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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선언 1주년, 문화교류 진척 있었나

문체부, 관계부처와 남북문화체육관광추진단 설립 검토중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 북한 답 없어 교류 불가
UN안보리,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발굴 대북 제재적용 면제

  • 기사입력 : 2019년04월24일 10:41
  • 최종수정 : 2019년05월09일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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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오는 27일은 판문점 선언 1년이 되는 날이다. 문화체육교류가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는 듯했으나 1년이 지난 현재 그때만큼 남북 문화교류가 뜨겁지만은 않다. 문화정책 역시 남북 관계에 따라 민감하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출전을 약속하면서 남북문화교류가 활기를 보였다. 세 차례 남북 공연단과 체육교류가 있었고 2020년 도쿄올림픽 단일 출전권도 획득했다. 지난해 초 문화체육관광부는 내부에서 남북문화교류협력특별전담반 TF를 구성해 중단됐던 남북 공동사업 6개를 검토했다. 여기에는 겨레말큰사전 공동 편찬, 개성만월대 유적 공동발굴조사, 남북언어통합을 위한 국제학술회의, 우리민족 기록유산 공동 전시, 언론교류, 종교계 교류가 포함됐다.

[평양=뉴스핌]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저녁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공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환호하는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18.09.19

아쉽게도 개성만월대 유적 공동발굴조사 외에 TF의 성과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도 다시 남북문화교류에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박양우 장관은 22일 세종시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남북문화체육관광추진단'을 언급했다. 박 장관은 "관계부처와 협의해 남북 문화체육관광 추진단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 미래전략팀 김명진 팀장은 "지난해 문체부 내부에서 조직된 남북문화교류협력특별전담반 TF는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 국장 주재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된다. 장관이 언급한 남북문화체육관광추진단은 내부에서 줄곧 나오던 이야기다. 문화교류가 비단 문체부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북문화교류라는 게 남북간 정치 문제와 연계돼 있다. 때문에 일은 남북 관계를 감안해서 하고 있다"면서 "현재는 체육을 중심으로 교류가 진행되고 있다. 다른 부분들은 계속해서 협의 중이다. 신규로 할게 있다면 검토하고 계속해서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평양=뉴스핌]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5일 오후 평양 5.1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이 진행되고 있다. 2018.10.05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도 부진하다. 정부는 남북공동편찬 사업비로 지난해보다 3억3000만원 늘어난 36억3000만원과 사업관리비 5800만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묵묵부답인 북한 탓에 사업이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한용운 편찬실장은 지난해 10·4선언 11주년 기념 남북 공동행사에 참석해 북측 실무진과 접촉, 올해 2월 중 26차 편찬회의를 진행하자는 이야기가 오갔다고 뉴스핌에 전했다. 남북공동편찬사업 관계자는 24일 뉴스핌에 "지난 3월 북측에 편찬회의 제안서를 넣었지만 아직까지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교류 재개 문제는 UN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해제와 남북관계에 영향을 받는 부분이 있다. 이 사업과 관련해 대북제재 해체가 안 돼있고 북미회담도 결렬됐다. 그러면서 분위기가 냉각된 면이 있다. 우리와 문제가 있는 게 아니고 정부당국의 문제로 교류가 잘 안되는 상황이다. 북한에서 우리의 제안에 답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진행할 수 없다. 일단 남북관계가 좋아져야 회의가 된다"고 답했다.

[삼지연=뉴스핌]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20일 오후 삼지연 초대소에서 문재인 대통령 평양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한 가수 알리가 작곡가 김형석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다. 2018.09.20

개성만월대 유적 공동발굴조사는 상황이 좀 나은 편이다. 최근 UN 안전보장이사회가 개성 만월대에 대한 남북 공동발굴에 대한 대북 제재 적용을 면제했기 때문이다. 이제 발굴 작업에 사용되는 장비와 물자를 북측과 협의해 반출할 수 있게 됐고, 통일부에 따르면 굴삭기와 트럭 등이 반출될 예정이다.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신준영 사무국장은 "장비를 가져갈 수 있다는 건 잘된 일이다. 개성 만월대 공동발굴조사지는 현재 시점으로 600년 전 고려시대 불타서 무너진 궁궐 터다. 불에 탄 기초석은 땅 속에 파묻혀있다. 기본적으로 4~6m 정도 쌓여 있는데 이를 제거해야 유적, 유물이 나온다. 그래서 굴삭기가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준영 사무국장에 따르면 지난해 진행된 8차 조사에는 북한 조사단 40명, 남한 조사단 20명, 그리고 북한 인부가 20명 투입됐다. 당시에는 굴삭기나 트럭, 중장비 없이 일일이 손으로 작업했다.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지만 9차 남북공동조사는 불투명하다. 신 사무국장은 "남북관계가 모두 중단 상태다. 그래서 저희도 연락을 못 받고 있다. 북한 내부에서도 만월대 공동발굴조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남북 당국 관계가 단절되면 도리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이러다가도 갑자기 내일 갈 수도 있다. 5분 대기조다. 언제든 갈 수 있게 항상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만월대 남북공동 조사지 [사진=문화재청]

인제대 통일대학교 진희관 교수는 현재의 남북문화교류 상황에 대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문화교류임에도 잘 안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체육 교류가 활발한 이유에 대해서는 "체육은 전세계가 룰이 비슷하다. 버전이 다른 게 거의 없다보니 어렵지 않게 할 수가 있다. 하지만 예술은 다른 코드가 있다"며 "남북한 예술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진희관 교수는 남북문화교류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북한과 합의점을 찾아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우리가 하고 싶은 것과 북한이 희망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이 점이 상당히 중요하다. 북한의 문화예술 정책을 좀 더 탐구하고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게 필요한 게 아니라 북미 관계가 풀려야 하는데, 잘 안풀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남북문화교류를)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면서 "우리가 안달 나고 안 나고를 떠나 중요한 건 만나서 할게 있고 안 만날 때 준비해야 하는 게 따로 있다. 만나지 않을 때 무엇을 준비해야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89hk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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