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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경찰의 '공정선거 시위' 폭력진압, 푸틴 정권에 성난 민심 부채질" - FT

  • 기사입력 : 2019년08월10일 10:00
  • 최종수정 : 2019년08월10일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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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이 기사는 8월 9일 오후 4시46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러시아에서 공정선거 시위를 요구하는 시위대와 이들을 진압하려는 경찰이 충돌하면서 정국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공정선거 촉구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는 경찰의 폭력적 대응이 악화하는 경제 상황으로 지쳐있던 성난 민심에 불을 붙였다고 보도했다.

지난 몇 주간 러시아에서는 오는 9월 치러지는 모스크바 시의회 선거를 앞두고 공정한 선거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공정선거 촉구 시위는 오는 9월 8일 열리는 모스크바 시의회 선거에서 야권 인사들의 후보 등록이 거부되면서 촉발됐다. 모스크바 시의회는 몇몇 야권 성향의 무소속 후보들이 출마에 필요한 유효 서명수를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들의 후보 등록을 거부했다. 여기에 분노한 시민들은 지난달 20일을 시작으로 거리로 나와 항의 시위를 이어갔다.

러시아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진행된 시위에는 3500명 이상의 시민이 집회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거리와 모스크바 시청 앞으로 뛰쳐나와 "푸틴 없는 러시아", "푸틴은 사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는 또 야당 의원들이 시의회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한 러시아 당국은 경찰을 동원에 시위 진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부상자들이 나온 것으로 전해지면서 당국은 시민의 공분을 샀다.

FT는 지난달 27일과 3일 진행된 시위에서 약 2400명이 구금됐다고 전했다. 또 수 천명의 진압 경찰이 도로를 봉쇄했으며, 경찰이 시위대를 폭행하는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빠르게 퍼져나갔다고 설명했다. 경찰 측은 시위대가 경찰을 공격했으며, 교통을 방해했다고 주장했으나 시위 참여자들은 경찰이 별다른 이유 없이 시위대를 폭행한 경우가 대다수라고 반박했다.

그래픽디자이너인 콘스탄틴 코노바로브는 독립 인터넷 언론 메두사(meduza)에 시위가 시작되기 몇 시간 전 현장에서 조깅을 하고 있었을 뿐인데도 경찰이 폭력을 휘두르는 바람에 자신의 다리가 부러졌다며 시위대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는 또 자신이 치안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말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지난달 27일(현지시간) 공정한 시 의회 선거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2019.07.27. [사진=로이터 뉴스핌]

현지 여론조사 전문기관 브치옴(Vtsion)이 두 달 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9월 시의회 선거에 관심을 보인 모스크바 시민의 비율은 11%에 불과했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시위대를 폭력적인 소수로 규정하며, "무정부 상태와 소란, 혼돈은 비극으로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경찰의 시위대 진압 이후 푸틴 정권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 러시아 시민은 FT에 "더 이상 시의회 관련 문제가 아니다. 항의 시위에 나설 더 많은 이유들이 있다. 사람들은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나왔으며, (경찰의) 폭력적인 보복이 뒤따랐다"면서 "그들(시위대)의 가족들과 친구들이 구타를 당하고, 체포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이 이 전에 '그들(무소속 후보들을)을 출마하게 해달라'고 외쳤다면, 이제는 '그들(시위대)을 풀어달라'고 외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 모스크바 주재 외교관은 러시아 시민들이 점점 정부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있다"고 언급하며, 러시아 사회에서 부당함이 커져가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FT는 경찰의 강경 진압을 두고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지렛대가 고갈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총리를 지낸 기간까지 포함해 약 20년 가까이 장기집권하고 있다. 그는 경제 성장과 군사력 확장 등을 내세워왔다. 하지만 경제 성장률은 좀처럼 높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작 러시아 경제는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발표된 서방국들의 제재로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월에는 부가가치세 인상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었으며, 실질소득은 지난 5년 동안 약 1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2021년 러시아가 경기 침체기로 진입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으며, 퇴직·연금 수급 연령을 상향 조정한 연금개혁안은 반(反)정부 기류를 확산시켰다.

FT는 러시아의 경제상황 악화로 "정치·사회적 자유와 번영, 애국심을 맞바꾼 푸틴 대통령과 국민들 간의 암묵적인 합의에도 금이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치솟았던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또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고 있는 데, 이로 인해 사망하는 군인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등 푸틴 정권에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FT는 애널리스트를 인용해 이제 푸틴 정권에게 "남은 것은 경찰봉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번 시위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정부에 의해 엄격히 통제되고 있는 러시아 방송사들 역시 시위에 대한 보도를 내보내지 않고 있다. 다만 러시아 외무부 마리아 자카로바 대변인이 시위에 미 대사관이 연루돼 있다고 입을 열었다. 대변인은 또 "자국의 외교관들이 어떻게 러시아의 내정에 간섭했는지 미 지도부가 알게 된다면 매우 놀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미국에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saewkim9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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