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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이슈] 北 비핵화 'CVID→FFVD' 바뀐 의미와 배경

기사입력 : 2018년07월05일 17:32

최종수정 : 2018년07월05일 17:32

로이터 "트럼프 정부가 한국 조언 듣고 한걸음 물러서"
전문가 "CVID와 큰 차이 없어, 약화된 개념 아니다"
조진구 "비핵화 실행에 옮기라는 압박"...검증 강조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북한 비핵화의 구체적 방안들을 합의한 북미고위급 실무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기존의 비핵화 방안이었던 CVID 대신 FFVD라는 용어를 들고 나와 배경에 주목된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2일 성명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대신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라는 용어를 공식 사용한 것이다.

로이터 등 언론들은 이에 대해 미국이 기존 입장에서 뒤로 물러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로이터는 두 명의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조언을 듣고 한걸음 물러났다"고 전했다. 양보 없이 미국의 모든 요구사항을 강요하는 것보다 단계적인 협상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 한국의 의견이 수렴됐다는 것이다.

우리 외교부는 미국 정부의 FFVD에 대해 "완전한 비핵화를 한다는 미국의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지만, "한미 양측은 각급에서 다양한 채널과 방식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건설적인 방안에 대해 폭넓게 의견교환을 하고 있다"고 말해 미국과의 논의는 부인하지 않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지난 3월 31일부터 4월 1일까지 북한을 방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다. <사진= 로이터 뉴스핌>

FFVD는 미국의 비핵화 입장 후퇴? 다수는 "약화 아니다"
   문정인 "오히려 강화된 개념" vs 남성욱 "비핵화 시간표 없어"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이 미국 정부의 비핵화 입장이 후퇴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렸지만, 다수는 약화된 개념은 아니라는 견해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FFVD는 '검증 가능한'이 아니라 '검증된' 비핵화"라며 "검증된 비핵화를 한다고 했고, 최종적(final)이라는 것은 협상의 틀을 말한 것으로 오히려 더 강화된 개념"이라고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FFVD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미국의 의지가 담긴 표현으로 북미대화에 의지를 갖고 끝까지 해보겠다는 것"이라며 "기존보다 약화된 개념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역시 "이것으로 확실히 끝낸다는 것이니 뒤로 물러난 개념은 아니다"며 "핵심인 신고와 검증을 강화한 것이지만 기존 CVID와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은 "final이라는 단어는 최종인데 역설적으로 타임 테이블이 없다는 이야기로 들린다"며 "최종적으로 비핵화는 하겠지만 언제인지는 나오지 않는 것으로 벌써 미 국무부에서 비핵화 시간표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달래기 전략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남 원장은 "기존 CVID는 굉장히 구체적인 것으로 시간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며 "이번에 미국이 final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북한에게 공간과 시간을 주는 것으로 미국이 상당히 초조한 상태에서 북한과 협상을 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경청하고 있는 폼페이오 국무 장관(왼쪽) [사진=로이터 뉴스핌]

검증 강조한 FFVD, 전현준 "선 핵폐기 전 보상 않겠다는 의지 표현"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는 FFVD가 검증을 강조한 개념이라는 것이었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은 "사실상 CVID와 같은 말이지만, 미국이 선핵폐기 확인 전에는 아무 보상도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이같은 분석에 동의했다. 그러나 조 교수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확인했으니 이제 실행에 옮기라는 압박"이라며 "북한이 신고한 비핵화 내용에 대해 미국이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북한의 자발적인 (핵 프로그램) 신고 과정에서 숨기지 말라고 압박하는 것"이라며 "농축 우라늄 시설은 플루토늄 방식과 달리 외부에서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충실한 사전 신고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악수하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2차 핵위기 때 美 네오콘이 만든 CVID, 北 반발 전례
    최강 "북한이 받기 힘든 CVID, 트럼프는 핵심 신고와 검증 강조"

미국이 기존 CVID 대신 FFVD라는 개념을 꺼낸 것은 CVID에 대한 북한의 거부감 때문일 가능성도 상당하다.

CVID는 지난 2002년 2차 북핵 위기 당시 부시 행정부의 미국 네오콘들이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용어로 나왔다. 북한은 당시 이같은 용어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1차 6자회담 과정에서 북한은 이에 대해 "패전국에나 하는 용어"라고 해 공동발표문을 합의하지 못한 선례도 있다. 결국 미국은 4차 회담부터 CVID 대신 PFVD(영구적으로 충분하고 검증가능한 핵폐기: Permanently, Fully, Verifiable, Dismantle)라는 용어를 통해 회담을 지속했다.

최강 부원장은 "북한이 CVID를 받아들이기 어려운데 트럼프 대통령 역시 뒤로 물러서기 어려우니 핵심적인 신고와 검증을 강조하기 위해 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dedanh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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