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다영 기자 = 헬릭스미스가 지난해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엔젠시스'(VM202-DPN)의 글로벌 임상 3상 실패 원인이 약물 혼용이 아니라고 밝혔다. 위약(가짜약)과 비교했을 때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헬릭스미스는 14일 임상 3상 데이터 분석 결과를 발표해 "임상 3-1상에서 주평가지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라며 "3개월에서 위약(가짜약) 대비 '통계적 유의미성'이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로고=헬릭스미스] |
그동안 엔젠시스가 약효가 있지만 임상 3상에서 약물혼용이 발생하면서 실패했다고 주장해왔으나 데이터 분석 결과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9월 임상 3-1상 실패를 공개하면서 김선영 헬릭스미스는 "임상 2상 때보다 훨씬 더 큰 규모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해 이번 3상은 '미완의 성공'"이라고 자평했던 바 있다.
헬릭스미스는 입증하지 못한 유효성 대신 안전성을 강조했다.
헬릭스미스는 "엔젠시스는 매우 안전했다"라며 "국내에서는 안전성을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상수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신약을 개발할 때는 안전성이 시판허가에서 가장 우선적이면서 중요하게 고려되는 평가지표"라고 설명했다.
헬릭스미스는 이어 "통증 분야에서는 아무리 유효성이 있어도 안전성에 문제가 있으면 허가를 받지 못하거나 설혹 받았다 하더라도 시장에서 퇴출된다"라고 했다.
회사는 실패를 보완해 진행했던 3-1B상에서는 주평가지표와 부평가지표를 모두 달성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3-1B상의 주평가지표는 회사가 이미 증명했다고 주장한 안전성이었다. 앞서 3상에서 입증하지 못했던 유효성을 주평가지표가 아닌 부평가지표로 설정했다.
헬릭스미스는 "3-1B상에서 통증 산업계에서 매우 드물게 위약과 안전성의 차이가 없었고 6, 9, 12개월에서 위약과 통증감소 효과 수치는 각각 1.1, 0.9, 0.9로 나왔다"라며 "이 때 p값도 0.01 혹은 0.05 미만으로 통계적으로도 유의했다"라고 설명했다.
전반적 치료 만족도도 엔젠시스군에서 '(통증이 매우 크게 향상됐다'라고 응답한 환자가 위약군 대비 유의하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진통제인 가바펜틴, 프리가발린을 복용하지 않는 환자에서 통증감소 효과는 6, 9, 12개월 각각 1.3, 1.2, 1.5로 확인됐다.
엔젠시스 약물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8개월 이상 약물 효과가 유지됐다.
헬릭스미스는 "임상 3-1상과 3-1B상은 환자들의 성격이 거의 같기 때문에 안전성과 유효성 결과가 같거나 비슷하게 나와야 한다"라며 "두 결과가 다른 모순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데이터를 정밀분석한 결과 임상이 진행될수록 환자들의 통증에 대한 반응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어 "후반기에는 통증감소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큰 반면 전반부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라며 "후속 임상에서 이 같은 현상의 발생을 최소화 내지는 없애는 장치를 도입하겠다"라고 말했다.
해당 보고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약동학(PK) 조사결과 전달 시점에 맞춰 제출할 예정이다.
한편,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엔젠시스의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약물 혼용으로 인해 위약을 투여해야 할 환자군과 엔젠시스를 복용해야 할 환자군이 뒤섞여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회사는 임상수탁기관(CRO)나 임상시험기관(병원)에서 오류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 1월 발표 예정이었던 임상 오염 원인 조사 결과 발표는 1달 가량 지연됐으나 회사는 이날 발표에서 약물혼용을 예상했던 원인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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