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50만명 찾는 국내 최대 쇼핑시장
깐깐한 국내소비자·외국인 위해 시설·품질↑
호객행위·바가지·짝퉁 이미지개선 ‘장애물’
[뉴스핌=이보람 기자] 지하철 4호선 회현역에서 내려 출구로 나가자마자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하루 평균 50만명이 방문한다는 우리나라 최대 재래시장, 남대문시장이다.
서울시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 등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사진=이보람 기자> |
한쪽 골목으로 들어서자 양손 가득 비닐봉투를 들고 쇼핑하는 3040 여성들이 유난히 많았다. 재래시장이니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지난주 금요일 오전 남대문시장에서 만난 A씨(여·34세)는 남대문시장이 아동복으로 유명하다고 해서, 경남 창원에서 같은 동네 엄마들과 쇼핑왔다고 했다. 그는 "백화점에서 파는 물건들 못지 않게 예쁘고 질도 좋다. 라벨을 바꿔 백화점에 들어가는 물건들도 많다고 들었다"며 "그런데도 여러 장을 함께 사니 가격은 3분의 2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중구 남대문시장에는 아동복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상점들이 모여있다. <사진=이보람 기자> |
남대문시장이 변하고 있다. '싸구려' 이미지를 벗고 질좋고 다양한 상품에다 깨끗한 시설로 깐깐한 국내 소비자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실제 이날 찾은 남대문 시장에서는 리어카에 싼 물건들을 산더미같이 쌓아두고 상인이 박수를 치며 2박자에 맞춰 "골라, 골라. 한 장에 5000원"이라고 외치는 모습은 시장 언저리로 밀려나 있었다. 대신 시장 메인거리에는 한 눈에 봐도 재고나 떨이와는 거리가 먼 '신상(신상품)' 옷이나 신발 등을 말끔히 정돈해 놓은 가게들이 줄을 이었다.
특히 젊은 엄마들과 아동복 소매상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아동복 도매 상점들이 모여있는 건물은 유난히 깨끗하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로 꾸며진 곳이 많았다.
아동복 상점을 운영하는 B씨는 "최근에는 인스타그램과 같은 사회연결망서비스(SNS)를 보고 아이들 옷을 구매하기 위해 찾아오는 20~30대 젊은 엄마들이 많다"며 "아무래도 아이들에게 입힐 옷을 고르다보니 가격이 싼 것만 찾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에서 판매하는 아동복. <사진=인스타그램 캡쳐> |
또 "오히려 정보가 많은 젊은 엄마들이 깐깐한 경우가 많다"며 "젊은 엄마들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가격과 질, 디자인 모두가 충족돼야 하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시장을 한 바퀴 둘러보니 아동복 매장 뿐 아니라 다른 품목을 판매하는 상점에서도 질이 떨어진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다.
가죽이나 모피 제품은 백화점 매장에 전시된 것 못지 않게 부드럽고 화려한 자태를 뽐냈다. 주방 용품을 파는 곳도 마찬가지다. 유럽에서 유명하다는 브랜드의 접시나 냄비, 칼 등이 진열됐고,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을 유혹했다.
브랜드 업체의 상점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배우 하지원이 광고 모델을 맡고 있는 한 침구 브랜드 영업점에는 여러 손님들이 드나들었고 중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한 듯 로드샵 화장품 브랜드들도 장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시장내 시설들도 다소 개선됐다. 서울시와 중소기업청의 지원을 받아 비와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가리개가 천장에 설치됐고 쇼핑하다 잠시 쉴 수 있는 쉼터도 생겼다.
수산물을 파는 골목에는 제각각이던 간판들이 동일한 폰트와 규격으로 바뀌어 깔끔한 인상을 풍겼다.
또 화장실을 알리는 표지판이 곳곳에 설치돼 쉽게 화장실을 찾아갈 수 있었고, 깨끗하게 정돈돼 있었다. 인포메이션 센터에서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길 안내를 받는 모습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었다.
남대문시장 수산물시장 가게들이 동일한 형식의 간판을 달았다. <사진=이보람 기자> |
서울시 한 관계자는 "서울시에서는 매년 중소기업청에서 공모사업을 신청하면 심의 결과에 따라 선정된 사업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며 "전통시장의 경우 대형 유통점들이 들어서면서 이에 비해 쇼핑 환경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있어 전통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시설 개선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상인들의 과도한 호객행위나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바가지, 이른바 '짝퉁'이라 불리는 명품 모조상품 판매 등은 '싸구려' 이미지를 벗는 데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