 동묘 풍물시장에 전시된 판매물품들의 모습. 2020.09.24 fair77@newspim.com

조선시대의 가계승계법제(정긍식, 서울대학교 법학 제51권 제2호, 2010년 6월)에 따르면 조선시대 제사는 첫째아들인 장자만 제사를 이어간다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16세기 중엽까지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제사는 여러 자녀들이 돌아가면서 봉행하는 제자녀윤회봉사(諸子女輪回奉祀)가 조선전기까지 관행이었다. 대상은 친조부모뿐 아니라 외조부모까지 제사를 지냈다.

제사의 원칙은 상속에 있다. 조선초기에는 남녀균분상속이 관행이었다. 부모에게 재산을 물려 받으면 혜택에 따른 의무인 제사도 같이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아들이 없는 경우 양자를 들이지 않고 딸과 그 자식이 제사를 드리는 외손봉사도 성행했다. 자녀가 없으면 친족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길러 제사를 부탁(수양·시양봉사)하기도 했다. 남편이 사망한 뒤에 처가 남편과 조상제사를 드리는 가부법(冢婦法)도 존재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통치 이데올로기인 유교의 주자학에 대한 해석변화와 삶의 방식이 바뀌면서 제사의 본질도 달라진다. 제사에 대한 규정이 집권당에 따라 형식에 치우치면서 엄격해졌다. 결혼 후 남자가 처가에 거주하는 전통이 조선 명종대를 지나면서 서서히 사라지고 부계혈통주의가 강화되면서 친손과 외손의 구별을 따지는 등 사회가 변화한다.

제사 승계에서 딸과 외손이 배제되고, 딸들은 상속에서 차별을 받았다. 여기에 임진왜란과 병자호런을 고친 후 붕괴된 향촌사회 질서를 가문을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된다. 신분제 붕괴가 가속화되면서 양반층도 급속하게 늘었다.

조선초 1%에 불과했던 양반층은 조선후기 70%에 육박하면서 뒤늦게 양반에 편입된 계층은 '예전에 같이 놀던 계급'과 차별화를 위해 제사에 집착하게 된다.

[서울=뉴스핌] 오승주 기자 = 수선전도에 나타난 동묘. 동대문 밖에 관우의 사당이 그려져 있다. 2020.09.24 fair77@newspim.com

◆명절 엄습한 코로나19와 제사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다가온다. 이번 추석은 초유의 전염병이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는 상황에서 맞는다. 명절 이후 늘상 들려오는 소식은 '제사' 때문에 벌어지는 사건 사고다.

제사와 차례는 조상을 기리고 마음을 다하는 큰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봉사(제사 지내는 일) 때문에 가족간 마음이 틀어지면 명절의 의미는 퇴색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가족이 모이는 일도 겁난다.

현대에 들어 제사의 번거로움은 상당부분 퇴색됐다. 제사의 본질은 마음을 전하는 일이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제사와 차례에 집중하든, 여러 이유로 예전처럼 활기차게 명절을 맞기 힘들지 몰라도 제사의 본질만 잊지 않으면 된다. 유교에서 제사의 본질은 성(誠)이다. 정성을 들이는 마음만 가지라는 뜻이다.

fair77@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미일 금리차 축소에도 '엔저' 왜? [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빠르게 줄고 있음에도 엔화 약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이례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고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미일 간 금리 격차가 좁혀지면서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인 환율 흐름이다. 그러나 올해 외환시장은 이 공식이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세 차례 연속 금리를 인하했고 일본은행(BOJ)이 추가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지만, 엔화는 여전히 1달러=155엔 부근에서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엔화의 코넌드럼(수수께끼)'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 엔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문제는 '금리'가 아니라 '경제 구조' 상황이 이러하자 시장의 시선은 금리에서 일본 경제의 구조적 요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일본은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재무성에 따르면 올해 1~10월 경상수지는 27조6000억엔 흑자를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지난해(29조3000억엔)에 이어 사상 최대가 유력하다. 이 가운데 약 5조엔이 일본 국내로 환류되며 엔화 매수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세부 항목을 보면 엔화에 불리한 흐름이 뚜렷하다. 무역수지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도 10월까지 1조5000억엔 적자다. 원유·자원 수입 대금의 상당 부분을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구조 자체가 엔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한다. 더 심각한 것은 서비스수지다. 일본은 디지털 서비스 분야에서 만성적인 적자를 안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디지털 수지는 5조6000억엔 적자를 기록했다. 방일 관광객 증가로 여행수지가 5조4000억엔 흑자를 내며 간신히 이를 상쇄하고 있지만, 구조적으로는 불안정하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디지털 적자가 2035년에는 18조엔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2024년 기준 원유 수입액(약 10조엔)을 훌쩍 넘는 규모다. 클라우드, 동영상 스트리밍, 생성형 AI 등 핵심 디지털 서비스가 해외 기업에 장악된 상황에서, 여행수지 흑자로 이를 계속 메우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일본 교토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일본의 전통 의상인 '기모노'를 입고 교토 시내의 공원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NISA와 재정 확장이 초래한 엔화 매도 일본 정부가 추진한 신(新) NISA(소액투자비과세제도) 역시 의도치 않은 엔화 약세 요인으로 지목된다. 제도 개편 이후 해외 투자신탁 매수에 따른 자금 유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미쓰비시UFJ모간스탠리증권에 따르면 신 NISA 도입 이후 해외 펀드 투자로 월평균 약 6900억엔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연간 기준으로는 약 8조엔 규모의 엔화 매도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NISA 계좌 수가 현재 2700만개에서 4000만개 수준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향후 5~10년 동안 매년 10조엔 안팎의 엔화 매도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재정 정책에 대한 불안도 겹친다.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이 내세운 대규모 재정 지출이 성장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재정 건전성을 훼손할지에 대한 의문이 시장에 남아 있다. 일본 국채의 신용위험을 반영하는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은 최근 약 2년 만의 고점까지 상승했다.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로 편성된 2025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추가경정예산 역시 '재정 팽창'에 대한 경계심을 자극한다. 외국계 금융권에서는 "재정 지출이 성장으로 연결되더라도 1~2년의 시차가 불가피하며, 그동안은 엔화 약세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엔저 지속, 한국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 엔화 약세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도 파급 효과가 적지 않다. 가장 직접적인 채널은 엔/원 환율이다. 엔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유지하면, 원화가 달러 대비 일정 수준에서 움직이더라도 엔/원 환율은 상대적으로 하락(원화 강세)하기 쉽다. 이는 수출 경쟁 측면에서 한국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일본과 경합하는 자동차, 조선, 기계, 소재 산업에서는 일본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엔저가 지속될수록 한국 수출기업은 원가 절감이나 기술 경쟁력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마진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수입 물가 측면에서는 일부 완충 효과도 있다. 일본으로부터 들여오는 중간재·부품 가격이 낮아지면서 제조업 원가 부담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한국의 대일 수입 구조가 완제품보다는 핵심 소재·부품 중심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환율 효과가 소비자 물가 안정으로 직결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금융시장에서는 엔/원 환율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주목된다.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는 엔화가 저금리 통화이자 조달 통화로 다시 활용될 경우, 위험자산 선호 국면에서는 원화 등 아시아 통화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구조적 엔저 인식이 굳어질 경우, 엔화 약세와 함께 원화도 동반 약세를 보이는 '동조화 리스크'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004년 이후 미국의 금리 인상기에도 미 국채 금리가 오르지 않는 현상을 당시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은 '코넌드럼'이라 불렀다. 결과적으로 저금리는 부동산 버블을 키우고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지금의 엔화 역시 비슷한 경고음을 내고 있다. 금리차라는 단순한 설명으로는 더 이상 환율을 이해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구조적 경상수지 변화, 디지털 적자, 자본 유출, 재정 신뢰까지 얽힌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다면, 엔화 약세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goldendog@newspim.com 2025-12-17 14:10
사진
김기현 자택·사무실·차량기록 전방위 압색 [서울=뉴스핌] 김영은 기자 = 민중기 특별검사팀(특검팀)이 17일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전방위 강제수사에 나섰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김건희 여사 로저 비비에 가방 수수의혹사건' 과 관련해, 차량출입기록 확인 등을 위해 국회사무처 의회방호담당관실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시진은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가 2023년 12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핌DB] 특검팀은 이와 함께 김 의원의 서울 성동구 자택,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도 돌입했다. 앞서 특검팀은 김 여사의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260만원 상당 로저비비에 클러치백과 김 의원의 배우자 이모 씨가 작성한 편지를 발견했다. 2023년 3월 17일이 적힌 편지엔 김 의원의 당대표 당선에 대한 감사 인사가 적혀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특검팀은 해당 가방이 2023년 3월 8일 김 의원의 당선 직후 건네진 대가성 선물이라고 보고 최근 이씨를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한 바 있다. 김 여사 측이 당초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지지했으나 당시 권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김 의원을 지지했고, 이씨가 답례로 가방을 건넸다는 특검팀의 관측이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가방 구매 대금이 김 의원에게서 빠져나갔을 가능성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김 의원은 김 여사 측에 대한 청탁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아내가 신임 여당 대표의 배우자로서 대통령의 부인에게 사회적 예의 차원에서 선물을 한 것"이라며 "이미 여당 대표로 당선된 나와 내 아내가 청탁할 내용도, 이유도 없었다. 사인 간의 의례적인 예의 차원의 인사였을 뿐"이라고 했다.  이날 김 의원은 압수수색 현장에서 "민주당 하청으로 전락한 민중기 특검의 무도함을 여러분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박노수 특별검사보가 지난 4일 정례브리핑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핌DB] yek105@newspim.com 2025-12-17 13:31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