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문화재연구원 "토지 단위 '결·부' 6세기경부터 사용"
문화재청, 11일 '목간' 발굴현장 공개
[경산=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경산시 소월리에서 신라시대 토지·조세제도와 관련된 문자가 새겨진 목간(
木簡)이 발견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경북 경산시 소월리에서 발굴된 '목간'의 적외선 사진 A면 세부[사진=문화재청] |
이번에 발견된 목간은 74.2㎝의 크기로 굽은 나무의 표면을 다듬어 만든 총 6면에 걸쳐 약 94자의 글자가 새겨져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목간에서 확인된 글자 가운데 '곡(谷)'과 '답(畓)', '제(堤)' 등의 문자로 보아 인근 지역의 토지 현황을 기록한 당시의 토지관리 문서로, 신라시대 지방 촌락의 토지 현황과 조세 제도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단서가 될 것으로 학계는 분석하고 있다.
목각이 발견된 곳은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재)화랑문화재연구원(원장 오승연)이 발굴조사 중인 경산 지식산업지구 진입도로구간으로 지난 3일 공개된 사람 얼굴 모양의 토기에 이어 추가로 발견됐다.
화랑문화재연구원은 수혈(竪穴·구덩이) 유구(遺構·건물의 자취)에서 삼면에 얼굴 모양을 표현한 토기와 함께 신라시대 토지 관련 목간과 목간보다 훨씬 길고 두꺼운 싸리나무 추정의 나무묶음 다발을 발견했다고 9일 밝혔다.
[경산=뉴스핌] 남효선 기자 = (재)화랑문화재연구원이 발굴조사 중인 경산 지식산업지구 진입도로구간에서 찾아낸 '목간'을 수습하고 있다.[사진=문화재청] 2019.12.9. nulcheon@newspim.com |
목간의 길이는 74.2㎝로 사람 얼굴 모양 토기의 아래서 출토됐다. 학계는 목간의 서체나 내용을 근거로 6세기 유물로 추정하고 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지난 6일 1차 판독을 통해 이번 발견된 목간은 굽은 나무의 표면을 다듬어 만든 총 6면에 걸쳐 약 94자의 글자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 중 2면은 글자를 연습한 흔적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기록된 글자의 서체나 내용으로 보아 오늘날 경북도 경산 인근 지역의 토지 현황을 기록한 '6세기대에 작성된 토지관리 문서 목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주문화재연구소는 특히, 목간 기록 중 '곡(谷)'과 '답(畓)', '제(堤)' 등의 문자에 주목하고 있다.
또 이번에 발견된 목간을 통해 골짜기(곡, 谷)를 배경으로 형성된 일정한 집단이 존재했으며 둑(제, 堤)이 조세 부과와 연관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발굴된 목간을 통해 골짜기(谷)와 둑(堤)을 중심으로 한 당시 지방 촌락의 입지, 농업 생산력 증대를 위해 축조한 제방과 그 주변에 자리하고 있는 논의 존재, 그리고 그곳을 대상으로 조세를 수취하는 중앙 정부의 지배 양상을 동시에 엿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북 경산시 소월리에서 발굴된 '목각' 적외선 사진[사진=문화재청] |
또 문화재청은 논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우리 고유의 한자(漢字)인 '답(畓)'을 사용했다는 점도 주목된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우리나라 고유의 한자인 답(畓)은 지금까지 '창녕 신라 진흥왕 척경비(昌寧 新羅 眞興王 拓境碑, 국보 제33호, 561년 건립)'에 처음 등장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며 이번에 발견된 목간에 등장하는 답(畓)을 통해 목간의 제작연대도 비슷한 시기임을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조세 부과를 위한 토지 면적 단위는 '결(結)'이나 '부(負)'를 사용했다는 점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결(結)'은 토지 면적 단위 가운데 하나이며, 삼국시대의 1결은 대략 1만5400㎡로 추정된다. 또 '부(負)'는 토지 면적 단위 가운데 하나로 1부는 대략 154㎡이며 100부가 1결을 뜻한다.
특히 이번 목간에서 확인된 토지 면적 단위인 '결(結)'과 '부(負)'의 글자를 통해 이를 사용한 시기가 종전의 삼국통일 이후 시기에서 6세기까지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당시 신라의 지방 지배와 토지를 중심으로 한 경제활동 논의를 진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자료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이번에 출토된 목간은 한국고대사 연구의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현재 목간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 의해 1차 판독이 완료된 상태이다.
문화재청은 관련학계와 함께 추가적인 판독 및 연구 과정을 거쳐 목간에 대해 더 다양한 해석과 내용을 공개할 계획이다.
또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유물들의 고고학적인 분석과 함께 자연과학적 분석을 실시하고, 주변 유구와의 상관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더 명확한 성격과 시기 등을 밝혀 다시 공개한다는 예정이다.
발굴조사 현장은 오는 11일 오후 2시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문화재청은 밝혔다.
이날 지난 3일 공개한 사람 얼굴 모양 토기는 물론, 함께 출토된 다른 토기도 공개된다.
문화재청은 다만, 목간의 경우 유물의 안전을 위해 실물이 아닌 적외선 사진 등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nulche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