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발생하면 교사가 알아서 대처"
"민원·법률지원 등 종합대책 필요"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이후 감독관을 향한 항의는 자주 발생하는 사건이라고 현직 교사들이 입을 모았다. 수능 전 감독관 연수에서도 수험생 항의 사항에 대한 안내와 주의할 것을 요구받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처 요령과 관련해서는 당국이 교사 개인 책임으로 떠넘긴다고도 했다.
고등학교에서 20년째 교사로 근무하는 황유진 교사노조연맹 수석 부대변인은 27일 "감독관이 자길 너무 쳐다봐서 수능을 망쳤다, 인적사항 확인 때 집중력을 흩어지게 했다는 등 감독관으로 할 일을 했는데도 민원이 들어온다"며 "수능 직후 3~4건 민원이 접수됐다는 얘기는 기본으로 듣는다"고 말했다.
[세종=뉴스핌] 홍근진 기자 = 세종시 양지고 제5시험실 모습. 2023.11.16. goongeen@newspim.com |
또 다른 교사 A씨는 "한 자리에 서 있으면 너무 오래 서 있는다고, 움직이면 거슬린다는 불만이 나온다"며 "옷차림도 화려한 무늬, 너무 캐쥬얼한 옷은 입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감독 교사들은 수험생들의 항의가 두려워 정전기가 나지 않는 옷과 무음 시계를 준비하고 배에서 소리가 날까 아침도 거른다"고 설명했다.
답안 표기와 관련해 학생이 봐달라는 떼를 쓰는 경우도 있다.
황 부대변인은 "OMR카드 마킹이 잘못된 경우 수험생이 '한 번만 봐주면 안 되냐'고 엉엉 울기도 한다"며 "수험생이 한 실수인데도 감독관을 붙잡고 요구를 해 선생님들이 곤혹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감독관이 주의해야 할 사항에 대해서는 사전에 교육 당국의 지침이 내려오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 과정에 대한 매뉴얼은 교육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황 부대변인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처리가 됐는지에 대한 소리는 듣지 못했다"며 "교사 개인이나 문제가 발생한 학교가 알아서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수능에서 부정행위로 적발된 학생의 학부모의 행태도 마찬가지다. 지난 수능 날 서울의 한 학교에서 수험생이 시험 종료 벨이 울린 후에도 답안지에 정답 표기를 하다가 감독관에게 적발됐고, 이후 학생 학부모가 감독관 학교를 찾아 감독관을 위협했다. 이 사건도 언론에 알려진 뒤에야 교육부와 교육청은 해당 학부모를 명예훼손과 협박 등 혐의로 고발하는 조치에 나섰다.
교원단체는 이 같은 문제는 이전부터 발생해 왔다며 이와 관련한 법률·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국교총은 "학교 현장에서는 수능 시험감독 기피 현상이 있을 정도로 부담스러운 업무"라며 "교총은 시험감독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분쟁에 대해 법률‧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교육 당국에 계속 요구해 왔다"고 했다. 이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교원 보호, 민원 대응, 소송 지원방안 등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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