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자유한국당을 해체하라" 기습 반대시위
후보들 연설에 지지자들 환호·야유·고성 터져나와
카우보이 모자·흰색 후드자켓·원더우먼 복장 눈길
[고양=뉴스핌] 이현성 이영석 백지현 수습기자 =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27일 오후 2시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최됐다.
수천명에 달하는 한국당 대의원들과 각 후보 지지자들이 대거 참가하는 등 열띤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행사장 한켠에선 기습시위가 벌어지는 등 매끄럽지 못한 상황도 연출됐다.
행사장에 참석한 한 시민은 "보수진영의 통합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은데 진통이 심한 것 같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앙금이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최근 5.18 망언으로 인해 반대 감정을 가진 시위자들도 생각보다 많아 놀랐다"고 전했다.
[고양=뉴스핌] 김학선 기자 = 자유한국당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2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행사장 앞에서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한국당을 규탄하며 기습시위를 하고 있다. 2019.02.27 yooksa@newspim.com |
◆ 민노총 "자유한국당을 해체하라" 기습 반대시위
'5.18 망언' 논란을 불러일으킨 한국당 의원 제명 촉구 시위 참가자들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날 오후 1시께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한국당 전당대회 행사장 앞에서 기습 시위를 벌였다.
민주노총 등 진보진영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시위대는 전당대회를 방해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는 등 현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민노총 시위 참가자들은 대회장 로비에서 "자유한국당 해체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사장 입구를 막아섰다. 시위대는 '황교안이 박근혜다', '태극기와 손잡고 국민에게 칼 꽂는 자유한국당'이라는 피켓을 들고 연신 구호를 외쳤다.
이 과정에서 전당대회 참가자들과 마찰도 빚어졌다. 한국당 지지자들과 민노총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이 일어났고, 흥분한 참가자들은 현장 출동한 경찰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민노총 시위에 참여한 한 참가자는 "너무 한이 맺히고 화가 난다"면서 "5.18 유공자를 모욕하고 민주주의를 해치는 사람들에게 국민의 요구를 전하러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민주시민의 힘으로 적폐를 몰아내야 한다"고 화를 삭히지 못했다.
이에 맞서 전당대회 지지자들은 "여러분 불법 점거입니다"라고 외치며 민노총의 시위에 항의했다. 전당대회 참가자로 추정되는 한 남성은 정수기의 물을 받아 시위대 쪽에 뿌리면서 "물러가라"고 외쳤다.
민주노총 시위 참여자들이 피켓을 들고 "자유한국당 물러가라"라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02.27 [사진=뉴스핌 이현성 수습기자] |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 병력 400명을 배치했다. 경찰의 진압으로 대회장 내부 소란은 1시 45분께 종료됐다.
그러나 시위대가 전시장 밖에서도 집회를 이어가자 또 한번 대치 상태가 발생했다. 민노총 시위대는 "자유 한국당 해체하라"며 시위를 이어나갔고, 전당대회 참가자들도 "민주노총 해체하라", "빨갱이들 해체하라"며 맞불을 놨다.
경찰이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전당대회 참가자들은 강력 항의하기도 했다. 전당대회 참가자들은 경찰 병력을 향해 "(시위대를) 왜 끌어내지 않느냐", "할 일 안하면 집에 가라", "직무유기다"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경찰은 결국 업무 방해 혐의로 사위 참가자 70여명을 현장에서 연행했다. 집회는 오후 2시 30분께 강제 해산됐다.
◆ 혼란 잦아들자...한국당 지지자들, 이색 응원전 펼쳐
행사장 곳곳에선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열띤 응원전도 펼쳐졌다. 전당대회 개회 직전인 오후 12시부터 지지자들은 지지후보의 기호번호, 이름, 얼굴사진을 넣은 판넬을 들고 열띤 응원을 펼쳤다. 사물놀이와 비보잉 등 공연으로 전당대회장 분위기도 삽시간에 후끈 달아올랐다.
황교안 후보는 지지자들의 연호를 받고 악수를 건네며 유세를 진행했다.
황 후보를 지지하는 50대 중반 류모씨는 "정부에서 취업률을 올리려고 (통계를) 조작하는 데 분노를 느꼈다"며 "실제 1개월에 불과한 단기 일자리가 너무 많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북한한테만 잘해주고 다른 외교관계를 등한시하는게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서선자 한국당 중앙선거대책위 여성특보단장은 "지금은 중심을 잡아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황교안 후보를 지지한다"고 스스럼없이 밝혔다.
27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전 김진태 당대표 후보가 들어서고 있다.[사진=뉴스핌] |
김진태 후보 지지자들은 김 후보의 상징이 된 빨간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흰색 후드자켓을 걸치며 '김진태'를 연호했다.
김 후보 지지자들은 대체로 미리 준비한 듯 통일된 복장을 갖추고 있었다. 투표소 앞에서 '김진태'를 연호하는 사람들은 ‘애국자총연합’이라는 단체 소속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애국자총연합 공동대표는 김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로 “당내 위장 보수세력을 견제하고 우파를 잘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답했다.
오세훈 후보를 지지하는 서울 광진구에서 온 유승주(60) 씨는 “전당대회 이슈가 갑자기 과거로 돌아간 것이 마음이 아프다”며 “모든 이슈를 딛고 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대표가 필요하고 그 후보로 탄핵에 얽메이지 않는 오세훈 후보가 맞다”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고양=뉴스핌] 김학선 기자 = 2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오세훈 당대표 후보가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19.02.27 yooksa@newspim.com |
전당대회는 오후 2시 25분께 시작됐다. 전당대회 오프닝 영상이 총 4개의 대형스크린을 통해 상영됐다. 영상에선 '문재인 4대 악정'으로 ‘경제위기’ ‘안보불안’ ‘정치실종’ ‘비리만연’을 꼽았다. ‘다함께 미래로’라는 슬로건이 영상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전당대회 참석인원은 60대, 70대 고령층의 비율이 높았다. 그럼에도 몇몇 젊은 지지자들이 행사장 내 자리를 지키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보험설계업에 종사하는 30대 남성 최모씨는 오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다. 전당대회에 처음 참여했다고 밝힌 그는 “군 전역 이후 천안함 사건을 겪고 국가안보 중요성을 느껴 좌파에서 우파가 됐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생(26)은 아버지와 같이 전당대회에 참석했다. 그는 “좌파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가장 잘 싸울수있는 후보인 김진태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지지자들의 개성있는 응원모습도 눈에 띄었다. 정은희(55) 씨는 대구에서 올라왔다. 그는 원더우먼을 연상시키는 복장과 황금색 망토를 펼쳐 이목을 끌었다. 그는 황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로 청렴결백한 이미지를 꼽았다.
27일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한 시민이 황교안 후보를 응원하고 있다.[사진=뉴스핌] |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태고종 성불사에서 온 승려 이용린(67) 씨는 입당한 지 20년 된 한국당 대의원이다. 그는 “황교안 후보가 국무총리할 때 누구보다 맑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아직 지지할 후보를 선택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 아침에 페이스페인팅을 직접하고 전당대회에 참여했다는 이용주(51) 씨는 ”당대표는 지지하는 후보가 딱히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고위원은 조경태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당대표 연설이 시작되자 응원전은 고조됐다. 행사장 앞편에는 김 후보 지지자들이, 뒷편에는 황 후보 지지자들이 자리를 잡았다.
입구 좌우측에 총 10개의 투표소가 마련됐다. 후보자 연설이 시작된 오후 4시부터 투표소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투표는 8명의 최고위원 후보, 4명의 당대표 후보, 4명의 청년최고위원 후보 연설이 끝난 후 곧바로 진행됐다.
27일 고양 킨텍스에서 진행된 한국당 전당대회 투표소 앞의 모습. [사진=뉴스핌] |
◆ 당 대표 후보 연설에도 온도차 뚜렷
후보자들은 이날 오후 5시부터 5시 30분까지 각각 10분씩 연설했다. 후보자들의 발언에 대해 당원들의 온도차는 뚜렷했다.
지난 연설 당시 야유와 욕설이 나왔던 오 후보는 다른 후보에 비해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오 후보가 “문재인 정부는 역사에 큰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선 호응의 목소리도 들렸지만 대체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 후보가 발언하는 도중 연설을 방해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 후보 지지자들은 오 후보의 발언시간 동안 피켓을 높이 들고 김 후보의 이름을 외치며 관중석 주위에서 함성을 외쳤다.
27일 고양 킨텍스에서 진행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사진=뉴스핌] |
김 후보 지지자들은 김 후보의 발언이 시작되자 연설무대 앞으로 몰려들었다. 김 후보의 이름이 적힌 피켓과 사진이 인쇄된 피켓을 치켜들며 김 후보의 발언이 나올 때마다 열렬한 호응을 보냈다.
김 후보는 ‘5.18 발언' 논란에 대해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라고 했을 뿐”이라고 말했고 관객석에서 호응이 이어졌다. 환호성과 함께 “빨갱이를 몰아내야 한다”, “김 후보는 잘못이 없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황 후보는 연설을 통해 문재인 정부에 대한 거친 비판을 쏟아냈고 당원들은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황 후보는 “자영업은 붕괴됐고, 상가는 텅텅 비었다", "실직자가 넘쳐나고 빈부격차는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며 현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서 강도높게 비난했다.
황 후보가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해 비판할 때마다, 관객석에서는 환호성과 함께 황 후보의 이름이 적힌 피켓을 연신 흔들었다. 지지자들은 “이미 황교안 후보가 당선됐다”, “황 후보 말고 누가 돼~”라면서 황 후보의 당선을 기정사실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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