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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년만의 수사권 조정…경찰, 오욕의 역사 청산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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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박준형 기자 =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이 13일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해방 이후 이어져온 형사사법체계에 일대 변혁이 불가피하게 됐다. 경찰이 오욕의 역사를 청산하고 최대 숙원인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한 분리로 나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사권 조정을 위한 경찰의 노력은 지난 72년 동안 계속됐다. 경찰은 1945년 미 군정 아래서 경무국으로 출발했다. 창설 초기 일시적으로 독자적 수사권을 가졌던 경찰은 그러나 1948년 검찰청법에 '경찰은 범죄수사에 있어 검사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조항이 명시되면서 검찰과 상명하복 관계에 놓이게 됐다.

[사진=김아랑 기자]

1954년에는 검사의 수사권과 기소권이 명문화된 형사소송법이 제정됐다. 당시 경찰에 독자적 수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으나 검찰 측 반대로 무산됐다. 1960년 4·19혁명 직후 '경찰행정개혁심의회'가 구성, 경찰에게 1차적 수사권을 주는 방안이 내무부에 건의됐으나 역시 검찰 반발로 무산됐다.

당시만 해도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경찰의 반인권적 수사 관행에 대한 회의감이 팽배해 있었다. 이런 이유로 1962년 12월 영장청구의 주최를 검사로 규정한 5차 개헌이 이뤄졌다. 수사권과 기소권에 이어 체포, 구속, 압수수색, 검증 등에 대한 영장청구권까지 검사가 독점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본격적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공론화되기 시작한 것은 정권 교체가 이뤄진 김대중 정부 시절이다. 1996년 3월 새정치국민회의는 제15대 총선에서 '경찰 수사권의 독자성 확보'를 공약으로 제시했으며, 1997년 12월에는 김대중 당시 대통령 후보가 '자치경찰제 도입'과 '경찰 수사권의 독자성 확보'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고 1999년 자치경찰제 도입 논의가 시작되자 경찰은 수사권 조정을 추진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하지만 검찰과 경찰은 각자의 입장을 고수하며 한 달 이상 대립했고, 긴장이 고조됐다. 그러자 청와대는 양 기관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고 보고 검찰과 경찰에 수사권 문제와 관련된 논의를 일절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수사권 조정 논의는 다시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뒤이어 '검찰개혁'을 화두로 내걸고 출범한 노무현 정부는 2004년 9월 '검·경 수사권 조정 협의체'를 발족하면서 수사권 조정 논의에 불을 댕겼다. 2005년 취임한 허준영 전 경찰청장은 수사권 조정을 두고 사실상 검찰과의 전면전을 선포했으며, 황운하 경찰인재개발원장은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을 맡아 여론의 중심에 섰다. 검찰은 강하게 반발했고, 또 다시 양 기관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수사권 조정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제주도에 자치경찰제를 처음 도입하며 자치경찰제의 서막을 올렸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5월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검찰개혁 여론이 들끓었다. 2010년 2월 국회는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를 구성, 수사권 조정 논의를 시작했다. 사개특위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내놓으며 이미 관행적으로 행해졌던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실망의 목소리가 컸다. 검찰 역시 반발,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이 사퇴했고 수사권 조정 논의에 참여한 대검찰청 지도부도 집단 사의를 표명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급물살을 타게 됐다.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검찰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며 검찰개혁에 실패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주요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2018년 6월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 수사권 및 종결권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했다. 국회로 넘어온 수사권 조정안은 사개특위를 거쳐 지난해 4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고, 해를 넘겨 2020년 1월 국회를 통과하게 됐다.

 

jun89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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