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목소리 들리자 문 열고 들어가 그대로 폭행
주거침입·상해 모두 유죄…벌금 200만원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결별한 여자친구의 집 안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린다며 그대로 문을 열고 들어가 폭행한 30대 남성이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장영채 판사는 최근 상해 및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33) 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A씨는 지난 4월 자신과 2년여 동안 교제하던 여자친구 B(26)씨가 결별을 요구하면서 연락을 받지 않자, B씨의 집에 찾아가 문에 귀를 대고 내부 소리를 듣다가 남자 목소리가 들린다는 이유로 평소 알고 있던 현관문 도어락 번호를 눌러 집으로 들어갔다. 그는 집 안에 남성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화가 나 그대로 화장실 안에 있는 B씨의 어깨를 발로 밟았다.
잠시 밖으로 나간 A씨는 B씨가 현관 밖 복도로 나오자 B씨의 얼굴을 수회 때리고, 집 앞 도로로 도망쳐 나온 B씨를 다시 얼굴을 수차례 때려 바닥에 넘어지게 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B씨를 폭행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이로 인해 B씨가 입은 상처가 상해를 입었다고 할 정도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도어락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집에 들어간 것에 대해서도 주거침입의 고의가 없었으며 B씨가 이를 양해했기 때문에 주거침입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기록을 살펴본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장 판사는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은 B씨의 왼쪽 눈가에 멍이 들어있고 볼 부분이 부어올라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범행 당시 촬영된 폐쇄회로(CC)TV 캡처 사진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얼굴과 머리를 수회 가격하고 있고 피고인의 체격이나 피해자와 피고인의 거리 등에 비추어보면 피고인의 폭행에 의해 B씨가 충분히 상해를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사건 당일 B씨와 연락이 되지 않자 집으로 찾아갔는데, 피고인은 B씨가 이전에 집 비밀번호가 자신의 학번이라고 말한 것이 생각나 번호를 누르고 집으로 들어갔다"며 "사건 발생 2달 전쯤 두 사람은 관계를 점차 정리하면서 피고인도 비밀번호를 변경했고 그 무렵부터 B씨 집을 방문하지 않았는데, B씨는 바뀐 비밀번호를 묻는 피고인에게 자신의 학번으로 변경했다고 했을 뿐 변경한 집 비밀번호를 알려준 사실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B씨가 사건 당시 자신의 남자친구와 함께 집에 있었던 이상 피고인이 자신의 집에 출입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반대의사가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편 A씨는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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