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민주화운동 직후 체포돼 2개월간 구금
"검찰도 무죄 구형…체증 내려간 것 같다"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전두환 중심의 신군부 세력을 비판하는 유인물을 배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옥살이를 했던 60대 남성이 41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2부(엄상필 심담 이승련 부장판사)는 29일 계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우봉(60) 씨의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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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이 사건은 1981년 광복절 특별사면까지 이뤄진 사건이지만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유·무죄를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며 "특별법에 따라 1979년 12월에서 이듬해 5월 전후 헌정질서파괴범죄 등을 저지하거나 반대하는 행위는 범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확립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이 처벌을 받았던 공소사실 내용만 보더라도 그 무렵 전두환 등이 저지른 헌정질서파괴 범죄나 내란죄를 저지 및 반대하는 것으로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행위가 명백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전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기로 한다"고 판시했다.
이 씨는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나 "5·18 민주화운동 특별법에 따라 진행된 이전 재심 사건에서도 무죄가 나왔고 검찰이 재심을 먼저 제안해 무죄까지 구형했다"며 "무죄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제야 체증이 내려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이 씨는 1980년 6월 27일 친구와 전북 전주 시내에서 광주 민주화운동 관련 유인물 700장을 배포하고 같은 해 7월 12일 전두환 등이 정권을 잡기 위해 안보를 위협했다는 내용이 담긴 유인물 1000여장을 배포해 사전검열 없이 불온 유인물을 제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1심에서 징역 단기 6월에 장기 8월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석방돼 약 2개월 간 구금 생활을 했다. 이후 5·18 민주화운동 특별법에 따라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지난 6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이 씨는 재판에서 "당시 저의 행위는 정권을 잡기위해 시민을 학살한 전두환 일당에 대한 분노였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고등학생의 순수한 열정이었다"며 "현재 광주 민주화운동은 합법이었다고 인정되지만 진상 규명은 끝나지 않고 있고 재심을 통해 정당함을 입증받는 것도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판단해서 재심을 신청하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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