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민유성 제기 자문료 청구소송서 진술
"경영권 회복 자문계약 잘 모른다"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지난 2015년 롯데그룹 경영권 회복을 위한 자문계약을 맺었다가 계약해지로 사이가 틀어진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민유성 나무코프 회장(전 산업은행장)이 13일 법정에서 마주했다.
신 회장은 당시 자문계약 내용에 대해 "주체적 결정은 민유성 회장이 모두 했고 상세한 계약내용까지 확인하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34부(장석조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민 회장이 신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용역비 청구소송 항소심 3차 변론기일을 열고 피고 당사자인 신 회장을 불러 신문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좌)과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우) [사진=뉴스핌DB] |
이날 한국어가 서툰 신 회장에 대한 신문 절차는 일본어 통역인을 대동한 채 이뤄졌다. 민 회장은 신 회장을 마주보고 앉아 신문 과정을 지켜봤다.
신 회장은 "롯데 경영권 회복을 위해 어떤 소송을 제기할지, 어떤 변호사를 선임할 것인지 등은 민 회장이 먼저 제의하고 제가 동의하는 식이었다"며 "이를 위한 구체적 결정은 민 회장이 했다"고 진술했다.
또 신동빈 회장의 각종 비리를 찾아 공론화하는 방안인 이른바 '프로젝트L'에 대해 "민 회장이 먼저 제안한 것"이라고 했다.
민 회장 측 법률대리인이 '신동빈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어지고 유죄판결을 받게 해 경영권에서 배제하려는 아이디어는 피고가 제안한 것이 아닌가'라고 재차 물었지만 그는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프로젝트L'은 신 회장의 경영권 회복을 위해 해당 자문계약에서 진행된 프로젝트를 말한다. 여기에는 주로 신동빈 회장의 비자금 조성 등 비리 정보를 검찰에 넘기거나 여론에 퍼뜨려 사법부 판단을 받게 하고, 롯데 면세점 특허 재취득과 호텔롯데 상장 등을 막기 위한 내용이 담겼다.
신 회장은 '경영권 회복을 위해 상당히 거액의 자문계약을 맺었는데 실행방법으로 가장 주된 것이 무엇이었냐'는 주심 판사의 질문에도 "최종 목표는 물론 경영권을 회복하는 것이었다"면서도 "호텔롯데의 주된 수익이 면세점인데 (특허) 재취득을 못하게 한 것은 실제 민 회장이 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매달 수억원이 지출되는 자문계약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들어보지도 않고 서명했다는 뜻인가'라는 민 회장 측 질문에도 "대기업 회장은 계약내용을 상세한 것까지 모두 확인하고 서명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앞서 민 회장은 지난 2015년 신 회장과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 경영권 다툼 당시 신 회장과 자문계약을 맺고 책사로 일했다. 그러나 신 회장은 사실상 경영권 회복에 실패한 2017년 8월 경 민 회장과의 자문계약을 해지했다.
이에 민 회장은 일방적 계약 해지를 주장하며 신 회장을 상대로 "14개월치 미납 자문료인 107억8000만원을 달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심은 "피고는 원고에게 75억4600만원을 지급하라"며 민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shl22@newspim.com