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못 받고 돌아가신 분들 나올 때 가장 안타까워"
[세종=뉴스핌] 강명연 기자 =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생활치료센터를 도입하기 위해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는데 시간이 소요됐다며, 좀 더 빨리 결정하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다고 강조했다.
김 차관은 20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생활치료센터라는 모델을 출범시킬 때 일부 임상 전문가 등의 반대가 있었다"며 "이런 분들을 설득하고 협의하는 과정에서 도입이 조금 늦어졌는데, 돌아보면 며칠은 더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확진 판정받은 뒤 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하고 집에 계시다가 돌아가신 몇 분이 나오셨을 때 이 일을 120여일 하면서 가장 마음이 상하고 안타까웠다"며 "다음날 브리핑에서 몇 분 돌아가셨다는 말씀을 드린 뒤 정부 대책이 뭐냐는 질문에는 자괴감도 들고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기억한다"고 언급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20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2020.05.20 unsaid@newspim.com |
정부는 지난 2월 18일 대구에서 31번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지역 내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어나자 3월 1일 생활치료센터를 도입했다. 지역 내 병상으로는 다수의 경증 확진자를 감당하기 힘들어지면서 확진판정 이후 곧바로 병상을 배정받지 못해 대기하다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환자는 물론 자칫 다른 질환 환자들까지 적절한 치료를 놓쳐 대규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었다.
김 차관은 "대구에서도 우리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환자가 발생했다고 병원에 못가고 시설로 가야 하냐는 목소리가 있었는데 이해가 됐다"며 "하지만 확진자를 모두 병원에 수용하면 의료체계가 붕괴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환자뿐만 아니라 다른 질환 환자까지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는 치명적인 길을 막아야 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반면 선거방역은 코로나19 대응에서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로 꼽았다. 김 차관은 "대부분의 나라가 작은 선거도 취소하는 상황에서 참고할 사례도 마땅치 않고 책임소재 문제도 있기 때문에 부처 간 협의가 쉽지 않았다"며 "관계부처와 선거관리위원회의 노력, 국민들이 수칙을 잘 지켜준 덕분에 확진자 발생이 없었던 건 기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2300만명이 참여한 선거를 무사히 치러내면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할 수 있겠다는 믿음을 준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학교 개학에 대해서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역당국 입장에서 등교 개학을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다만 열흘, 한 달만 참으면 되는 일이면 모르겠지만 언제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수준에서 가능한 부분이 있다면 가야겠다고 결심하게 한 계기가 총선이었다"고 말했다.
하반기 복지부의 과제로는 새로운 국회와의 협력관계 구축과 돌봄체계 구축,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을 통한 감염병 대응체계 확충을 꼽았다. 김 차관은 "이번 위기상황에서 돌봄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졌는데 초반에는 작동이 어려웠다. 특히 취약계층에서는 어려움이 많아 지역사회 중심의 돌봄체계 강화를 위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질본의 청 승격에 대해서는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해야겠지만 언젠가 감염병이 또 올거라는 건 분명한 사실인 만큼 다음번에는 좀 더 기민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추기 위해 전문성, 독립성 강화, 지자체와 연계 등을 이뤄내야 한다"고 언급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집행이사로 지명된 데 대해서는 WHO가 직면한 도전을 심각하게 고민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김 차관은 "WHO가 여러 질병이나 감염병 위기상황에서 늘 규범과 지침을 제공하고 평시에는 관련 준비를 갖추고 회원국을 지원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 일을 겪으면서 부정적인 평가를 많이 받았다며 "WHO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국가로부터 많은 훈련의 기회와 경험할 수 있는 행운을 받았는데, 국가에 대해 보상하고 가능하면 국제사회에도 행운을 보답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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