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로 예비용 수요↑·서비스업 거래 줄어 환수↓
"환수율 추세전환 2~3년 걸려..내년 발주 확대"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코로나19 확산으로 5만원권 환수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경기 불확실성와 저금리로 따라 예비용 수요가 확대되면서 발행량은 늘었지만, 현금이 비교적 많이 쓰이는 서비스업 거래가 침체되면서 환수량은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최소 2~3년까지는 환수율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한은에 따르면 1~10월 중 5만원권 환수율은 25.4%를 기록했다. 4분의 1밖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뜻으로 2009년 6월 최초 발행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자료=한국은행] |
과거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시기에 비교해도 이러한 현상은 이례적이다. 금융위기 당시에는 환수액이 16% 감소했지만 그만큼 발행액 역시 15.3% 줄었다. 따라서 환수율은 95.1%에 이르렀다. 반면, 현재는 5만원권 발행액이 오히려 늘었음에도 환수율은 60% 가량 줄었다.
환수율이 급락한 이유는 대면 상거래 부진이 꼽힌다. 음식 숙박업은 현금 이용 비중이 18.6%, 여가 서비스업은 7.8%로 평균보다 높은 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음식, 숙박 등 대면 상거래 활동이 크게 감소하면서 환수액이 급감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시중은행 담당자들은 한은과의 전화면담에서 "면세점, 카지노 등 관광지 인접 점포에 5만원권 입금이 크게 감소했다"고 답했다.
아울러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현금 비축 수요가 높아진 것 역시 환수율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시중유동성이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낮은 금리는 현금 보유성향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주요국과 비교해서도 국내 환수율이 저조하다. 옥지훈 발권국 발권기획팀 과장은 "주요국 대비 환수율이 큰 이유는 생애주기상 수요 성장기에 있으며 우리나라 구조상 자영업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지하경제 유입가능성에 대해서 한은은 선을 그었다. 옥 과장은 "급격히 하락한 환수율이 예비용 수요의 증가로 보는게 경제학적 시각"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빠르게 지하경제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5만원권 환수율을 지하경제와 연관짓는 건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환수율 회복에 2~3년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발행액을 더 늘릴 계획이다. 옥 과장은 "과거에도 5만원권 환수율이 하락했던 시기가 있는데 올라오는 시기는 상황별로 달랐다. 다만, 평균적으로 환수율 추세전환은 2~3년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발주량을 2020년에 비해 많이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lovus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