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정비사 실수, 작전용 케이블 미분리 상태 점검”
점검체계 보강한다지만…안전장치 등 대안 마련 절실
“정확한 정비 위해 안전장치도 쉽지 않아” 현실적 한계도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지난 18일 발생한 천궁 미사일 오발사 사고의 원인은 정비요원들의 실수인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인적 실수에 의한 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공군은 이날 ‘천궁 유도탄 비정상발사 조사결과’라는 제목의 공식 입장문을 통해 “사고 이후 민‧관‧군 합동 사고조사단이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정비요원들이 정비 절차를 준수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관련 인원은 규정에 따라 문책위원회에 회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군의 중거리 지대공 유도탄 '천궁' [사진=공군] |
공군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10시 38분께 춘천의 한 공군 부대에서 계획 정비 중이던 천궁유도탄 1발이 비정상 발사돼 기지 인근 상공 7km 지점에서 자체 폭발했다.
천궁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1999년부터 개발한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로, 비정상 상황 발생 시 안전을 위해 자폭하도록 설계돼 있다.
공군은 사고 직후 ADD, LIG 넥스원, 국방기술품질원 등과 함께 민관군 합동조사단(단장 조병수 작전사령부 감찰안전실 이사관)을 구성해 현장조사, 관련자 진술, 모의시험 및 검증 등을 통해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섰다.
공군은 앞서 사고 발생 직후 “인명‧물적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군이 발표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실제로 천궁 오발사로 인한 인명 피해나 민가, 산업시설 파괴 등의 물적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잘못 발사된 천궁 유도탄 1발의 가격이 약 15억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공군은 정비사 등 비정상 발사 관련 인원들을 문책위원회에 회부하고 징계할 예정이다.
공군의 한 관계자는 “천궁 유도탄 발사대 정비에는 4명이 참여한다”며 “그 중 한 명이 발사대 정비반장을 맡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4명 모두가 징계를 받을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군의 중거리 지대공 유도탄 '천궁' [사진=공군] |
◆ 인적 요인에 의한 사고 방지 대책 시급…안전장치‧경고음 등 대안 제기
공군 “시스템적 보완 쉽지만은 않아…유사사고 방지 최선 다할 것”
공군에 따르면 이번 사고의 원인은 정비요원들의 실수다. “정비요원들이 케이블 분리 및 연결 절차를 준수하지 않아 천궁 유도탄이 비정상 발사됐다”는 게 공군의 설명이다.
공군은 “정비작업을 할 때는 유도탄에 연결된 작전용 케이블을 분리하고 시험용 케이블을 연결한 후 점검을 실시해야 하는데, 정비요원 간 의사소통이 명확히 이뤄지지 않아 작전용 케이블이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사대 기능 점검을 수행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공군은 이어 “점검용 노트북을 통해 입력된 발사 신호가 유도탄까지 공급돼 사고가 발생했다”며 “유도탄은 발사된 후 자동폭발 시스템에 의해 약 3.5초만에 공중 폭발했다”고 전했다.
공군의 공식 입장이 있었지만 사고 원인이 100% 규명된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공군에 따르면 사고 당시 계획정비에 참여 중이던 정비사 2명은 모두 경력 15년 이상으로, 2015년 천궁 전력화 당시부터 정비 업무에 관여한 ‘베테랑’이다.
공군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비 요원들은 명확하게 자신들의 과실임을 인정하고 있다”면서도 “숙달된 요원들이 왜 그런 실수를 한 것인지는 알아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작전용 케이블과 시험용 케이블의 구분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작전용 케이블은 황색, 시험용 케이블은 흰색으로 색깔만 봐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다. 공군 관계자조차 “어려운 절차가 아니다”고 했을 정도다.
공군 관계자는 다만 “베테랑들이고 지난해에도 정상적으로 (작전용) 케이블을 분리하고 절차에 의해 (정비를) 했다”며 “정비요원 2명이서 서로 (작전용) 케이블을 분리했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집중력이 저하됐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일본의 요코다 미군 공군기지에 배치된 지대공 유도미사일 패트리어트(PAC-3).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일각에서는 “천궁 유도탄 점검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인적 실수로 인한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령 정비요원들이 정비를 할 때 점검에 사용되지 않는 케이블(작전용 케이블)이 연결된 상태에서 발사 버튼을 눌렀을 때 경고음이 울린다면 이번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공군에 따르면 현재 점검장비를 운용할 때 작전용 케이블을 끼운 상태에서 발사 버튼을 눌러도 경고음이 나오지 않는다.
유도탄 목표물의 좌표 신호가 없으면 발사될 수 없도록 시스템을 수정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천궁 유도탄의 경우 목표물 좌표 신호가 없어도 작전용 케이블이 연결된 상태에서 점검용 노트북을 통해 유도탄에 전원이 공급되면 발사될 수 있다.
공군은 천궁 유도탄 오발사 사고 경위를 발표하며 “ADD, LIG 넥스원, 국방기술품질원 등 관계 기관, 개발업체 등의 자문을 구해 운영절차를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유사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비요원들 간 케이블 교체 여부를 2중, 3중으로 확인하도록 하는 등 유도탄사령부에서 보완된 정비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시스템적인 부분의 개선도 언급했다. 공군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정비요원이 2중, 3중으로 확인하도록 해도 그렇게 안 하는 경우가 또 생길 수 있는데 시스템적으로 (목표물) 좌표 신호가 없으면 발사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하냐’는 질문에 “그런 부분들은 개발업체와 검토해 나가겠다”고 짧게 답했다.
일본 오키나와 나하주둥지에 배치된 지대공 유도미사일 패트리엇 PAC3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지지통신 뉴스핌] |
하지만 시스템적인 보완이 쉽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공군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분기에 한 번씩 하는 계획 정비에서 발생한 것인데, 정비를 할 때는 안전장치가 있더라도 모두 제거하고 테스트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정비 시 인적 요인에 의한 사고를 (시스템적으로) 방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비를 하는데 안전을 위해 락(Lock‧안전장치)을 걸어놓으면 제대로 작동이 안 됐을 때 안전장치 때문에 안된 것인지, 어떤 것인지 체크할 수가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다만 (정비할 때 필요하지 않은) 케이블이 잘못 끼워져 있다는 사실을 정비하는 사람이 알아야 하는데 그런 부분은 개발업체와 검토할 예정”이라며 “유도탄 작전 케이블이 꽂힌 상태에서는 발사버튼을 누를 수 없도록 경고(음)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천궁 전문가가 판단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오발사로 15억이 날아갔다고 하지만 그것보다 누가 다치기라도 했으면 어쩔 뻔 했느냐”며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리지 않도록 유사 사고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