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중국 정치

속보

더보기

'선전이 홍콩된다' 홍콩 영화 저물고 선전 시대 성큼

기사입력 : 2019년08월23일 16:53

최종수정 : 2019년08월23일 16:53

선전 중국 남부 경제 정치 중심 우뚝
뒤바뀐 운명 홍콩 쇠퇴 가속 전망
뜨는 도시 선전, 홍콩 대체설 확산

[서울=뉴스핌] 강소영 기자='동양의 진주' 홍콩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반면 홍콩의 배후지로 여겨졌던 중국 광둥성 선전(深圳)은 경제력과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아시아 대표 국제도시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홍콩이 범죄인 인도조약 반대 시위로 촉발된 민주화 운동으로 혼란에 빠진 시기, 선전은 강력한 성장 '부스터'를 장착하고 홍콩의 지위를 넘보고 있다.

중국 남부의 대도시 선전이 급부상하게 된 것은 8월 19일 발표된 중국 중앙 정부의 선전 개발 정책 때문이다. 중국은 선전을 세계 일류의 국제 도시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선전 개발계획의 공식 명칭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선행 시험구'.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선전의 지속적 경제 산업 발전과 더불어 '정치적 위상'까지 격상시키는 국가적 차원의 전략이다. 1980년 경제특구로 지정된 후 개혁개방 1번지에서 첨단 IT산업과 창업의 혁신 기지로 성장한 선전이 정치 경제 산업을 모두 아우르는 '정치특구'로 진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선전의 경제 발전은 홍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과거 홍콩의 번영이 없었다면 오늘날 선전의 발전도 상상하기 힘들다. 홍콩이 중국 본토에 반환되기 1년 전인 1996년 천커신(陳可辛) 감독이 제작한 영화 첨밀밀(甜蜜蜜)은 과거 중국인들에게 홍콩이 어떤 존재였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홍콩의 '젖'을 먹고 자란 선전이 미래에는 홍콩을 먹여살려야 한다는 중국 내부의 '자만심 어린' 다짐에서 홍콩과 선전의 뒤바뀐 운명과 세월의 무상함을 느낄 수 있다.

◆ 선전-홍콩 격동의 역사, 과거와 현재 

선전 시내 전경

무협소설 '의천도룡기'의 작가 김용(金庸)의 일화는 과거 홍콩과 선전의 대비된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홍콩은 19세기 세계열강의 침략 전쟁 속에서 중개무역을 통해 경제와 산업이 크게 발전했다. 2차 세계대전의 종식과 중국 공산화로 1950년대 경제가 잠시 타격을 입기도 했지만, 공산당을 피해 중국에서 넘어온 대 자본가들과 지식인들로 인해 경제 번영의 기회를 다시 잡게 됐다.

30대 혈기왕성한 청년이었던 김용은 1950년대 말 홍콩 매체 대공보(大公報)를 나와 명보(明報)를 창설했다. 그러나 신생 매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높지 않았고, 그는 의천도룡기와 연예 기사로 어렵게 회사를 이끌고 있었다. 김용과 '명보'의 전기는 회사 설립 세 번째 해인 1962년 찾아왔다.

그해 연이은 자연재해에 대기근이 덥치자 배고픔을 견디지 못한 광둥(廣東) 지역 사람들이 선전을 통해 홍콩으로 탈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당시 중국 본토인이 홍콩에 입경하기란 쉽지 않았고, 홍콩과 인접한 선전엔 난민들로 넘쳐났다.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양식표 배급도 끊기고, 홍콩 정부와 주류 매체들도 중국 본토 난민을 외면하면서 중국 난민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게 됐다. 그러나 김용의 명보가 이 사실을 홍콩 전역에 알렸고, 배고픔과 질병에 시달리는 중국 '동포'의 실태를 접한 홍콩 현지에선 이들을 돕기 위한 온정이 이어졌다. 난민을 돕기 위한 자선 후원금도 명보로 몰렸다.

명보가 난민들의 소식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한 지 7일 만에 난민들의 참담한 실태를 외면했던 홍콩의 주류 매체도 관련 보도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홍콩 정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난민들이 거처할 대피소를 마련했고, 이민국에서 홍콩 입경이 가능한 신분증 발급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일을 계기로 1년 누적 발행량(구독자 수)이 2만 8000부에 불과했던 명보의 발행량은 1일 평균 3만 5000부로 급증했다. 홍콩 사회에서 김용의 명성과 영향력도 갈수록 높아졌다.

그 후로 56년이 지난 2018년 10월 30일, 김용이 향년 94세로 세상을 떠났다. 마침 그해 홍콩과 선전의 뒤바뀐 운명을 예고하는 '역사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선전의 경제규모가 처음으로 홍콩을 추월한 것. 홍콩특별행정구 통계처에 따르면, 홍콩의 2018년 총생산(GDP)는 2조8453억1700만 홍콩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해 선전시의 GDP는 2조4222억 위안으로 집계됐다. 위안화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선전의 GDP가 홍콩보다 약 221억 위안(약 3조7800억 원)이 많다. 사실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는 선전의 홍콩 추월은 일찌감치 예견돼왔다. 

개혁개방을 통해 제조업으로 부를 축적한 선전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첨단 산업 도시로 탈바꿈하며 고속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 기술력의 자랑 화웨이(華為), 세계 최대 게임사이자 종합 IT 기업 텐센트(騰訊 텅쉰), 세계 1위 드론 제조자 DJI 등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선전에 본사를 두고 있다. 선전은 '중국의 실리콘 밸리', '창업 인큐베이터의 본거지' 등으로 불리고 있다. 

중국 국내 경제에 있어서도 선전의 위상은 남다르다. 총생산 기준으로는 상하이, 베이징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인구 1인당 GDP는 19만3338 위안으로 선전이 중국 도시 가운데 가장 높다. 

선전시에서 산업이 가장 발달한 지역으로 꼽히는 난산구(南山區)의 1인당 GDP는 서유럽 선진국인 네덜란드를 추월했다. 세계 13위의 경제수준이다. 이 지역 직장인들의 평균 월급은 1만1377위안으로 선전시 전체 평균보다 20%, 중국 전국 평균 보다 25%가 높다. 

오늘날 선전은 인구 2000여 만 명, 전 세계 30대 도시의 국제화 도시로 성장했다. 과거 많은 중국 본토인들이 더 나은 삶을 위해 홍콩으로 건너왔지만 이제는 선전에서 미래를 찾는 홍콩인들의 '역유입'도 이뤄지고 있다. 

◆ 경제특구에서 정치특구로 급부상

개혁개방 초기 '시간은 금, 효율은 생명'이라는 표어가 선전 시내에 걸려있다. <사진=중국 공산당 선전시위원회>

19일 중국 국무원이 선전을 '중국 특색 사회주의 선행 시험구'로 지정한 것은 매우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일각에서는 선전이 과거 경제특구로 지정된 것과 같이 역사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지니는 방침으로 해석한다.

중국 주요 매체들의 분석과 전망에 따르면, 향후 선전에서는 각종 개혁 정책과 혁신적인 실험이 이뤄진다. '선행' 이라는 표현에서 각종 새로운 실험과 개혁 조치가 선전에서 우선적으로 이뤄질 것임을 에고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이 준비중인 법정 디지털화폐도 선전에서 처음 도입될 전망이다. 5G 등 차세대 첨단 산업 육성도 집중적으로 진행된다. 

개혁의 방법도 바뀌었다. 과거 경제특구에서는 선행선시(先行先試)가 핵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선행시범(先行示範)'의 방향으로 진행된다. 선행선시는 특구에서 먼저 실험을 해본 후 성과가 우수하면 다른 지역으로 확대한다는 개념이다. 선행시범은 먼저 시행하여 시범을 보인다는 의미로 과거의 선행선시 보다 개혁보다 더욱 진취적이다. 선전의 '개혁'이 현재를 넘어 미래 진행형임을 시사한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라는 문구는 선전의 정치적 위상이 격상됐음을 시사한다. 중국의 핵심 행정 조직인 국무원이 직접 발표한 것도 이 정책의 권위성을 보여준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는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제시한 이념이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2017년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을 표방하며 덩샤오핑의 정신을 계승했음을 선포했다. 개혁개방의 상징이자, 덩샤오핑의 선견지명이 증명된 선전이 '중국 특색 사회주의 선행 시험구'로 선정된 배경이기도 하다.

선전의 '선행 시험구' 지정은 시기적으로도 매우 민감한 시기에 이뤄졌다. 홍콩이 민주화 시위 사태로 심각한 혼란에 빠졌고, 홍콩과 베이징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극한의 대립 상황에 놓인 시점에 전격 발표됐다. 이 때문에 베이징이 선전을 홍콩 대체 지역으로 키우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홍콩과 인접한 위치도 선전의 정치적 무게를 더하는 요인이다. 갈수록 통제가 힘들어지는 홍콩을 막아내기 위한 방어선으로서 선전의 가치가 더욱 올라갔기 때문이다. 

◆ 홍콩-선전 밀월 균열, 홍콩 금융 지위 대체 불가 

개혁개방 초기 선전과 중국의 경제 발전에 홍콩은 지대한 공헌을 했다. 선전이 경제특구로 지정된 후 선전 남부 서커우(蛇口) 산업단지는 홍콩 자본의 투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 1979년 2개에 불과했던 서커우 입주 홍콩 기업은 1982년 17개로 늘어났고, 1억1000만 홍콩달러가 이 곳에 투자됐다. 개혁개방 초기 선전이 홍콩을 '양분'삼아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홍콩은 경제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정서적 차원에서도 중국 본토인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김용과 같은 대중 소설 작가부터 성룡에 이르는 영화 스타까지, 홍콩 문화는 중국 본토를 넘어 아시아 전체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중국이 각종 재해로 어려움을 겪을 때에도 홍콩이 가장 먼저, 가장 많은 도움을 줬다. 1998년 중국 전역이 심각한 수해를 입었을 때 홍콩은 6억8000만 홍콩달러의 성금을 전달했다. 전 세계에서 모인 성금 가운데 가장 큰 규모였다.

그러나 올해 6월 범죄인 인도조약 반대 시위를 도화선으로 친밀했던 홍콩과 중국 본토의 관계에 심각한 금이 가기 시작했다. 2014년 우산혁명으로 드러난 균열이 봉합되지 못하고 이번 사태를 통해 완전히 벌어지게 됐다. 중국 본토에서는 선전의 부상을 내세우며 홍콩을 위협하고 조롱하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선전의 홍콩 지위 대체설이 제기되고 있지만, 금융 국제허브로서 홍콩의 위상은 선전이 쉽게 대체하지는 못할 전망이다.

홍콩은 최대 위안화 역외 시장이자, 외자 중국 진출의 중요 통로다. 중국의 금융 안전을 위해서도 홍콩의 금융 지위가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jsy@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尹 지지율 2.3%p↓, 38.1%…"與 총선참패 '용산 책임론' 영향"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소폭 하락해 30%대 후반을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8일 발표됐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업체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5~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에게 물은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38.1%로 집계됐다. 부정평가는 59.3%로 나타났다. '잘 모름'에 답한 비율은 2.5%다. 긍정평가와 부정평가 간 격차는 21.2%포인트(p)다. 긍정평가는 지난 조사 대비 2.3%p 하락했고, 부정평가는 1.6%p 상승했다. 연령별로 보면 40대에서 긍·부정 평가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만 18세~29세에서 '잘함'은 36.0% '잘 못함' 61.0%였고, 30대에서는 '잘함' 30.0% '잘 못함' 65.5%였다. 40대는 '잘함' 23.9% '잘 못함' 74.2%, 50대는 '잘함' 38.1% '잘 못함' 59.8%로 집계됐다. 60대는 '잘함' 51.6% '잘 못함' 45.9%였고, 70대 이상에서는 60대와 같이 '잘함'이 50.4%로 '잘 못함'(48.2%)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 '잘함' 38.5%, '잘 못함'은 60.1%로 집계됐다. 경기·인천 '잘함' 31.4% '잘 못함' 65.2%, 대전·충청·세종 '잘함' 32.7% '잘 못함' 63.4%, 부산·울산·경남 '잘함' 47.1% '잘 못함' 50.6%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은 '잘함' 58.5% '잘 못함' 38.0%, 전남·광주·전북 '잘함' 31.8% '잘 못함' 68.2%로 나타났다. 강원·제주는 '잘함' 37.1% '잘 못함' 60.5%로 집계됐다. 성별로도 남녀 모두 부정평가가 우세했다. 남성은 '잘함' 34.7% '잘 못함' 63.4%, 여성은 '잘함' 41.6% '잘 못함' 55.3%였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 배경에 대해 "108석에 그친 국민의힘의 총선 참패가 '윤 대통령의 일방적·독선적인 국정 운영 스타일로 일관한 탓이 크다'라는 '용산 책임론'이 대두되며 지지율이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선거 결과에 대해 실망한 여론이 반영됐을 것"이라며 "최근 국무회의 발언 등을 국민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경제 상황도 나아지고 있지 않아 추후 지지율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 할당 추출 방식으로 추출된 표본을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100%) ARS 전화조사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3.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통계보정은 2024년 1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 값을 부여(셀가중)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parksj@newspim.com 2024-04-18 06:00
사진
이재명 "尹 영수회담 제안 환영...총선 민심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 [서울=뉴스핌] 홍석희 윤채영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에 대해 "국민과 함께 환영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회의에서 "대통령을 만나 이번 총선에 나타난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도록 하겠다"여 이같이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03.06 leehs@newspim.com 이어 "국민들께선 '살기 어렵다. 민생을 살리라'고 준엄하게 명령했다"며 "우리 정치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대통령실과 정부 그리고 국회가 함께 변해야 한다"며 "국민을 위한 변화를 두려워해서도 또 주저해서도 안 될 것이다. 이번 회담이 국민을 위한 정치 복원의 분기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최근 중동 사태 등으로 고유가 현상이 심화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6월말까지 연장했지만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700원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5개월만에 유가가 또 상승해 고물가 행진에 기름을 붓는 거 같아 참 걱정"이라며 "먹거리 고물가 지속으로 2월 물가 상승률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을 넘었다. 35개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높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는 "최근 고유가·강달러는 예상 못한 변수로 인식되고 있는데도 기재부 장관은 근원물가가 안정적이라 하반기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 태연하게 말한다"며 "지난해 상저하고를 부르던 상황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고유가 시대에 국민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적극적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민주당은 지난해 이런 유동적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횡재세 도입을 추진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hong90@newspim.com 2024-04-22 10:07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