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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임종석 실장이 2인자냐"...DMZ 시찰에 대노한 이 총리

기사입력 : 2018년10월28일 00:40

최종수정 : 2018년12월28일 10:08

李 총리, 17일 정치권 인사들과 저녁 자리서 심경 드러내
"비서실장이 대통령 순방 중 軍 시찰하며 의전 받다니.."
참석자 "총리가 불편한 마음 굳이 감추지 않더라" 전언
"손학규 등 꽃할배라 한 것도 부적절했다 문제 삼았다"
"두 분 관계 안 좋냐" 묻자 "갈등 일으키지는 말라" 언급

[서울=뉴스핌] 김승현 장동진 기자 = 이낙연 총리가 지난 17일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를 시찰한 임종석 비서실장에 대해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정치권 인사들에 따르면 당시 임 실장은 마치 권력 2인자처럼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전방부대를 시찰, 군 최고지휘관들로부터 성대한 의전을 받았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에서 두번째), 서훈 국정원장, 정경두 국방부·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이 지난 17일 강원도 철원 육군 5사단 경비초소(GP)를 방문, 부대장으로부터 6.25 전사자 유해 발굴에 대한 브리핑을 듣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임 실장의 전방부대 시찰과 군부대의 의전에 대해 이 총리가 전해듣고 크게 노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갖추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야권의 한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나 "지난 17일 이낙연 총리와 만찬(저녁식사)을 했는데, 그 자리에서 (이 총리가)임 실장이 DMZ를 방문한 것을 두고 크게 화를 냈다"며 "이 총리가 그런 자리에서 화를 내는 사람이 아닌데 상당히 놀랐다. 이 총리가 대놓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고 전했다.

야권의 또 다른 고위 인사는 "임 실장이 그날 시찰을 하면서 마치 국군통수권자인 것처럼 선글라스를 끼고 행세를 한 것 때문에 그런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군 지휘관들 사이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의전을 받는 모습이 아무래도 (임 실장보다)연배가 많고 동아일보 기자생활을 했던 이 총리가 보기에 썩 좋지 않았던 것 같다"며 "예전으로 치면 박정희 대통령 시절 차지철 경호실장이나 했을 법한 위세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방탄복에 선글라스를 착용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7일 강원도 철원 육군 5사단 GP를 방문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앞서 임 실장은 지난 17일 서훈 국정원장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등과 함께 남북공동 유해발굴 현장 시찰차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 비무장지대를 방문했다.

임 실장이 비무장지대를 시찰한 날은 문 대통령이 유럽순방 일정으로 프랑스에서 이탈리아로 이동, 콘테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이었다.

야권의 또 다른 인사는 "국군 최고 통수권자이자, 국가원수가 부재한 상황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나치게 앞서 나간게 아닌지 모르겠다"며 "두 사람(이 총리·임 실장) 사이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아 보였는데, 이 총리가 화를 내는 것을 보니 임 실장이 평소 이 총리를 좀 자극한 것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여권 내에선 차기 대선주자군에서 잠재적 경쟁자로 거론되는 이 총리와 임 실장 간 기싸움이 시작됐다는 말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 총리는 광주제일고(1970년 졸업)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내 사실상 호남인맥의 좌장이다. 반면 임 실장은 문 정부 1기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현 정부 내 주요 인사를 거머 쥔 실세로 알려져있다. 

청와대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임종석 비서실장의 모습. [사진=청와대 제공]

이 총리와 저녁 자리에 함께 있었던 한 인사는 "이 총리가 임종석 실장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등 야권 인사들에게 '꽃할배'라고 한 것을 두고도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고 전했다.

이 인사는 또한 "이 것 뿐만이 아니다. 그날 이 총리의 말을 들어보니 임 실장과의 관계가 아주 단단히 틀어진 것 같더라"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의 현역의원인 이 인사는 그러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 이 총리에게 '두 분 관계가 안 좋으냐'고 물었는데, 이 총리가 '갈등 일으키지는 마세요'라고 하더라. 임 실장이 나라의 2인자처럼 행세하는 것 아닌가 싶어 물어본 것인데, (이 총리가)문제가 이슈화되는 것은 싫은 모양이더라"라고 말했다.

임 실장은 지난 9월 주요 정당 대표들에게 "당리당략과 정쟁으로 어지러운 한국 정치에 '꽃할배'같은 신선함으로 오셨으면 한다"며 평양 동행을 촉구한 바 있다.

그 이후 이 총리는 '방북하지 않겠다는데도 꽃할배를 운운하며 거듭 요청한 것은 오만방자하다'는 정용기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적에 "(임종석 실장의 발언은) 부적절했다"고 답한 바 있다.

지난 17일 강원도 철원 육군 5사단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태운 차량이 들어서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한편 청와대는 문 대통령 유럽순방 기간이었던 지난 17일 강원도 철원 남북 공동 유해 발굴현장을 찾았던 임 실장의 모습과 해설을 담은 동영상을 26일 전격 공개했다.

청와대가 공식 유튜브 계정에 공개한 4분짜리 영상은 당시 유해 발굴 현장 촬영영상에 임 실장이 방문 소감을 밝히는 내레이션을 입힌 것이다.

임 실장은 영상에서 "남북 공동선언 이행추진위 위원장으로서 유해 발굴 현장에 다녀왔다"며 "서울에서 헬기로 35분 거리다. 최전방이 사실 가깝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특히 "화살머리고지에는 우리 국군 전사자 유해 200여구를 비롯해 미군·프랑스군 등 총 300여구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의 유해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일은 국가의 의무다. 국민에게 또 보고드리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임 실장이 유해 발굴현장을 찾았을 당시 자유한국당 등 야권에선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인데 비서실장으로서 적절치 않은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야당의 비판에도 불구, 임 실장이 이날 시찰 영상을 전격적으로 공개하자 정치권에선 "임종석 비서실장이 문 대통령의 우산을 벗어나 독자적으로 정치활동을 재개할 준비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철원 전방부대 시찰에 대한 영상은 임 실장의 지시로 제작된 것이 아니라, 청와대 내 소셜미디어 담당자가 제안해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임 실장은 그동안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는 등 정말 눈코뜰새 없는 일정을 보내고 있다"며 "정치적 행보를 하기 위해 철원 군부대까지 가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더 이상의 확대 해석은 하지 말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임 실장의 향후 정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임 실장은 문재인 정부 첫 비서실장으로 임명돼 지난 1년 5개월간 비서실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2020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위해서는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지역구(서울 성동을)에서 정치 활동을 재개해야 한다.

여권의 한 소식통은 "통상 정부 출범 1기 비서실장의 임기가 2년이 넘으면 청와대 쇄신 차원에서 바꾸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총괄본부장을 했고, 문재인 대선후보 비서실장에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했으니 두루두루 현재 권력과 차기 권력 후보와 모두 인맥을 쌓은 셈"이라며 "이제 자기 정치로 돌아갈 준비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kim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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