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기획탐사 기획

속보

더보기

[못다부른 만세]① 그날 태화관에서 무슨 일이…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이완용 별장이던 곳서 독립선언, 치욕의 역사 무효화 의미
민족대표 33인, 독립·자치 '청원' 아닌 독립 '선언' 결정

[편집자주] 3·1운동 100주년이다. 3·1운동은 이후 민족적 독립운동의 근본이 됐고 대한민국 건국의 원천이 됐다. 대중화, 일원화, 비폭력이라는 3·1 정신은 한 세기가 지난 오늘까지도 유구히 계승되고 있다. 하지만 일제 강점의 상처는 다 아물지 않았고 식민 잔재는 여전히 곳곳에 스며있다. 청산되지 않은 과거, 선조들이 '못다부른 만세'는 우리에게 과제로 남아 있는 셈이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선열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며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서울=뉴스핌] 윤혜원 기자 = "오등(吾等)은 자(玆)에 아조선(我朝鮮)의 독립국(獨立國)임과 조선인(朝鮮人)의 자주민(自主民)임을 선언(宣言)하노라.(우리는 이에 우리 조선이 독립한 나라임과 조선 사람이 자주적인 민족임을 선언한다.)"

입을 떼는 순간 결기가 느껴지는 독립선언문은 그날 태화관에서 세상에 공개됐다. 한동안 이완용 소유의 별장이었던 터라 총독부 관리들이 자주 드나들었던 공간에서 민족대표들이 모여 독립을 선언한 것은 또다른 의미가 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발화선이 되고 대한민국 건국의 기틀이 되었던 1919년 3월1일 그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날 태화관의 하루를 민족대표들의 신문조서 등을 토대로 재구성해 본다.

3.1독립선언서 보성사판. [사진=행정안전부 제공]

◆선언서 배포부터 연행까지…긴박했던 3시간

민족대표 독립선언식은 오후 2시에 시작돼 5시쯤 끝났다. 서울 종로에 위치한 태화관에는 당일 정오 무렵부터 민족대표들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약속 시간인 오후 2시가 가까워졌을 때 민족대표 33인 중 지방에 있는 기독교계 목사 4명(길선주, 김병조, 유여대, 정 춘수)을 제외한 29명이 모두 모였다.

이즈음 강기덕 등 학생들이 태화관에 들어와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진다. 학생들은 거사 장소를 파고다공 원에서 태화관으로 바꾼 것에 항의하며 민족대표 중 한 두 명이라도 파고다공원에 와서 선언문을 낭독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날 체포된 민족대표 중 한 명인 신홍식의 신문조서에 따르면 민족대표들은 "단지 선언서를 모든 사람에게 배부하면 그것이 곧 선언이 되기 때문에 굳이 공원에 갈 필요는 없다"며 학생들을 돌려보냈다. 학생들을 돌려보낸 민족대표들은 2시 정각에 선언문을 배포한다. 참석자들은 낭독을 생략하고 눈으로 선언문을 읽었다.

사료에 따르면 태화관에서 선언문을 배포하던 즈음 민족대표들은 인력거꾼을 시켜 종로경찰서에 독립선언문을 보냈다. 자신들이 태화관에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이 작업을 마치고서야 민족대표들은 늦은 점심을 들었다.

점심식사를 하던 중 종로경찰서에서 경찰들이 달려왔다. 이에 민족대표 중 한용운이 일어나 간단한 기념사를 하고 함께 만세를 불렀다. 이 자리에서도 선언문 낭독이 없었던 것은 비슷한 이유였다. 당일 경무총감부의 신문조서에 따르면 한용운은 "따로 (선언서의) 낭독은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는 한용운 외에 신홍식, 이필주, 최린 등 다수의 민족대표들의 진술에서도 확인된다. 민족대표들이 선언문을 일일이 검토했고 독립선언문을 이미 총독부에 전달했으므로 따로 낭독하지 않아도 된다고 봤던 것이다.

이와 관련 박찬승 한양대 교수는 "민족대표들의 진술이나 문헌 등을 보면 독립선언서를 낭독하지 않고 눈으로 읽었다고 나와 있다"며 "민족대표들이 상의해서 만들고 검토한 선언서를 대중이 모인 자리도 아니고 민족대표만 있는 자리에서 새삼스럽게 낭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후 3시쯤 민족대표들은 경찰이 가져온 자동차 한 대에 3명 내외로 나눠 타고 경무총감부로 연행됐다. 마지막으로 차에 오른 한용운과 최린이 경무총감부에 도착한 건 오후 5시쯤이었다.

◆거사장소는 왜 태화관으로 바뀌었나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위치한 태화빌딩과 건물 앞에 놓인 '삼일독립선언유적지' 비석. 태화빌딩 자리는 1919년 3월 1일 민족대표들의 독립선언식이 열린 태화관이 있던 곳이다. [사진 = 김누리 기자] 2019.02.08. snfl0084@newspim.com

민족대표 독립선언식이 치러진 태화관은 당초 물망에 올랐던 장소는 아니었다. 민족대표들은 2월20일 회의를 열고 '독립의 선언은 3월1일 오후 2시에 파고다공원에서 거행하자'고 결정했다.

그러나 거사를 하루 앞둔 2월28일 밤 손병희의 집에서 열린 민족대표 사전모임에서 선언식 장소가 태화관으로 변경됐다. 그 이유는 민족대표 권병덕 등의 법원과 경찰 신문조서에 나타나 있다. 권병덕은 "이갑성이 말하기를, 그 일(3월1일 파고다공원 민족대표 독립선언문 발표)을 학생이 알고 있어서 다수가 집합할 모양이라고 말하니, 손병희가 학생은 난폭하기 쉬우므로 발표 장소를 변경하는 게 좋을 거라고 해서 명월관 지점(태화관)에서 발표하기로 확정했다"고 진술했다. 손병희 등 민족대표들은 학생들과 경찰이 충돌해 학생들이 희생되는 상황을 우려했던 것이다.

민족대표의 독립선언식이 열린 태화관은 어떤 곳일까. 태화관은 인사동에 있던 요릿집인 명월관(明月館)의 별관이었다. 조선 전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중종반정에 가담해 정국공신에 책록된 구수영과 조선 후기 안동 김씨 김흥근이 살았던 곳이다. 이후 헌종 후궁 경빈 김씨의 순화궁으로 이용되다가 일제강점기 이완용의 소유가 됐다. 1918년 이완용이 태화관을 팔려고 내놓자 명월관의 주인 안순환이 인수했다.

한동안 이완용의 소유였던 태화관은 조선총독부 관리 등 친일파 인물들이 즐겨 찾는 장소였다. 이곳에서 민족대표의 독립선언식이 열려 독립운동의 명소가 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현재 태화관 자리에는 12층 태화빌딩이 들어서 있고 건물 앞에 '삼일독립선언유적지'라는 비석만이 이곳이 역사의 현장이었음을 알리고 있다.

변상문 국방국악문화진흥회 이사장은 "이완용이 을사늑약을 이토 히로부미와 공고했던 밀약의 장소, 음모의 장소인 태화관에서 독립선언식을 거행함으로써 치욕의 역사를 무효화시킨다는 의미에서 태화관이란 장소가 선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종의 승하에 백성들은 왜 만세를 불렀나

3·1운동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것은 고종 독살 사건이다 . 고종은 1919년 1월21일 아침 6시반쯤에 일제에 의해 독살됐다. 고종은 이날 식혜를 마신지 30분도 안돼 경련을 일으키며 붕어했다. '윤치호일기'에 따르면 사후에 보니 고종의 혀와 치아가 타 없어졌다고 한다.

고종의 승하는 나라를 잃은 당시 백성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고 독립의지를 불을 지폈다. 따라서 고종의 인산일(因山日)인 3월3일은 운집하는 백성들의 소요가 최고조에 달하는 시점이었다. 다만 국장일은 예가 아니고 전날(2일)은 일요일인 점이 감안돼 1일로 날짜가 정해진 것이다.

그런데 왜 백성들은 황제의 승하에 만세를 외쳤을까. 이에 대해서는 황사손 이원(이상협) 대한황실문화원 총재의 설명이 있다. "만세가 요즘이야 축하나 환호할 때 외치는 소리이지만, 그때만 해도 황제에게만 사용하는 경칭이었고, 죽음이란 단어를 꺼렸습니다. 국호가 '대한제국'이었으니 자연스럽게 '대한독립만세' 라고 외쳤던 것입니다."

만세(萬歲)는 환호하기 위해 두 손을 높이 들며 외치는 소리이기도 하지만 귀인, 특히 천자나 임금의 죽음을 뜻하기도 한다. 즉 100년 전 울려퍼진 백성들의 만세 소리는 고종의 승하를 애탄함과 동시에 조국의 독립을 열망하는 외침이었던 것이다.

◆독립선언의 가치, 독립운동·해방의 단초로

전문가들은 태화관 독립선언식이 3·1운동과 함께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분기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독립선언식과 독립선언문에 담긴 가치와 정신이 3·1운동으로 이어져 식민지배 탈피와 민주공화국 수립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박찬승 한양대 교수는 "독립선언식과 독립선언문에서 '독립 선언'을 선포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며 "당시 독립운동을 주도하던 천도교, 기독교 등 종교계 내부에서는 '독립 청원'을 요구할지, '자치 청원'을 요구할지 등을 놓고 논란이 많았는데 이러한 논란을 종식하고 '독립 선언'이라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결 정한 자리가 태화관 독립선언식"이라고 분석했다.

성주현 숭실대 교수는 "태화관 독립선언식에서 일제강점기 민족운동의 기본적인 틀이 제시됐다"며 "그날 민족대표들이 발표한 독립선언서에 담긴 침략 거부, 독립 추구, 세계평화 열망 등의 핵심 키워드들은 3·1 운동을 비롯한 당대 독립운동들의 본질과 방향성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시준 단국대 교수는 "독립선언식을 통해 민주공화제의 역사가 시작됐다"며 "독립선언식은 식민지배를 부정하고 독립국을 선언했고 이후 상해에서 대한민국과 임시정부가 수립됐다. 고조선부터 대한제국까지 군주가 주권을 갖던 전제군주제였다면 독립선언식을 거친 후 임시정부와 대한민국의 정치체계는 국민이 주권을 갖는 민주공화국이 됐다"고 설명했다.

 

hwyoon@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북한'인가 '조선'인가 호칭 논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슬아 숭실대 교수는 29일 "북한이라는 호명이 상대방을 한반도의 일부처럼 위치시킨다면 조선이라는 호명은 하나의 독립된 행위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북한을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은 어떤 온정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함으로써 불안을 낮추고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윤종빈)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다. 통일부는 관련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사회를 맡은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는 "호칭은 기본적으로 식별 기능을 갖지만 정치적 호칭이 되는 순간 이데올로기를 담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식 명칭으로 부르며 남쪽을 외국으로 재정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도어스태핑을 갖고 최근 북한 '핵시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김성경 "호칭은 분단 산물…'조선' 관계 전환 출발점"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라는 호명은 비공식적·약칭적 표현이지만 분단 80년 동안 누적된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계속 북한이라고 부르는 한 우리 안에 북한이 계속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을) 조선, 북조선으로 부르는 경향이 좀 있었다"며 "남과 북의 국가 정체성이 이미 상당히 공고화돼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맺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평화공존이나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통일은 남북이 서로를 인정 존중하고 그 맥락 안에서 관계를 맺고 남북 주민이 통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 권은민 "국호 사용, 국가 승인 아냐…정치가 먼저, 법은 따라간다"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DPRK'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꼭 국가 승인이나 정부 승인을 구성하지는 않는다"면서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고 국가 의사 표시다. 그렇게 부르더라도 국가 승인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언을 하면 정리가 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관계는 법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과거에도 정치가 큰 틀을 규정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가는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조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것"이라면서 "당사자 표기는 상대방이 원하는 공식 국호를 불러주고 그것이 국가 승인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 산하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 권총으로 사격하는 모습.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03.12 yjlee@newspim.com ◆ 이동기 "독일도 경멸적 호칭 쓰다 공식 국호 전환…출발은 이름"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서독은 동독을 경멸적 표현으로 불렀지만 긴장이 격화되면서 더 큰 평화 정치에 대한 구상이 폭발했다"면서 "국제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평화 화해 논의가 공존에 대한 요구나 필요를 폭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독일 정치권에서는 헤르베르트 베너 전독문제부(통일부) 장관이 가장 먼저 동독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언론의 융단 폭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줬다.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로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내만으로도 부족하다"면서 "결국 원칙 고수와 실용주의가 결합하는 모든 출발은 국호의 제대로 된 호명이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호칭 변경, 굴복 아닌 공존 가능성 넓히는 정치적 전략"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조선 호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김태경 성공회대 교수는 "젊은 세대에는 '둘의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조선을 일종의 주권 국가로서 인정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에 대한 자기 인정과 그들에 대한 인정이 같이 결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희 국립부경대 교수는 "핵심은 인정과 통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실질적으로 가는 데 있어서는 담론과 제도, 정치 차원에서의 접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호칭을 바꾸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적대를 줄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넓히는 하나의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 2026-04-29 18:04
사진
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