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유한양행의 1조원대 기술수출 호재가 침체에 빠진 제약·바이오주 상승에 불을 지필 수 있을까. 증권가에선 오랜만에 들려온 대형 호재 영향으로 바이오 섹터 전반에 온기가 확산될 지 기대감이 일고 있다. 하지만 최근 증시 여건이 좋지 않은데다 대규모 기술수출 사례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 등을 이유로 과거 한미약품 때의 파괴력은 없을 것으로 관측됐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오후 이 시각 현재 6%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은데 이어 오늘도 개장직후 25% 수준까지 급등했지만 어제의 열기는 다소 가라앉는 분위기다.
앞서 유한양행은 지난 5일 글로벌 제약사 얀센과 폐암신약 후보물질 레이저티닙에 대해 12억5500만달러(약 1.4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레이저티닙은 변이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현재 국내에서 임상 1/2상을 진행중이다. 2015년 유한양행이 국내 바이오벤처 제노스코(오스코텍 미국 자회사)에 75억원을 투자하며 도입한 물질이다. 이번 계약으로 유한양행은 얀센으로부터 계약금 5000만달러(약 550억원)를 받고, 개발 및 상업화가 진행될 경우 단계별 마일스톤으로 최대 12억500만달러(약 1조3500억원)를 수령한다.
모처럼 나온 대규모 기술수출 소식은 유한양행과 오스코텍을 비롯해 바이오주 전반에 훈풍으로 작용했다. 지난달 급락장세 속에 약세를 면치 못했던 개별 종목들도 모처럼만의 호재에 반등 탄력을 얻는 모습이다. 지난 5일 코스피 의약품업종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87%, 코스닥 제약업종 지수는 1.75% 상승했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기술수출은 2015년 한미약품이 프랑스 사노피와 5조원대 기술수출 계약을 맺은 이후 우리나라에선 3년 만에 체결된 대형 계약"이라며 "국내업체들의 기술과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으로, 유한양행뿐 아니라 제약·바이오 섹터에 대한 전반적인 투자 심리를 개선시켜주는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앞서 3년 전 한미약품이 대규모 기술수출에 성공했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수조원대 기술수출 소식에 시장은 환호했고, 바이오주는 동반 상승했다.
2015년 당시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계약 소식이 이어지면서 코스피 의약품업종 지수는 2014년 말 대비 88% 뛰었다. 코스닥 제약업종 지수 역시 75% 올랐다.
이에 유한양행의 이번 기술수출 계약 성사 건도 제약·바이오업종 주가 움직임에 탄력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강대권 유경PSG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당연히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이번 경우는 오스코텍에서 도입한 걸 수출했기 때문에 대형제약사뿐만 아니라 기술 기반의 바이오 벤처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다만, 오랜만에 찾아온 대형 계약이긴 하지만, 현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유한양행이 바이오업종에 미칠 영향은 그리 크진 않아 보인다.
당장 이날 현재 코스피 의약품업종 지수와 코스닥 제약업종 지수가 모두 하락세로, 조정을 받고 있다.
강 본부장은 "지금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고, 밸류에이션 높은 성장주에 대해선 경계감을 갖고 있는 시장이기 때문에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2015년 한미약품 때는 최초 사례여서 상당한 영향이 있었지만 이번엔 아주 새로운 건 아니어서 그정도 파급력은 없을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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